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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주년 부활 "아픈기억 많지만 후회없다"

기념 12집, 두장에 나눠 차례로 발매

롤링 스톤스의 라이브 실황을 담은 영화 '샤인 어 라이트(Shine A Light)'에서 보컬 믹 재거 등 60대 멤버들은 "무대에 오르면 우리만의 세계가 있다"고 했다. 40여년을 롤링 스톤스와 함께 한 관객들의 시간도 한참을 거꾸로 흘렀다.

 

1984년 '디 엔드(The End)'를 전신으로 1985년 결성된 부활(김태원ㆍ채제민ㆍ서재혁ㆍ정동하)의 힘도 25년이란 시간이다. 최근 발표한 25주년 기념 12집 '25th 애니버서리:레트러스펙트(Retrospect)'도 '아름다운 그리움에 대한 이야기'다.

 

밴드를 이끈 리더 겸 기타리스트 김태원은 "하루하루를 음악에 몰두하며 살다 보니 25년이 됐다"며 "포기하고 싶은 순간도 많았지만 리더로서 끈을 놓지 않으니 25년이 되더라. 우리에게도 롤링 스톤스 같은 오랜 팀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198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밴드가 지속하기란 드문 일. 부활의 지속성이 더욱 드라마틱하게 여겨지는 건 굴곡이 많았기 때문이다.

 

김태원은 "후회되는 일은 없지만 부활의 70%는 아픈 기억"이라고 운을 뗐다.

 

1988년 보컬 이승철의 탈퇴, 1987년과 1991년 대마초 흡연으로 김태원 두차례 복역, 1993년 3집 녹음을 하던 보컬 김재기의 교통사고 사망, 1995년 4집 실패 등 김태원이 기억하는 아픔은 새살이 여러번 돋았음에도 또렷하다.

 

"음악은 파도가 치고 비가 올 때도 있어야 하죠. 2005년 10집부터 노래가 잘 알려지지 않아 지금은 또 너무 잔잔하게 가고 있어요. 죽어야 부활하는데, 우리는 그간 계속 죽어왔죠. 하하."(김태원)

 

부활을 거쳐간 멤버들은 보컬만 9명, 드럼은 4명, 베이스는 3명 등 약 20명. 1998년 들어와 6집부터 함께 한 드럼의 채제민은 "태원이 형이 내 드럼은 무게감이 있다며 다른 드럼 소리는 못 듣겠다더라. 그래서 나가고 싶어도 못 나가고 있다"고 웃었다.

 

 

김태원이 꼽은 가장 기억에 남는 멤버는 비운의 보컬인 '사랑할수록'의 김재기다.

 

"김재기와 저는 어려운 시절 만났어요. 당시 버스, 지하철을 타고 다니다가 몇십만원 짜리 차를 구입해 경기도 벽제를 넘어 녹음실을 다녔죠. '사랑할수록'은 남았지만 고생만 하다가 보낸 것이, 다가온 아름다움을 함께 맞이하지 못한 것이 아쉽죠."

 

10집부터 함께 한 20대 보컬 정동하가 꼽은 부활 최고의 명곡도 '사랑할수록'. 최고의 곡을 꼽아달라는 말에 김태원은 "내가 만든 음악을 듣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했다. 그러나 1986년 낸 1집의 '인형(人形)의 부활(復活)', 2집의 '천국에서', 3집의 '기억상실', 4집의 '잡념에 관하여...' 등 12-13분짜리 대곡은 심혈을 기울인 곡인 만큼 가끔 찾아 듣는다고.

 

이번 음반 역시 부활만의 색깔이 강하다. "태원이 형은 음악을 안 배운다. 팝송을 모방하거나 아이템을 얻어 창작하지도 않는다. 처음부터 끝까지 자기만의 감성"이라는 채제민의 말처럼 부활의 음악은 따뜻하면서도 향이 강한 시다.

 

타이틀곡 '생각이나', '오즈(OZ)' 등 신곡 3곡과 2집의 '슬픈 사슴', 3집의 '흑백영화' 등 3곡을 리메이크해 12집의 '파트 1'에 담았으며 '파트 2'는 11월께 나온다.

 

채제민은 "태원 형이 예능 프로그램 출연 등으로 바빠서 리메이크곡 선곡은 우리의 의견이 컸다"며 "리메이크 곡은 묻히기 아까운 '불운의 명곡'들"이라고 소개했다.

 

김태원은 "이승철이 부른 '슬픈 사슴'은 베이스의 서재혁 씨가 현대적으로 편곡했고, '흑백영화'는 김재기가 녹음 중 세상을 떠나 미완성곡이었다. 모차르트의 '레퀴엠', 이소룡의 영화 '사망유희'처럼 미완성이기에 정동하가 완성해 불러봤다"고 말했다.

 

'생각이나'에 담긴 의미를 묻자 그는 "'생각이나'의 가사처럼 내 인생을 돌아볼 때, 난 항상 아내와 가족, 친구, 그간의 여자친구들에게 기대 살았다"며 "난 마음이 여린 사람인데, 뒤돌아보니 그들도 내게 기대고 싶었던 걸 몰랐다. 회상해 봤을 때 모두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는 말로 대신했다.

 

 

부활의 전성기는 언제라고 생각할까. 김태원은 '희야', '사랑할수록', '네버엔딩 스토리', 그리고 지금이 네번째 기회라고 생각한다. 그가 최근 예능 프로그램에 적극 출연하는 것도 부활과 음악을 알리려는 뜻이다.

 

"제가 좀 알려진 후 음반을 내니, 술렁대는 느낌이란 게 있어요. 우리가 음반을 내는지도 모르는 시대에 살다가 '음반 나왔냐'고 물어보는 사람들이 많아졌죠. 그런 게 달라진 움직임이에요."

 

유독 방송에서 이승철에 대한 애증어린 말을 하는 데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사실 방송에서 물어보니 얘기했는데, 솔직히 이승철 씨에게 미안하다"며 "우리는 애증 관계가 맞다. 가장 어려울 때 만난 사이이니 이걸 이길 게 없다. 이후 어떤 일이 있었건, 첫 고생의 기억은 잊을 수 없다"고 웃었다.

 

멤버들은 부활이 다음 25년을 기약하려면 김태원이 "술을 줄여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부활 멤버인 게 믿기지 않아 무대에서 한동안 '저희 부활'이란 말이 어색했다"는 정동하는 "천재인 태원이 형이 술, 담배를 줄이고 식사를 잘하셨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채제민도 "밴드에 들어온 지 10년이 넘었는데 소주 2~3병씩 단 하루도 빠지지 않고 먹더라. 사람이냐. 분명 외계인"이라고 거들었다.

 

김태원에게 음악이란.

 

"음악은 세컨드죠. 퍼스트는 가족이고 그다음이요. 가족이 존재할 때 음악도 할 수 있어요."(김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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