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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상호의 클래식과 친해지기] ②멘델스존의 누나

동생 못지 않은 '음악 천재'…그러나 시대는 그녀를 버렸다

파니 멘델스존의 초상화  /네이버 블로그 캡쳐 (desk@jjan.kr)

멘델스존 탄생 200주년을 축하하는 음악회가 많이 열리고 있다. 선율이 유난히 아름답고 우아한 펠릭스 멘델스존 음악은 이 초가을에 딱 어울리는 음악이리라. 열한살에 작곡하기 시작한 멘델스존은 열네살까지 노래극 네 곡을 비롯 종교, 세속 성악곡 수십곡, 현악 교향곡 여덟곡, 실내악 작품 여섯곡, 다수의 피아노곡, 오르간곡 등을 작곡하여 음악 신동으로 모짜르트에 비견되곤 하였다.

 

그러나 지금 만인에게 잘 알려진 펠릭스 멘델스존 얘기를 하려는 것은 아니다. 여성이기 때문에 자기의 천재를 마음껏 펼치지 못한 펠릭스의 누나 파니 멘델스존 헨젤의 얘기를 하고 싶은 것이다.

 

아마추어 피아니스트였던 멘델스존 어머니는 멘델스존 남매의 음악 공부를 처음에는 본인이 시킨 후 바로 훌륭한 선생들에게 철저한 음악 수업을 받게 했다. 파니는 동생 펠릭스 못지않은 뛰어난 음악적 천재가 있었으나 19세기 초 당시 시대 분위기는 상류층 여성이 음악가로서 활동하는 것을 바람직하지 않게 생각하였다. 그래서 아버지와 동생 펠릭스는 파니의 공개적인 음악 활동을 반대하였다.

 

파니는 스물네살까지는 아버지의 의견을 따랐으나 화가 빌헤름 헨젤과 결혼하면서 아버지의 영향에서 벗어난 뒤에는 그녀가 주최하는 살롱에서 음악활동을 하였다. 피아노에 능숙한 그녀는 자신이 작곡한 피아노곡을 연주하고 동생 펠릭스 피아노곡 '무언가'를 연주하기도 하였다. 그녀는 작곡 재능 또한 뛰어났기에 살롱 음악회에서 연주할 곡들을 다수 작곡하였다. 그녀가 주최한 살롱은 그래서 당시에 가장 유명한 살롱이었다고 한다.

 

여성으로서 아내와 어머니로서의 의무도 열심히 하다 보니 어찌 인생에 회의가 없었을까? 그래서인지 그녀가 작곡한 작품들은 다소 쓸쓸한 분위기가 느껴지기도 한다. 살롱에서 선보인 그녀의 작품들은 노래 250여 곡, 피아노곡 125여 곡 등 500곡이 넘으나 아버지와 동생의 만류로 출판되지 못했으니, 안타까와라. 어떤 곡들은 동생 이름으로 출판되기도 했다고 하니 그녀는 음악가로서의 명성과 자유로운 창작 행복을 마음껏 누리지 못했던 것이다.

 

근래 음악학자들이 그녀의 작품을 계속 찾아내고 있고 그녀가 활동했던 살롱의 중요성이 밝혀지면서 그녀가 펠릭스 누나로서보다 당당한 한 여성 클래식 음악 작곡가로서 귀한 음악적 공헌을 한 것이 평가받게 된 것은 참 다행스런 일이다.

 

하긴 우리네에게도 자녀가 음악을 하겠다고 하면 극구 반대하던 때가 있었다. 특히 나름 상류층이고 싶은 집에서는 딸인 경우는 결혼 잘하기 위한 덕목으로 교양을 돋보이는 데 도움이 된다며 허락했지만, 아들인 경우는 극심하게 반대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고보면 멘델스존 남매 얘기는 우리와 반대인 셈이다. 아버지가 반대하더라도 아버지를 설득하여 남매가 공개적인 음악 활동을 했더라면 얼마나 아름다운 클래식 음악의 향연이었을까!

 

귀하게 알게 되어 누리는 즐거움은 쉽게 알게 된 앎보다 훨씬 더 큰 기쁨을 누리게 하는 법,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공기가 기분좋은 이 초가을에 펠릭스의 음악과 함께 누나 파니의 음악도 찾아 들으면서 파니의 애잔한 정서 속에 클래식 음악과 친해질 수 있으면 참 의미있는 정성이겠다.

 

파니는 실내악 작품을 여러곡 썼지만 작곡한 지 4년 후, 세상을 떠난 지 3년 후에야 출판된 '작품번호 11, 피아노 삼중주'가 동료들간의 대화라는 실내악의 이상을 잘 표현하고 있으니 한번 들어보시기를…. 혹은 '피아노 소나타 마단조'도 좋겠다. 인터넷에서는 파니 보다 화니로 검색하면 더 많은 작품들을 들어볼 수도 있다. 아름다운 음악에 대해 상대적인 우열을 어떻게 운위할까? 확인할 수 없는 한 얘기는 펠릭스는 누나가 자기보다 음악재능이 더 뛰어나다고 얘기하곤 했단다.

 

/신상호(전북대 음악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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