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작가 오준규씨, 30일까지 전주시민갤러리…사진집도 출간
"서민 지도자를 잃은 슬픔, 뒷걸음치는 민주주의. 분노의 추모 현장을 담지 않고는 배길 수가 없었습니다. 몇 달 사이 벌써 아득한 것만 같네요. 그날 우리가 흘렸던 눈물을 잊고 지내면 안 될 것 같아 기획했습니다."
아마추어 사진작가 오준규씨(38·전북장애인종합복지관 근무). 몇 달 사이 두 지도자를 잃자, 그가 받은 충격은 컸다. 그도 부모님을 일찍 잃었고, 손바닥만한 빵을 먹기만을 희망했던 지난한 시절이 길었다. 사진이 좋았지만, '밥벌이' 때문에 '사진쟁이'가 될 수는 없었던 그이기에 굴곡진 그러나 파란만장하게 살아온 두 대통령을 보내며 '울컥'했다. 눈물을 머금고 가슴에 큰 비석을 세웠던 이들을 향한 셔터가 쉴새없이 눌러졌다.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추모 사진집 「그 아름다운 힘, 무릇 살아서」 출간은 진한 눈물을 흘렸던 시민들을 위한 또다른 '희망가'다.
"고 노무현 대통령 추모기간 카메라 둘러메고 서울로 직행했습니다. 2박3일간 길에서 먹고, 자고 했죠. 생수통 하나 들고, 8시간동안 한자리에서 꼼짝없이 갇혔던 적도 있었습니다. 그 장면 놓칠까봐 얼마나 노심초사 했는지. 전경들과 대치하다가 손도 다쳤죠. 하지만 원하는 사진을 얻게 되면, 힘든 건 싹 잊혀져요."
본래 그는 다큐멘터리 사진을 통해 민중들의 희노애락이 담긴 사진들을 기록해왔다. 느닷없는 두 대통령 서거로 인한 전국의 추모열기가 도화선이 된 것.
"진심으로 슬퍼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저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했습니다. 한국 현대사가 먼 과거 이야기로 여겨져, 잃어버린 역사가 되는 건 안될 말이죠."
사진작가 최민식씨의 사진에 '꽂혀' 군대를 제대하자마자 무작정 부산으로 내려가 그를 만나기도 했다. 치열한 열정으로 살아온 그를 마음속 큰 스승으로 섬기면서, 리얼리즘 사진에 관한 조언을 많이 참고했다.
"사진을 업으로 하진 않지만, 그래도 돈되는 사진에 연연해하고 싶진 않습니다. 이왕 찍을 거 돈 좀 되는 거 하란 말도 많이 듣지만, 어쩌겠습니까. 의미있는 작품 남기는 게 차라리 낫지 않겠어요?"
추모사진집은 저가로 출간해 지인들에게 무료로 배포할 참이었다. 하지만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아 선배들이 십시일반으로 도와 추모사진집과 사진전(19~25일 전주시민갤러리에서)까지 열 수 있게 됐다.
"아마 제 직업이 기자였다면, 기아자동차 파업현장에 가서 밥 먹고 살았을 거예요. 앞으로 다양한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를 담은 사진전을 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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