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10일 예술의전당 '기돈 크레머 되기'
'엄숙하고, 딱딱한 클래식은 잊어라'
연주자들이 무대 위에서 옷을 갈아입고, 발을 구르고 춤을 추는가 하면, 낄낄거리며 서로의 음악을 조롱한다.
이 시대 최고의 바이올리니스트로 꼽히는 기돈 크레머가 유쾌하고 파격적인 무대로 클래식 음악에 대한 고정관념에 도전한다.
내달 10일 저녁 8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기돈 크레머 되기(Being Gidon Kremer)'를 통해서다.
음악과 코미디를 결합, 마치 흥미진진한 쇼를 보는 듯한 느낌을 주는 이 작품은 크레머가 요즘 한창 주가를 날리는 '클래식 코미디 듀오' 리처드 형기 주(한국이름 주형기), 알렉세이 이구데스만과 의기투합해 2008년 첫선을 보인 새로운 개념의 클래식 공연이다.
기돈 크레머와 그가 1997년 창단한 크레메라타 발티카의 빼어난 연주, 주형기-이구데스만 듀오가 주도하는 웃음과 해학이 깃든 상황극이 결합돼 관객을 색다른 클래식의 세계로 이끈다.
영국 메뉴인 음대 동문인 피아니스트 주형기와 바이올리니스트 이구데스만은 코믹 클래식 퍼포먼스 '어느 작은 악몽같은 음악'(2004년)으로 유튜브에서 1천500만 건에 달하는 조회수를 기록하며 클래식 음악의 대중화에 앞장서고 있는 연주자 겸 배우다.
막이 오르면 모차르트, 바흐, 쇼스타코비치가 작곡한 정통 클래식부터 엔니오 모리코네, 한스 짐머, 존 윌리엄스, 찰리 채플린의 영화 음악에 이르기까지 귀를 사로잡는 매력적인 선율이 흐른다.
이 음악을 배경으로 클래식 연주자의 인생 여정이 우스꽝스럽게 펼쳐져 '클래식 음악가의 흥망성쇠(The Rise&Fall of the Classical Musician)'라는 부제가 붙었다.
퀸엘리자베스 콩쿠르, 파가니니 콩쿠르, 차이콥스키 콩쿠르를 연달아 석권하며 일찌감치 거장의 반열에 오른 크레머는 정통 클래식의 틀에 갇히지 않고, 현대음악, 영화음악, 탱고 등 끊임없이 인접 장르와 소통해온 대표적인 예술가다.
옛 소련에 속해있던 라트비아 출신이지만 서독으로 망명했다. 이제까지 행보로 볼 때 그가 '기돈 크레머 되기' 같은 공연으로 클래식의 파격을 추구하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표면적으로는 재미와 웃음이 두드러지지만, 한 겹 들어가면 현재 클래식 음악계에 대한 자각과 자성이 담겨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크레머는 "시장 경제가 예술을 점령하는 시대적 분위기 속에서 클래식 공연계도 감성과 지성의 조화, 영혼의 울림 같은 진정한 음악의 가치를 놓친 채 상업적인 '하향평준화'가 일어나고 있다"며 "희극은 비극이 더 이상 소용이 없을 때 시작된다"고 말한다.
4만-15만원. ☎02-318-4301.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