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문집 '아버지, 그리운 당신' 출간
문인들이 쓴 아버지 이야기, 또 문인을 아버지로 둔 이들이 쓴 이야기를 묶은 산문집 '아버지, 그리운 당신'(서정시학 펴냄)이 출간됐다.
계간 '대산문화'에 연재된 원고를 중심으로 최동호 시인과 곽효환 시인이 함께 엮은 이 책에서는 황동규, 조정래, 신달자, 정호승, 공지영, 김애란 등 주요 문인들의 아버지 이야기를 통해 이 시대 다양한 아버지의 모습을 만날 수 있다.
아버지라는 주제는 누구에게나 이야기하기 쉽지 않은 주제지만 아버지의 대를 이어, 아버지의 그늘 아래서 문학의 길을 걷고 있는 문인들로서는 아버지 이야기를 꺼내는 것이 더욱 조심스러웠다.
소설가 황순원의 아들인 황동규 시인과 소설가 한승원 씨의 딸인 소설가 한강 씨는 거듭된 설득 끝에 청탁에 응했다.
황 시인은 "아버님이 돌아가신 후 지금까지 나는 아버님에 관한 얘기를 가능한 한 삼갔다"며 "아버님이 타계하시고 8년이나 지났으니 이제 돌아볼 때가 되지 않았을까"하며 숨겨뒀던 아버지 이야기를 꺼냈다.
"내가 아버지로부터 문학에 대해 배운 것은 정말 많을 것이다. 추상명사를 피하라, 불가능할 때까지 추고하라, 지식 자랑을 하지 마라 등등. 그러나 과거를 돌아볼 때 적어도 받은 것만큼은 아버님에게서 벗어나려고 애쓴 흔적이 눈에 띈다."(22-23쪽)
"귀밑머리 희어질 때쯤 쓰겠습니다"라는 변명으로 "오랫동안 아버지에 대한 글을 피해 도망다녔다"는 소설가 한강 씨도 지금쯤 책상 앞에 앉아 글을 쓰고 있을 아버지 한승원 씨의 기억을 하나씩 떠올린다.
"어느 순간, 갑자기 아버지의 모든 것을 이해하게 되는 순간이 자식에게 찾아온다. 그것이 자식의 운명이다. 인생은 꼭 그렇게 힘들어야 하는 건가, 하는 의문 없이. 불만도 연민도 없이. 말도 논리도 없이. 글썽거리는 눈물 따위 없이. 단 한순간에."(75쪽)
소설가 김애란 씨는 자신의 소설 속에 등장하는 아버지와 많이 닮은 낭만적인 실제 아버지 이야기를, 소설 속에서보다 좀더 애정 어린 어조로 들려준다.
"현실적인 우리 어머니, (쌍둥이 중) 하나 버리자고 했을 때, 낭만적인 우리 아버지, 절대 버릴 수 없다 말씀하신 것-나, 잊지 않고 있다. 그런 건 '나 김정래란 사람을 한 번 믿어 보시유'라던가 '앞으로 절대 변하지 않을 거다'란 말을 거리낌 없이 할 수 있는 사람에게 퍽 어울리는 선택이라는 것도."(287쪽)
고인이 된 근대 문인들을 회고하는 자녀들의 글도 있다.
야구장에서 뇌출혈로 쓰러졌다 '기적의 약'을 먹고 회생해 대표작 '성북동 비둘기'를 써내려간 김광섭 시인이나 크고 작은 염문설로 끊임없이 아내를 힘들게 했던 유치환, 치밀한 추리소설을 쓰는 작가답지 않게 엉성하고 비논리적이었던 김내성 등을 문인이 아닌 아버지의 모습으로 접할 수 있다.
288쪽. 1만1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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