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도 연극도 65세부터…11개월동안 일주일에 한 번 모여 연습
'신파극 불효자는 웁니다'가 전문 배우가 아닌 65세 이상 노인들로 구성된 연극반 노인들에 의해 무대에 올려졌다. 전문 배우들의 연기에는 비할 수 없지만 연극이 진행되는 동안 관객들은 노인 배우들의 연기에 점점 몰입했다. 연극이 끝난 뒤에는 관객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배우들을 향해 뜨거운 격려의 박수를 보냈다.
지난달 30일 전주시평생학습센터 2층 대강당. 공연시간(오후 2시)을 한시간 정도 앞둔 상황이지만 무대 위에서는 한참 리허설이 진행 중이다. 강당에 사람이 들어오는 것도 모른 채 연습에 몰입한 배우들은 안골노인복지관 연극반. 연극반 노인들은 이날 발표회를 위해 지난 4월부터 매주 3시간씩 독하게 연습했다.
발표회가 열리는 이날도 예외는 아니다. 노인들에게 연극을 지도한 장경림씨의 진행에 맞춰 대사 하나하나 동작 하나하나를 맞춰보는데 여념이 없다.
"어머니 그게 아니고요. 사람이 나오지 않는다고 기다리면 흐름이 끊기 잖아요. 안 나오면 안 나오는대로 그냥 진행하세요." 리허설 중간 연극을 지도하던 장씨의 목소리가 강당에 메아리 친다. 무대 위에서 연기를 펼치던 노인들이 일순간 경직된다.
장씨의 고함소리에 잠시 멈췄던 리허설이 이내 재개되고, 노인 배우들은 자신들의 역할에 다시 몰입한다. 리허설을 진행하는 동안 공연을 보기 위한 관객들이 속속 입장했다. 드디어 공연시간인 오후 2시. 경쾌한 음악소리와 함께 연극이 시작됐다.
본 연극이 시작되자, 리허설 때 우왕좌왕 대던 노인들은 온데간데 없다. 다만 그동안 고생의 열정을 뿜어내는 배우들만이 무대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연극을 보러온 김모씨(67)는 "너무나 감동적이다. 전문배우들 보다 연기를 더 잘하는 것 같다"며 미소를 짓는다.
안골노인복지관 노인들에 의해 이날 무대에 올려진 연극'불효자는 웁니다'는 40여분간 공연됐다. 짧지 않은 공연이 진행되는 동안 몇 차례의 실수도 있었지만 그 어느 연극공연보다 호응과 박수는 컸다. 공연 말미에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어머니, 어머니'를 애타게 부르는 아들의 연기에는 관객들의 눈가가 붉어졌다.
40여분 간의 공연이 끝난 뒤 무대를 내려온 노인 배우들의 얼굴이 붉게 상기돼 있다. '해냈다'는 벅찬 감정을 추스르지 못해 몇몇 노인들은 눈물을 보인다.
"일주일에 한 번 전체가 모여서 손발을 맞춰보고, 매일매일 집에서 한시간씩 대사와 노래 연습을 했어요. 짧지 않은 기간 참 많이 힘들었지만 보람도 큰 것 같아요."
이날 무대에 올려진 불효자는 웁니다에서 주인공인 진호역을 맡은 양복식씨(68·전주 효자동)는 "나이를 먹으면서 무엇인가를 외우고, 큰소리로 말을 하는 것이 건강에 좋을 것 같아 지난해 연극반에 가입했다"면서 "연극을 하면서 그동안 살면서 느끼지 못한 새로운 인생을 느낀다"고 말했다.
양씨는 또 "1년 동안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막상 무대위에서 공연을 끝내고 나니, 열심히 노력하면 안될 일이 없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됐다"며 "앞으로 어떤 어려운 일도 뭐든 해낼 수 있을 것 같다"고 자신감을 내비췄다.
이번 무대에서 불효자의 어머니 역할을 맡아 관객들의 눈물을 뽑아낸 정화자씨(69·전주 남노송동)는 "예전에 생활체조강사로 활동했던 경험이 이번 연극에 많은 도움이 된 것 같다"면서 "지난 11개월의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다. 너무나도 즐거운 시간이었다"며 미소지었다.
그는 또 "내년에는 더 좋은 연극을 선보이기 위해 단원들과 함께 열심히 노력할 생각이다"면서 "이렇게 열심히 노력해 완성한 작품을 많은 노인들에게 선보이고 싶다. 자원봉사로 공연할 장소가 있으면 소개시켜 달라"고 말했다.
안골노인복지관 오인철씨는 "어르신들에게 배움의 기회를 넓히고 자신의 재능과 특기를 발견해 즐거운 노년을 보낼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연극반을 운영하게 됐다"며 "공연을 지켜보면서 어르신들의 연기에 매우 놀랐고, 감동을 받아 울컥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앞으로도 노인들의 즐거운 노후생활을 지원하기 위해 연극반을 지속적으로 운영할 예정이다"면서 "어르신들의 공연이 1회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지역의 많은 어르신들의 문화욕구를 충족시켜줄 수 있는 또 하나의 컨텐츠가 되도록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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