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모가 경쟁력인 시대에 키가 180㎝보다 작은 남자는 루저(패배자)라고 생각한다."
지난달 9일 한 여대생의 이러한 발언이 별다른 여과 장치 없이 KBS '미녀들의 수다'를 통해 그대로 나가면서 사회적으로 큰 논란이 됐다. 외모 지상주의를 부추길 뿐만 아니라 키가 작거나 뚱뚱한 사람은 무시해도 된다는 풍조를 만들 수 있다는 우려가 일었다.
이와 함께 막말과 폭로, 비방전으로 얼룩진 TV 프로그램에 대한 규제 필요성이 강하게 제기됐다.
'루저 발언'으로 한바탕 홍역을 치른 KBS는 1일 '방송의 소재 및 표현에 관한 예능 프로그램 제작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이 가이드라인의 주요 내용은 출연자 간 지나친 인신 공격적 표현 및 상대방에 대한 비하를 금지하고 비속어, 은어, 인터넷 조어, 혐오어 등을 자막으로 표기해 강조하는 행위를 막는다는 것이다.
또 방송통신위원회와 KBS 심의실 및 예능제작국의 자체 심의결정으로 상습적인 막말과 비속어 사용이 3회 이상 지적된 출연자는 프로그램에서 퇴출하는 '삼진아웃제'를 실시하겠다는 내용도 포함하고 있다.
KBS의 이같인 조치에 전문가들은 '사후약방문'이지만 뒤늦게라도 가이드라인을 정해 '막말 방송'을 규제하려는 움직임은 일단 환영할 만하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과연 이 제도가 얼마나 실효성 있게 운영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한다.
우선 어디까지를 막말로 볼 것인지에 대한 기준이 모호한 데다 모든 프로그램의 내용을 사전에 모니터링하기 어렵다는 문제점이 있다. 프로그램을 사전에 검증한다고 해도 제작진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것 아니냐는 내부 반발도 고려해야 한다.
또 3번 이상 막말 발언으로 문제가 된 출연자를 퇴출한다고 해도 '루저 발언'의 여대생처럼 단발성 출연자의 경우 가이드라인을 적용하는 것이 큰 의미가 없다.
충남대 윤석진 교수는 "기존에도 방통위나 방송국의 자체 심의실 등 '막말 방송'을 규제할 수 있는 제도가 충분히 있었지만 이를 제대로 운영하지 못했기 때문에 '루저 발언' 사건 등이 발생했다. 문제는 제도가 아니라 제도의 제대로 된 운영"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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