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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백가쟁명] 영화 아끼는 사람들의 '언덕' - 신귀백

신귀백(영화평론가)

소만 그런가. 언덕이 있어야 한다. 상업영화들이야 스크린이 많아서 문제였지만 그동안 독립영화들은 비빌 언덕이 없었다. 그런데 올해 영화의 거리 한 켠 구 보건소 자리에 전주영화제작소가 생기면서 전시와 상영 등 비빌 일이 많아졌다.

 

객사가 클래식하다면 이 건물은 영화의 거리에서 가장 모던한 건물이다. 유리와 철제 빔을 커버한 밝은 색상은 새침한 모습의 세련된 여성의 이미지다. 이 동네가 떡볶이와 오징어다리를 파는 수수한 점빵과 깔끔한 커피숍이 한데 어우러진 것처럼 어색하지 않다. 전통 속의 조화다.

 

작다. 그리고 예쁘다. 내부로 들어서면 소박하면서도 깔끔하다. 전주디지털독립영화관이란 드라이한 이름이 붙은 4층 영화관의 110석 붉은색 의자는 푹신한 데다 여름엔 시원하고 겨울엔 따뜻하다. 매표소에는 원두커피 자판기가 있는데 300원치고는 맛도 좋다. 그 앞 자료열람실에서는 그동안 국제영화제에서 상영한 영화들을 1000원이면 감상할 수 있다. 4층 바깥 로비에는 담배 피우기 좋게 재떨이도 마련되어 있고. 이 동네 주차요금이 살벌한데, 물론 공짜다.

 

전주에서 영화를 만드는 김영혜 감독의 <낯선 곳 낯선 시간> 과 김건 감독의 장편영화 <패밀리 마트> 가 월드프리미어로 상영된 공간이 바로 이곳이다. 작은 영화제를 할 때마다 극장에 찾아가 구걸하지 않아도 좋을, 내 집은 아니어도 우리집이 생긴 것이다. 동안 베네수엘라와 멕시코영화제 그리고 전주출신 영화배우 고 장진영 추모영화제 등을 진행했으며 가을에는 전북독립영화제와 청소년영화제 등 작은 영화제를 개최하는 의미 있는 장소로 자리매김했다.

 

그동안 전북지역 영화인들의 숙원이었던 이곳이 친숙한 공간으로 자리잡았지만 과연 시민들도 그런가? 이 새로운 풍경이 일상적 경험 속에서 의미를 찾는 쉼표가 가능한 공간인가 묻고 싶다. 1층의 전시공간과 체험공간은 섬닷하다. 4층 상영관 앞에 자리한 라이브러리 기능이 1층으로 내려오면 좋겠다. 더 많은 영화와 문화관련 책자와 검색 시스템을 마련하여 시민들이 차를 마시고 담소할 공간으로 쓰였으면 한다.

 

하나 더. 부산이나 부천 등지에서 온 영화인들은 전주국제영화제나 독립영화협회 그리고 전주영상위원회에 찾아오면서 왜 이 단체들이 오피스텔에 거주하느냐고 묻는다. 함께 있으면 오붓하니 좋다고 웃으며 말하지만 알 사람은 안다. 그래서 전주시에 바란다. 이 단체들은 전주영화제작소에 입주해야 한다.

 

12월, 여기 전주디지털독립영화관에서 '겨울, 환상 그리고 영화'라는 주제로 상큼한 겨울 영화들을 준비했다. 그 중 대표작 하나. 2008년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최고의 화제작 <렛미인> 을 상영한다. 멜로에 뱀파이어가 섞인 성장영화이며 블랙코미디까지 온갖 장르가 뒤섞인 이 영화는 전주 시민들에게 북구의 가슴시린 아름다운 동화를 들려 줄 것이다. 와서 꼭 보시라. 이 공간은 시민들이 비빌 언덕이니까.

 

/신귀백 문화전문객원기자(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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