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선언 6ㆍ9' 헌정문집 펴내
"지상에서 쫓겨난 사람들이 난간 위에 망루를 세웠다. 망루가 서있던 난간은 무너진 하늘의 일부였다. 그곳은 철거민들의 소도였지만, 관리들은 용산 4지구라고 불렀다. 누군가 망루에 불을 질렀고, 시커멓게 타버린 사람들이 들것에 실려 급하게 이승을 빠져나갔다. // 모두 난간 위에 살고 있으면서도 발아래 세상을 보지 못했다."(박후기 '난간에 대하여' 중)
'문학의 정치성'이 올해 문단의 주요 화두 중 하나였을 정도로 올해는 문인들의 정치적, 사회적 목소리가 어느 해보다 두드러진 한 해였다. 그중에서도 문인을 비롯한 문화예술인들의 대사회적 목소리를 결집한 가장 큰 구심점은 바로 올해 1월의 용산참사였다.
'지금 내리실 역은 용산참사역입니다'(실천문학사 펴냄)는 용산참사 이후 시인과 소설가, 평론가, 화가, 만화가 등 여러 장르의 문화예술인들이 낸 목소리를 한데 모은 책이다.
지난 6월 뜻이 맞는 문인 192명이 결성한 '작가선언 6ㆍ9'가 엮은 이 책에서는 문화예술인 50여 명이 시와 산문, 희곡, 사진, 그림, 만화 등으로 용산참사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참담한 현실에 대한 분노를 표현했다.
"이것은 정말 거꾸로 된 세상 / 집 잃은 시민들이 시위하다 불타 죽은 아침 / 억울해 울면서 항복하듯 다리를 들고 / 팔목이 시도록 맨손으로 우리는 / 이 땅을 디딜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정희성 '물구나무서서 보다' 중)
"경찰은 그들을 적으로 생각하였다. (중략) 이날의 투입 작전은 경찰 한 명을 포함, 여섯 구의 숯처럼 까맣게 탄 시신을 망루 안에 남긴 채 끝났으나 애초에 경찰은 철거민을 사람으로 생각하지 않았으며 철거민 또한 그들을 전혀 자신의 경찰로 여기지 않았다."(이시영 '경찰은 그들을 사람으로 보지 않았다' 중)
소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의 조세희씨는 추천사에서 "오늘 바로 이 땅에서 행복해하는 사람은 도둑이 아니면 바보일 것"이라며 "이 책은 이성의 힘으로 캄캄한 죽임의 시대를 증거하려는 젊은 작가들의 생생한 양심의 기록"이라고 말했다.
책의 판매수익금은 용산참사 추도 기금으로 쓰일 예정이며, '작가선언 6ㆍ9'는 8일 오후 용산4가 참사현장에서 '다시, 이것은 사람의 말'이라는 제목으로 출간 기념행사를 마련한다.
424쪽. 1만6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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