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지체험이 내 삶의 양지"
"돌이켜보면, 나는 이 세상에서 '주전 멤버'는 아니었다. '어시스트'를 주로 한 셈이었다. 축구로 말하면 득점과 그에 따른 함성은 내 몫이 아니었다. 아니, 어쩌면 실점의 위기를 막아내야 할 수비수이기도 했다. 화려한 주역은 아닐지라도, 누군가가 맡고 나서야 할 소중한 배역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자서전은 얼마쯤의 역할 자각이 깔린 '세상 도우미의 노래'이자 '수비수의 비망록'이라고 할 수 있겠다."
한승헌 변호사(75)의 자서전 「한 변호사의 고백과 증언」(한겨레출판)은 개인의 자서전이라기 보다는 때로는 군사독재정권시대 '시국사건 변호인 1호'로서, 때로는 피고인의 한 사람으로서 한국 현대사의 굵직굵직한 시국사건을 총망라한 증언록이라고 할 수 있다.
자서전임에도 불구하고 증언자로서의 역할을 내세운 것은 "의를 위해 저항하고, 무도하게 탄압받고, 그러면서도 '바른 세상을 향한 열정을 접지 않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것이 변호사 된 자의 소임"이라는 믿음 때문이었다.
남정현의 소설 「분지」 필화사건부터 김대중 내란음모사건, 동백림 사건, 김지하 시인의 '오적' 사건, 2004년 노무현대통령 탄핵사건까지 한 변호사의 이름이 변호인 혹은 피고인으로 등재돼 있는 사건들은 폭력의 역사이자 아픔의 역사. 고난과 역동의 세월을 돌이켜 보며 그는 음지 속에서 더 많은 깨달음을 얻었고 인간적으로 성숙했으며 보람을 찾을 수 있었다고 말한다. 음지 체험이 곧 삶의 양지였던 것.
책은 '내 삶의 부감도와 학창시절' '시국사건 변호사의 험난한 세월' '1970년대 이 땅의 광기 속에서' '끝없는 고난의 행렬을 따라' '변호사-구속자-실업자-구속자-실업자' '1980년대의 감옥살이, 강단, 법정' '민주·통일을 향한 '사건' 속에서' '감사원에서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까지' '나 자신으로 돌아와서' 등 총 9부와 에필로그 '그래도 못다 한 말'로 구성됐다. 한겨레신문에 연재했던 '한승헌의 사랑방 증언'을 다시 다듬고 가족 이야기와 건강과 신앙, 유머 등을 덧붙였다.
진안에서 태어난 한 변호사는 전주고등학교와 전북대를 졸업했다. 고등고시 제8회 사법과에 합격, 졸업 후 군법무관, 검사로 복무하다가 1965년 변호사로 전신했으며 감사원장과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 위원장 등을 지냈다. 자유실천문인협의회 이사, 국제앰네스티 한국위원회 전무이사,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인권위원, 민주회복국민회의 중앙위원, 민주헌법쟁취국민운동본부 상임공동대표 등을 맡아 민주화·인권운동에 나섰다.
현재는 법무법인 '광장' 고문변호사, 헌법재판소 자문위원, SBS시청자위원회 위원장, 전북대·경원대 석좌교수로 재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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