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일반기사

[문학] 사회사적 맥락 속에서 시어 뜯어 읽기

유종호 '시와 말과 사회사' 출간

"한동안씩 잊었던 이 엽전 선비의 길 / 시월 상달 날 맑으니 또 북으로 뻗치는구나!"

 

서정주의 시 '시월유제'에 등장하는 '엽전 선비'라는 낯선 단어는 우리말 큰사전에 따르면 '구닥다리 선비'라는 뜻을 갖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이 단어의 사전적 의미를 안다고 해도 이 시의 참맛을 느끼기에는 부족하다.

 

문학평론가 유종호 전 연세대 교수는 '시와 말과 사회사'(서정시학 펴냄)에서 이 '엽전 선비'라는 단어야말로 이 시가 1950년대에 쓴 시라는 것을 선연히 드러내는 시어라고 말한다.

 

모더니즘의 구호가 판치던 1950년대의 시대상과 당시 만연해 있던 우리의 민족적인 자학 성향을 함께 이해한다면 '엽전 선비' 속에 담긴 "비속어이되 비속하지 않고 자조적이되 비굴하거나 천박하지 않은 반속적 함의"를 알아챌 수 있다는 것이다.

 

계간 '서정시학'에 연재됐던 글을 중심으로 묶인 '시와 말과 사회사'에는 이렇게 유 교수가 "우리말에 대한 문학 독자의 섬세한 관심을 환기시키기 위해 낱말이 가진 명시적 의미와 사회사적 함의를 구체적 시편 속에서 검토해 본" 글들이 수록돼 있다.

 

사회사적 맥락 속에서 시어를 뜯어 읽으면서 텍스트 아래 숨은 시의 참맛을 이해하거나, 시어를 통해 당시 사회상을 엿보는 것이다.

 

가령 시대별 시 속에 자주 등장하는 질병을 보면 대개 사회의 변화와 궤를 같이하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폐결핵이 근대 초기 시 속에 단골로 등장하는 병이었다면 요즘 들어서는 천양희 시인의 시 '어떤 일생'에 등장하는 '히스테리아 시베리아나'라는 병처럼 세분화되고 희귀한 질병이 속속 등장하는 식이다.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100
최신뉴스

사건·사고경찰, ‘전 주지 횡령 의혹’ 금산사 압수수색

정치일반‘이춘석 빈 자리’ 민주당 익산갑 위원장 누가 될까

경제일반"전북 농수축산물 다 모였다"… 도농 상생 한마당 '신토불이 대잔치' 개막

완주‘10만490명’ 완주군, 정읍시 인구 바짝 추격

익산정헌율 익산시장 “시민의 행복이 도시의 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