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시와 함께하는 다문화 자국 의상 페스티벌
"차~암, 조은 땅신. 어느 뽐날, 당신의 싸랑으로 응딸지던 내 뒤란에 햇빛이 드리치는 기쁨을 나는 보았씀니다."
중국 새댁인 바리홍(33)씨가 김용택 시인의 '참 좋은 당신'과 마주한 이날 무대는 뭉클했다. 16일 오후 2시 웨딩캐슬에서 열린 아름다운다문화가정지원센터(대표 서진숙)의 '아름다운 시와 함께하는 다문화 자국 의상 페스티벌'. 심순덕 시인의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가 낭송되자 분위기는 고조돼 이곳 저곳에서 훌쩍이는 소리가 들렸다.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씀니다. 찬빱 한 떵이로 대충 부뚜막에 앉아 점심을 때워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씀니다."
방망이질하는 마음을 추스리며 더듬거리며 읽던 조세핀씨(45)도 목이 메여 말을 잇지 못했다. 지난 11년간 한번도 고국에 가보지 못한 설움을 누가 알까. 줄줄이 낳은 아이들만 해도 다섯. 하지만 이날 시낭송은 언어의 벽을 넘어 하나가 된다는 것, 문학의 힘이 위대하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게 했다.
아름다운다문화가정지원센터는 지난 8월부터 일주일에 두 번씩 이주민 여성을 대상으로 시낭송수업을 진행해왔다. 이날 무대에 오른 주인공은 유미숙 광주보건대 전임교수의 첨삭 지도를 맡은 애제자들.
유 교수는 "한국 시를 사랑하고 이해할 줄 아는 이들의 열정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며 "'엄마 이야기'만 나오면 눈물 흘리는 이들이 많아 함께 울고 웃으며 정을 많이 쌓았다"고 했다. 정확한 발음을 위해 입에 연필을 물고, TV 프로그램을 녹화해 따라하는 등 피나는 노력의 결과로 이사금(28)씨와 조세핀씨는 그리운 가족 품으로 돌아갈 수 있는 비행기왕복 티켓을 얻을 수 있었다.
뒤이은 자국 의상 패션쇼에서는 한복, 치파오(중국 전통의상), 아오자이(베트남 전통의상) 등으로 갈아입은 이들의 화려한 워킹도 선보였다. 이날 하루 만큼은 누구라도 시인이 됐고, 누구라도 모델이 됐던 시간.
서진숙 대표는 "이번 기회를 통해 국적은 달라도 어머니에 대한 생각은 하나라는 것을 알게 됐다"며 "더 많은 이들에게 비행기 티켓을 주지 못해 안타깝지만, 앞으로 이주민 여성들이 한국 생활에 제대로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데 적극 신경쓰겠다"고 말했다.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