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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감영과 4대문복원] ⑦해외 사례-(2)일본 다카야마

에도시대 건축물 원형 다카야마…진야 앞 광장 아침시장으로 개방

진야앞 광장의 아침시장 모습. (desk@jjan.kr)

일본의 대표적인 전통도시인 히다지역의 다카야마(高山)는 일본의 4대 섬 중 가장 큰 섬인 혼슈(本州)의 중앙부분인 기후현(岐阜縣)에 위치한 곳으로 일본열도의 한 가운데에 자리하고 있는 곳이다. 이 지역은 산으로 둘러싸인 지형적 특성이 여인들 옷의 주름이 겹친 것과 같다고 해서 유래된 히다라는 지명으로 통칭된다. 또 다카야마(高山)란 한자 표현에도 나타나고 있듯이 험한 산과 산 사이에 좁은 계곡들이 쭉 이어져 산촌 취락지가 산재한 분지의 하나인 다카야마 분지에 위치한 일본의 대표적인 전통도시로 교토를 지나 56개의 터널을 거쳐 도착할 수 있었다. 따라서 지역적으로 일본의 산업화 과정에서 소외되었고 2차대전의 피해도 입지 않아 과거 일본의 전통 문화와 전통 공간이 보존될 수 있었던 지역이다. 특히, 일본 에도시대 60여곳에 설치되었던 관아 가운데 유일하게 그 원형이 남아있는 다카야마 진야(高山 陣屋)가 있고 전주의 한옥마을처럼 옛 건축물과 시가지가 남아 있으며 일본의 3대 축제 중의 하나인 다카야마 마츠리로 유명한 도시이다. 그래서 이곳은 '작은 교토(리틀 교토)'라고도 불리는 전통도시이다.

 

다카야마는 약 450년전 무로마치(室町)시대 말기에 현재 도시의 중앙부에 위치한 텐진산(天神山, 지금의 시로야마(城山))에 성을 쌓았기 때문에 이곳을 다카야마라 부르게 되었다고 전해진다. 현재는 성은 사라지고 성 밑의 전통 시가지와 관련 건축물들이 잘 보존되고 있다.

 

최근에는 '살기 좋은 도시는 방문하기 좋은 도시'라는 슬로건 아래 전통적 거리의 보존과 아울러 고령자와 장애인들도 쾌적하게 살 수 있는 생활 환경을 조성하여 '장벽 없는 도시' 조성을 추진하여 전통문화도시의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다.

 

다카야마를 대표하는 공간은 에도시대이래의 전통 건축물 보존지구이다. 이 곳은 다카야마 시내를 흐르는 미야가와(宮川])강 동쪽에 고색창연한 거리로 남아 있는 데 크게 세 개의 가로망을 따라 이치노마치(一の町), 니노마치(二の町), 산노마치(三の町)로 구성되어 있고 그 중에서도 에도시대의 집들이 남아 있는 것이 산노마치이다. 이곳은 성곽도시인 다카야마의 모습을 가장 많이 남기고 있고 술양조장과 격자집들이 이어져 '국가 중요 전통 건축물군'으로 지정되었다.

 

특히 주목되는 곳은 에도시대로부터 중앙의 관리인 대관(代官)이 파견되고 여기에 관청을 두고 히다지역을 다스린 관청건물인 다카야마 진야이다. 일본에서 대관소(代官所) 건물이 남아 있는 것은 전국에서 유일하게 다카야마 뿐으로 전통문화의 상징공간으로 자리하고 있다. 이는 전라감영을 복원할 예정인 전주에게 가장 많은 시사점을 제공하고 있다.

 

이 곳은 일본 전통시대 지방통치공간의 상징적 공간으로 우리나라 관아와 거의 같은 공간적 구성과 기능을 한곳이다. 공간별로 관련 기물과 장식재료를 구분하여 신분에 따른 장소별 차등을 두고 있는 모습과 민·형사 재판공간, 취조 및 고문하던 공간, 내아에 해당하는 생활공간 등이 공간별 구분을 통해 잘 남아 있었다. 특히, 세금을 징수하고 보관한 전통 창고의 규모가 매우 컸을 뿐 아니라 이를 박물관 공간으로 활용하여 역사성과 사실성을 적절히 보여주고 있어 매우 인상적이었다. 한편, 매우 헌신적인 관광안내원과 현장관리인들의 모습은 지역전통을 부각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잘 나타내 주고 있었다. 관계자 및 지역 행정담당관들도 일본에서 유일한 관아건물을 보존하고 있다는 점을 매우 자부심있게 설명하고 있어 이 지역을 대표하는 문화자원에 대한 사랑과 자긍심을 느낄 수 있었다. 또한 관아의 원래공간을 확보하고 일부 화재로 소실된 건물터도 그 초석들을 보존하고 있는 모습은 전라감영의 복원을 앞두고 있는 우리에게 역사공간의 진정성 확보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일깨워 주고 있다. 이는 전라감영을 복원하여 전주의 대표적 문화자원의 거점으로 자리하도록 계획하고 있는 전주시, 전라북도의 방향성 정립에 큰 참고가 될 부분이라고 생각된다. 특히, 진야 앞의 광장은 매일 새벽 시민들과 주변 농민들의 아침시장 공간으로 개방하여 주민들의 적극적 생활공간으로 활용하고 있어 단순한 역사공간이 아닌 생활공간으로 병용한다는 점에서 역사문화공간의 실용적 활용의 내용을 잘 보여주고 있었다.

 

한편, 산노마치를 비롯한 전통 건축물군은 전주 한옥마을과 대비되는 일본의 대표적 전통건축물 군으로 지역적으로 접근성이 좋지 않은 위치임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인들이 방문하는 곳으로 자리잡았다. 특히 대만 싱가폴 등 아시아권 뿐만 아니라 유럽의 다양한 나라 사람들이 이곳을 방문하여 밤 늦게까지 거리를 배회하는 모습은 전통의 원형과 내용을 보존하면 결국 세계인의 관심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주었다. 또한 거리골목마다 다양한 관광 상품으로 매장을 장식하고 지역 특산품을 자연스럽게 접하게 하는 판매방식을 통해 거부감없이 관광객을 유도하고 있었다. 그리고 큰 간판없이 상품진열을 통해 각 상점의 특색을 보여주어 외관을 깔끔하게 정리한 모습은 우리 지역이 서둘러야 할 모습으로 생각된다.

 

또한 100여년 이상된 양조장 건물인 요시지마 가문주택, 쿠사카베 민예관 등은 호쾌하게 쌓아올린 대들보와 넓게 보이는 공간미로 에도시대의 기법을 최대한 살린 민가건축의 집대성으로 이들 공간을 유료개관하여 지역 전통민가건축에 대한 이해를 살리는 모습도 주목된다. 인상적인 것은 집의 주인이 이들 공간을 갤러리 등으로 활용하며 직접 공간을 설명하는 등 나름의 자부심을 표현하는 모습과 골목에 마련된 조그마한 히다민속고고관 등 작지만 의미있는 기념공간들이 다양하게 자리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살기 좋은 도시가 방문하기 좋은 도시'라는 표어는 지역주민이 잘 살고 있어야 외지 관광객도 찾아온다라는 시 행정부의 방침과 정책실천은 주민을 최우선으로 표방하며서도 관광정책과 잘 연동시키고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그러다보니 지역민들은 이 지역에 대해 매우 자부심이 높았을 뿐만 아니라 서로가 적극적으로 지역을 소개하고 발전시키는 자원봉사자 역할을 하고 있었다. 이러한 지역민들의 노력은 2009년 일본정부가 일본전통도시를 국가적으로 지원하여 발전시키기 위해 제정한 '역사마을 만들기 법'의 첫 대상도시 가운데 가나자와와 다카야마가 1,2위로 선정되어 사업이 진행되게 하였다.

 

이러한 국가의 정책적 지원과 시 당국의 노력 특히, 주민들의 적극적 참여와 자긍심 고양을 위한 다양한 활동은 전주를 한국의 대표적 전통문화도시로 만들기 위한 우리들의 노력에 많은 참고가 된다.

 

/일본 다카야마=조법종 기획 참여 전문가(우석대 교수·전주시 문화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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