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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상호의 클래식과 친해지기] (18)클래식과 여성 (1)

사회적 편견 깬 용감한 여성 작곡가

클래식에는 왜 여성 작곡가가 드물까? 클래식의 위대한 작곡가들이 거의가 남성인 것은 무엇 때문일까?

 

여성은 본래 작곡능력이 부족한 것인가? 아니다. 서양 기독교 사회의 보수적인 경향이 여성들의 공적인 사회활동을 바라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숙하고 순종적인 여성을 원하는 사회분위기에서 여성의 음악활동은 창작보다는 실내의 건반악기 연주에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상류층 여성들은 집에서 책을 읽고, 건반악기 연습을 하며 교양 있고 세련된 인격을 쌓아야 했기 때문에 따라서 그녀들의 건반 악기 연주능력은 뛰어났다.

 

밖에서의 공적 활동을 끝내고 집에 온 남성들이 가족과 실내악을 연주하며 화목하고 여유있는 휴식을 취하는 상류층 가정의 풍경! 그러니 대개 여성이 연주하는 건반악기의 기교는 고난도의 수준이었고 연습할 시간이 적은 남편이나 오빠가 연주하는 바이올린이나 첼로, 플롯, 오보에, 바슨 등의 기교는 비교적 쉬웠다. 작곡가들은 그런 분위기의 수요에 부응하는 곡들을 많이 썼던 것이다. 고전시대와 낭만시대 클래식이 특히 그렇다. 섬섬옥수 백옥 같은 손이 피아노의 희고 검은 건반위에서 이름답게 춤을 추며 노래하는 그런 음악을 좋아했던 것이다.

 

그렇지만 알려지지 않은 기록의 클래식에는 클래식에 중요한 공헌을 한 여성작곡가들이 많이 있다. 종교음악을 중시하던 중세시대의 세속음악의 보존과 기록 그리고 새로운 음악의 창작과 같은 음악활동은 수녀원에서 이루어진 예가 많았다. 그런가하면 사회적 편견에 용감하게 도전한 예도 있다. 스스로 자신을 직업적 작곡가라며 자신의 곡을 자신의 이름으로 출판한 막달레나 카수라나(Maddalena Casulana, 1544경~1590경)는 그런 예의 16세기 첫 여성 작곡가이다. 그녀는 자신의 이름을 공적으로 드러내며 작곡활동을 했다. 그녀의 마드리갈(이탈리아의 세속노래)은 가사의 묘사나 의외의 화성, 극적 대비 등이 창의적으로 잘 표현되어 있다.

 

바로크 시대의 바르바라 스트로치(Barbara Strozzi,1619~1964) 역시 자신의 작품을 자신의 이름으로 출판한 여성작곡가이다. 베네치아 태생인 그녀는 당시 유명한 시인이자 극작가 줄리오 스트로치의 양녀(혹은 친딸 일 수도 있다)로 알려져 있고 10대 때부터 자기 집에서 열리는 시인과 작가들 모임인 우니조니 아카데미(Unisoni Arcademy)에서 노래를 불렀다. 그리고 베네치아 최고의 오페라 작곡가인 프란체스코 카발리, 몬테베르디에게서 작곡을 공부하여 20대 중반에는 스스로 작곡한 8권의 음악모음곡집을 출판하였다. 그 모음곡집에는 마드리갈, 아리아, 칸타타, 모테트 등 성악곡 100여곡이 포함되어 있어 당시 어느 누구보다도 활발한 활동을 한 여성작곡가로 알려지고 있다.

 

멘델스존의 누이 파니와 로베르트 슈만의 부인 클라라 슈만의 클래식 공헌은 기록된 음악사에도 나타난다. 탁월한 피아니스트로서만 알려져 있는 그녀들은 근래의 연구에 의해 그녀들이 작곡한 작품 역시 예술적으로 수준 높은 곡들임이 속속 밝혀지고 있다. 클라라가 20세 때 쓴 일기는 여성에 대한 그같은 편견속에서 작곡을 하는 일이 얼마나 힘들었는지를 엿보게 하기도 한다.

 

"나는 내가 창작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고 믿었다. 그러나 내 생각을 접어야 할지도 모르겠다. 여자가 작곡하는 꿈을 꾸는 것은 불가능한 일인가? 이제껏 어느 누구도 할 수 없지 않았는가. 내가 선구자가 되어야 하는가?"

 

당시 비평가들은 클라라의 작품을 남편 슈만의 것보다 더 높게 평가하기도 했었다고 한다.

 

/신상호(전북대 음악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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