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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동현의 명창이야기] (19)근대 문물이 만든 명창 임방울(2)

판소리 사상 가장 많이 팔린 음반 '쑥대머리'…3분짜리 소리로 명창 될 수 있었던 건 유성기 영향 커

광주광역시 광산구 송정공원에 세워진 국창 임방울 선생 기념비. (desk@jjan.kr)

임방울의 음반 발매는 1930년에 세 차례에 걸쳐 이루어진다. 1월에는 단가 <명기명창> 과 <흥보가> 가난타령이 실린 음반이 발매되고, 3월에는 단가 <호남가> 와 <쑥대머리> 가 실린 음반과 <춘향가> 의 군로 사령 주정 대목이 실린 음반이 발매된다. 그리고 7월에 <춘향가> 중 옥중상봉과 <흥보가> 중 흥보가 쫓겨나는 부분에서 흥보가 비는 대목이 한 장으로 발매된다. 그런데 여기서 3월에 발매된 음반 Colummbia 40085에 실린 <호남가> 와 <쑥대머리> 가 바로 임방울의 최대 히트 음반이 된다. 그 당시 이 음반은 100만 장이나 팔렸다고 한다. 다소 과장이 섞여 있기는 하겠지만, 이 음반이 판소리사상 가장 많이 팔린 음반인 것만은 분명하다. 요새 발매되는 판소리 음반이 발매 1년 안에 1000장 팔기도 힘들다는 사실에 비추어 보면, 이 음반의 인기를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쑥대머리> 는 임방울의 출세작이자, 임방울을 상징하는 소리이다. 임방울이 없다면 <쑥대머리> 가 존재할 수 없고, <쑥대머리> 가 없다면 임방울 또한 존재할 수 없다. 판소리를 잘 모르는 사람들조차 임방울을 기억하는 것은 <쑥대머리> 때문이다. 그만큼 <쑥대머리> 와 임방울은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쑥대머리> 가 임방울의 등록상표처럼 되어 있는 데다가, <쑥대머리> 로 이름을 얻은 다른 사람이 없기 때문에, <쑥대머리> 는 임방울의 창작으로 대부분 알고 있다. 실제 현재 부르고 있는 <춘향가> 에는 <쑥대머리> 가 들어 있는 것이 거의 없다. 김소희도 <쑥대머리> 를 부른 적이 있기는 하지만, 최종적으로 정리한 자신의 <춘향가> 에는 <쑥대머리> 를 넣지 않았다. 성우향이 <쑥대머리> 를 부르지만, 이는 본래 성우향이 부르는 보성소리에 있던 것이 아니고 성우향이 끼워 넣은 것이다. <쑥대머리> 사설은 <신재효본 남창 춘향가> 에 있지만, 직접 소리로 하는 <쑥대머리> 는 오직 김연수 바디에만 있는데, 김연수 바디는 김연수가 새롭게 만든 소리이고, 또 임방울의 <쑥대머리> 와 사설이나 선율이 같기 때문에 임방울의 <쑥대머리> 를 그대로 수용했다고 보아야 한다.

 

임방울 이전의 소리로는 <김창환 바디 춘향가> 에 보인다. 생전에 명창 정광수는 <김창환 바디 춘향가> 사설을 정리하면서 <쑥대머리> 를 적어 놓았다. 정광수는 2001년 8월 8일 서울 수락산 학림사에서 필자와 대담하는 중에도 <쑥대머리> 는 임방울이 김창환 바디에 있는 가사를 가져다가 만들었다고 하였다. 정광수의 증언에 의하면, 사설은 김창환 바디의 것을 썼지만, 음악은 임방울이 만들어서 불렀다는 것이다. 그러나 <쑥대머리> 사설이 <신재효본 남창 춘향가> 에 있는 것을 보면, 사설은 오래 전부터 있었던 것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쑥대머리> 는 임방울 개인의 완전한 창작인가, 아닌가? 일단 임방울이 사설을 쓴 것이 아니라는 점은 분명하다. <김창환 바디 춘향가> 에 <쑥대머리> 사설이 있었다면 음악도 당연히 있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부르지도 않는 사설이 소리꾼의 사설에 들어 있을 리가 없겠기 때문이다. 그러나 임방울이 전승되던 형태대로만 불렀던 것도 아니라고 보아야 한다. <쑥대머리> 가 임방울에 의해 대단한 인기를 얻은 것은 임방울 나름대로의 창작이 덧보태졌기 때문일 것이기 때문이다.

 

<쑥대머리> 가 인기를 얻을 수 있었던 원인으로 또 유성기의 유행을 빼놓을 수 없다. <쑥대머리> 는 3분 짜리 판소리이다. 예전에는 3분 짜리 소리로 명창이 될 수는 없었다. 유성기가 나오자 판소리도 유성기판에 들어갈 수 있는 3분 내외의 소리로 녹음이 되었다. <쑥대머리> 는 유성기판에 딱 맞는 소리이다. <쑥대머리> 는 유성기를 통해 유행했다. 유성기라는 기계가 없었다면 <쑥대머리> 가 지금처럼 유명한 곡이 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최동현(군산대 국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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