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와 오해 그리고 핑계의 경계…화폭으로 옮기다
서양화가 임지영씨(42)는 생각이 많다. 사람들과 쉬이 어울리지도 않고, 말도 유독 아낀다.
"제 별명이 굼벵이, 거북이예요."
심사숙고한 첫 개인전 '핑계'에 대한 부담감과 고충을 이렇게 표현했다. 모악산 작업실을 마련한 지 5년 만에 갖는 전시다.
"세상살이와 그림은 닮아 있습니다. 저는 늘 가슴이 먼저 다가가서 다치고 넘어졌거든요. 그림도 마찬가지 같아요. 즉흥적으로 가슴이 먼저 가서 앉은 자리에서 쓱쓱 붓질을 합니다."
이번 전시에 내놓은 작품은 총 50여 점. 스스로를 농사꾼의 딸이라고 말하는 그는 이제 80세를 바라보는 아버지와 어머니, 언니들과 소중한 딸 등과의 이해와 오해, 핑계의 경계를 화폭에 옮겼다.
"이해란 가장 잘한 오해이고, 오해란 가장 적나라한 이해라고 생각해요. '너는 나를 이해하는 구나'란 말은 내가 원하는 모습으로 오해해준다는 뜻이고, '너는 나를 오해하는 구나'라는 말은 내가 보여주지 않고자 했던 내 속을 꿰뚫어 본 게 아닐까 합니다. 마음사전을 담았다고 보면 돼요."
생의 무거움 보다는 삶의 경계에서 마주친 페이소스와 해학이 담긴 자화상도 많다. 갖고 싶었던 것을 끝내 갖지 못했을 때의 허망함, 생의 가벼움을 우화적으로 때로는 직설적으로 표현한다. 전시장 한 켠엔 목판을 걸고, 그 위에 그림을 덧댔다. 어렸을 때부터 느티나무, 당산나무를 보면서 자란 그는 나무의 강한 생명력이 좋았다며 그림의 소재 뿐만 아니라 전시장도 나무의 느낌을 살렸다.
막상 내놓고 나니, 모든 것이 부족한 것 투성이라는 그의 다음 전시는 언제, 어떤 이야기로 이어지게 될 지 기약할 수 없다. 전시는 21일까지 전주교동아트센터에서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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