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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상호의 클래식과 친해지기] (21)교육과 클래식(2)

철학자들도 인정한 '음악의 신비'…음악, 사회적 인간으로서 교육에 필수적…입시위주정책, 예술과목 외면 말아야

'음악은 어린이의 영혼에 꼭 필요하다'는 독일 발도로프 학교의 교육지표다. 예술은 어린이들의 모든 것을 밑바닥에서 끌어내기 때문에 어린이교육은 예술로부터 출발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스·로마 시대부터 강조되어 온 음악교육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은 루소와 페스탈로치에 의해 확인되며 많은 철학자, 교육학자들도 동의했다. 음악은 사회적 인간으로서의 교육에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대표적인 음악교육론을 간단히 살펴보자.

 

프랑스 계몽주의 철학가 루소(J.J.Rousseau, 1712~1778)는 교육철학에 큰 공헌을 했지만 음악교육에도 크게 기여했고 오페라를 작곡한 작곡가이기도 하다. 18세기에 이태리 희극오페라 지지파와 프랑스 오페라 옹호파 간 논쟁인 부퐁논쟁('희극배우의 논쟁'이라는 뜻)에서 이태리 오페라가 더 우월하다며 이태리 오페라를 편들기도 했던 그는 어린이 교육에서의 예술교육의 필요성을 강하게 주장하였다.

 

스위스의 교육사상가 페스탈로치(J.Pestalozzi, 1746~1827)는 종교적·도덕적 측면에서 음악을 인간교육을 위한 중요한 요소로 보았고 음악은 학교교육에 꼭 필요하다고 하였다. 1804년에서 1825년까지 스위스 이봐동에서 그가 행한 빈민교육, 빈민 아동 70명(나중에는 150명으로 늘어남)에 대한 교육에서 그는 노래부르기를 매주 두번씩 꼭 실시했으며 수업은 구체적 예술행위와 실제적인 정서 반응을 결합해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6세부터 피아노를 배우고 브루크너, 들리브, 포레 등과 함께 작곡을 공부한뒤 많은 곡을 작곡하기도 한 달크로즈(E,Jaques-Dalcroze, 1865~1950)는 세계적으로 큰 공감을 얻은 음악교육방법, 달크로즈교수법을 창안하였다. 그 교육방법의 핵심은 유리드믹스(Eurhythmics) 즉 음악을 신체표현과 결합한 방법과 즉흥연주다. '유(Eu)'는 '아름답다'이고 '리드믹스(rhythmics)'는 리듬이니 아름다운 리듬과 함께 음악을 느끼며 공부하는 방법이다.

 

동료작곡가 바르토크와 함께 조국 헝가리의 농민음악을 채집하며 연구, 작곡활동을 한 코다이(Zoltan Kodaly, 1882~1967)는 민요를 기초로 하는 음악교육을 제시하는데 그의 음악교육사상은 그리스 플라톤의 이상교육에 뿌리를 갖는다. 음악은 인간을 도덕적으로 성숙하게 하는데 중요하다며 인간문화에 기초한 음악을 중시, 인간문화는 국가, 사회, 민족의 공동체와 밀접한 관계이므로 공동체의 기본음악 즉 민요를 음악적 모국어로 해야 한다고 하였다. 민요는 대중들이 그냥 쉽게 부르는 편한 노래라기보다는 수천년간 이어져온 문화의 변천에서 살아남은 성숙한 예술, 즉 계속 살아있는 음악이라고 주장하였다.

 

독일의 작곡가이자 음악교육가인 오르프(Carl Orff, 1895~1982)는 언어, 신체동작, 음악이 통합되는 음악교육법을 개념화하였다. 음악교육의 목적을 창의성 계발에 두면서 움직임과 음악이 하나로 되는 방법 즉 언어 리듬에 의한 움직임과 음악이 동시에 행해지는 음악교육을 강조하였다. 그는 음악은 인간 내면에서 시작되는 것이지 외적인 기술의 습득에 의해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고 주장하였다.

 

동양의 예악(禮樂)사상도 '예'를 최고의 이상가치로 설정하고 '악'으로 교화하여 도덕과 질서의 조화로운 세상을 추구하는 사상 아니던가? 순자(荀子)는 "노래와 음악은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고, 사람을 매우 빠르게 변화시킨다. (…) 음악이 중정(中正)하고 화평하면 백성들은 화합하며 빗나가지 않게되고, 음악이 엄숙하고 장중하면 백성들은 질서가 있어 어지럽지 않게된다."며 좋은 음악과 친하여 생활화하기를 권했다.

 

19세기에 미국 메이슨(Lowell Mason, 1792~1872)의 노력으로 음악은 초등학교 교육과정의 필수과목이 되었다. 20세기 중엽부터는 교사와 학생들의 현대음악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작곡가들을 각 학교에 파견하여 공교육에서 창의적인 음악, 현대음악 어법 등에 대한 교육을 하고 있기도 하다. 미국 얘기다. 우리나라는 음악이 초·중등 공교육 교육과정에 필수과목이건만 입시위주 교육에 치중하느라 예술과목은 경시하고 영·수에만 열심이니…. 얼마 전 한 뉴스는 '영·수에 치중된 사교육 때문에 청소년들의 공격성이 강해졌으며 피아노 등의 학습을 받은 학생들은 그렇지 않았다'는 연구결과를 보도했었다. 국가의 미래를 위해 이와 같은 연구결과를 열심히 생각해야 할 것이다.

 

/신상호(전북대 음악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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