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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박한 지역미술평론의 현실, 가슴이 아팠죠"

미술평론집 '형형색색' 펴낸 김선태 예원예술대 교수

이희춘作 (desk@jjan.kr)

"미술시장은 있는데, 비평이 실종됐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가슴이 아픕니다. 비평을 하는 데도 비평이 없다는 이야기를 듣거든요. 이런 간극은 작가들이 비평에 대해 불편한 감정을 느끼고, 적극적으로 수용하려 들지 않기 때문입니다. 물론 평론이 작가보다 앞설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작가와 평론가는 바늘과 실 같아요. 작품이 영구히 남아 있는 날까지 평론 또한 따라다니는 겁니다."

 

미술평론가이자 예원예술대 미술디자인학부 교수인 김선태(49)씨가 미술평론집 「형형색색」을 출간했다. 지역 작가 120여 명을 아우른 평론집 출간은 도내에서 처음있는 일이다. 이는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전시로도 연계돼 이론의 테두리에만 갇히지 않았다 점에서도 주목을 모은다.

 

"지역작가를 정리해 보겠다는 의무감이 있었어요. 누군가 좀 더 심도있는 연구나 평가를 하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선행작업이 필요하다고 여겼습니다."

 

지역 평론의 현실은 척박하다. 작가는 그림이라도 판다지만, 이론가들은 학교를 제외하고는 먹고 살 기반이 없다. 그런데도 이 고된 작업을 계속해오게 된 이유가 뭘까.

 

"저를 필요로 하는 작가들이 있다는 게 좋았습니다. 작가들은 외골수가 많고, 다른 사람 이야기도 잘 들으려 하지 않죠. 요즘 현대미술은 또 얼마나 어렵습니까. 하지만 일반인이 자신의 눈높이에서 미술을 소비할 채널은 없습니다. 저는 작가의 입장에서, 관람객의 입장에서 가려운 부분을 확실하게 긁어주고 싶었습니다."

 

 

작가와 관람객의 매개자로서 평론가를 선택한 것이다. 물론 대중성과 전문성 사이의 '줄타기'가 쉽지만은 않았다. 작가에게 2% 부족한 부분을 짚어줄 경우 불편한 관계가 되는 것에 대한 부담감도 있고, 글에 대한 책임은 스스로 져야 한다는 버거움도 있다. 하지만 전북미술이 발전하려면, 평론이 더욱 활성화돼야 한다고 믿는다.

 

그는 전북미술은 참신한 작품도 많지만, 약간은 심심하고, 자신의 스타일에 쉽게 안주하는 경향이 짙다고 평가한다. 구상과 풍경화, 현대미술이 강세를 보이고 있지만, '바로 이거야!'하고 무릎을 칠 만한 작품이 적다고 꼬집었다. 특히 대학에서 지도조차 하지 않고 있는 미디어아트는 약세.

 

그는 평론가들이 작품을 잘 포장해 중앙에 소개하는 노력을 게을리 한 데 일차적인 책임이 있지만, 작가의 저돌적인 태도의 부재에도 기인한다고 말한다. 그런 점에서 지역 작가들을 알리기 위한 평론은 지역 미술계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앞으로도 미술평론이라는 한우물을 계속 파게 될 것이다. 다음엔 중앙작가와 지역작가를 선정해 좀더 쉽고 재밌는 미술 교양서를 출간하겠다는 욕심이 있다. 「이들 작가를 주목하라」, 「혼을 사르고 있는 사람들」, 「컬렉터들이여 이들을 주목하라」 등은 그의 야심작의 가제.

 

"우리나라는 대중에게 인정받는 전문가의 힘이 셉니다. 평론가들의 '8할'은 독자들이 키워준다는 생각을 했으면 좋겠어요. 서로가 성장하는 겁니다."

 

김제 출생인 그는 홍익대 대학원 미술사학과를 졸업한 뒤 1990년부터 비평을 시작했다.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전시객원감독을 역임했으며, 「유화인물화 기법」, 「한지조형」, 「컴퓨터를 활용한 한지조형」 등을 펴낸 바 있다.

 

이화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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