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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상호의 클래식과 친해지기] (21)교육과 클래식(3)

아름다운 선율은 우아한 영혼을 이끈다

음악교육학자 고든(E. Gordon, 1927~, 미국)은 음악교육의 핵심은 오디에이션(Audiation)이라고 했다. 좋은 음악을 일찍부터 많이 들으면 그런 음악이 인지에 새겨져 어렵다고 생각되는 클래식도 친근하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우리는 우리가 읽은 것으로 만들어 진다고 하잖던가? 마찬가지로 우리는 우리가 듣는 것으로도 만들어지는 것이다. 좋은 책, 좋은 음악, 클래식을 많이 읽고 많이 들으면서 더 나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함으로서 의미있는 삶이 되는 것이다. 미적 경험은 아름다움과 선함을 인성에 각인시킨다. 클래식이 인간 교육의 자아 완성과 전인적 성장에 핵심적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음악과 예술의 교육은 대단히 중요하네. 장단과 곡조는 영혼 깊숙이 들어가서 영혼을 강하게 지배하는데, 바르게 배우면 우아한 영혼을 이끌어내지만 그렇지 않으면 전혀 반대네. 좋은 음악으로 바르게 키워진 사람은 그릇된 것이라던가, 아름답지 않은 것을 곧바로 알 수 있어서 그에 대해 당연히 불쾌해 하며 아름다운 것들은 찬양하고 영혼 안에 기꺼이 받아들여 아름답고 선한 사람이 되네."

 

플라톤의 얘기다. 대중 정서와는 동떨어진 얘기인가? 아니다. 베네수엘라의 <엘 시스테마> 성공사례가 플라톤의 담론을 증명하는 것이다. 올바른 의견은 시대가 변해도 올바른 의견인 것이다.

 

루소가 작곡가이기도 했다는 것을 많은 이들이 모를테니 그의 음악을 들어보는 것도 재미있겠다. 그의 오페라 <마을의 점쟁이 le devin du village> 에 나오는 아리아 '나는 모든 기쁨을 잃었네'를 좋은 음악으로 생각하고 말이다. 쉽고 편한 노래이기 때문이다. 계몽주의 철학자 루소의 곡이라니 흥미롭지 않은가?

 

"나는 모든 기쁨을 잃었네 / 나의 하인을 잃었네 / 콜린이 나를 떠나네 (…)"

 

루소가 부퐁논쟁에서 편든 이태리 오페라 아리아의 장점인 두마디 혹은 네마디 단위의 간결한 선율과 평범한 화성, 단순한 반주의 노래이다. 이와 같은 요소들은 18세기 음악의 한 특징이 되기도 했다. 이 노래는 처음의 선율이 반복해서 나온다. 론도 양식이다. 이태리식 레치타티보도 있고 프랑스풍 선율 장식도 있는 편한 아리아, 루소의 클래식이다. 론도 양식은 변화있는 부분과 대비를 이뤄가면서 주제 선율이 최소한 세 번 이상 나오는 형식의 곡이다. 론도는 원래는 재미있는 춤 형식으로서 무리지어 함께 노래하는 곡으로 무리가 함께 노래하는 부분을 론도(Rondeau)라고 하고 변화를 주기위한 삽입구(揷入句) 부분을 쿠플레(Couplet)라고 하던 음악이다. 우리나라의 <강강-술래> 와 같이 무리지어 춤추며 부르는 노래이었던 것이다. 클래식의 정형화된 한 형식이 되면서 론도 부분은 주제(Theme)가 되고 쿠플레 부분은 대비되는 악구(Transition 혹은 Episode)가 되어 그같은 음악형식을 론도라고 부르게 되었다. 무리가 "강강-술래"하면 독창자는 같은 운율에 맞춰 주어진 상황에 대한 변화있는 사설을 노래하니 주제와 변화있는 사설은 서로 대비를 이루며 재미있는 음악을 만드는 것이다. 다양성 있는 통일성이다. 변화와 통일은 음악의 한 원리이기도 하다. 곧 대비와 조화, 융합인 것이다.

 

론도 형식은 큰 규모의 곡에 사용될 수도 있고 작은 규모의 곡에 사용될 수도 있다. 큰 규모의 론도는 대부분 기악곡이다. 론도 형식의 곡으로 우리가 자주 들을 수 있는 음악은 베토벤의 <엘리제를 위하여> 나 멘델스존의 <결혼행진곡> 등이다. 처음 나왔던 선율이 약간의 변화된 흐름 후에 또 나오지 않던가? 그렇게 주제가 세 번이상 나오는 곡이 론도인 것이다. 론도 형식의 조금 더 큰 규모의 곡에는 생상스의 바이올린과 오케스트라를 위한 <서주와 론도 카프리치오소> 도 있다. 얼마나 우아하면서 앙증맞은지! 론도 형식은 변화와 통일의 조화를 비교적 쉽게 이룰 수 있기 때문에 작곡가들이 많이 사용하는 악곡 형식이다. 루소의 <나는 모든 기쁨을 잃었네> 는 론도 형식(rondeau form)이 아니고 아주 작은 규모의 론도 형(rondeau fashion) 노래이다.

 

/신상호(전북대 음악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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