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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선 전북대 교수 4년여 연구 끝에 불기 쉬운 단소 개발

"소리내기 쉬운 단소로 국악에 재미 붙였으면…"

국악기 중에서 비교적 쉽게 배울 수 있다고 하지만, 짧게는 3일 길게는 보름이 지나도 소리가 잘 나지 않는 악기가 단소다. 악기 크기가 작아 부담이 적고 작은 호흡으로도 소리가 나 초등학교 교육과정에도 포함됐지만, '아리랑' 한 곡을 배워 연주하기란 쉽지 않다.

 

그런데 소리 내기 쉬운 단소가 나왔다. 김원선 전북대 한국음악학과 교수(49·무형문화재 제46호 대취타 및 피리정악 이수자)가 강행복 정읍시립국악단 지휘자와 함께 개발한 '온소리단소'. 김교수는 "단소라고 하면 소리 내는 것 자체를 힘들어 한다"며 "어떻게 하면 단소를 쉽게 접하게 할 수 있을까 오래 전부터 고민해 왔다"고 말했다.

 

'온소리단소'는 일종의 리코더 형식이다. 관대에 특허를 받은 보조기를 끼워 불면 바로 소리가 난다. 운지사용법만 익히면 쉽게 연주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보조기를 빼면 전통단소로도 연주할 수 있어 일석이조다.

 

"이게 무슨 단소냐고 하시는 분들도 가끔 보게 됩니다. 그런 질문에서는 딜레마에 빠지기도 하지요. 물론, 처음부터 전통적인 악기로 가르치면 좋겠지만 단소를 배우는 아이들을 보면 소리를 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스트레스를 엄청 받습니다. 굳이 전공자가 아니라면 단소를 즐길 수 있는 놀이나 문화적인 부분으로 쉽게 받아들일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렇게 재미를 느끼게 되면 전공하려는 사람들도 늘어나지 않을까요?"

 

그동안 많은 연주자들이 좀더 쉽게 소리를 낼 수 있는 단소 개발에 매달려 왔다. 그러나 단소의 독특한 소리를 흉내내는 것 조차 어려워 번번히 실패로 돌아갔다. '온소리단소'도 4년 동안 매달려 얻은 결과물이다.

 

"전문가가 들었을 땐 '온소리단소'도 대나무 단소에 비해 음색이 약간 다르긴 하지만, 큰 차이는 없습니다. 다만, 시중에 나와있는 플라스틱 단소는 음역이 정확하지 않아 서로 음정의 밸런스가 맞지 않은 경우가 있는데 '온소리단소'는 지공과 지공 간격에 변화를 줘서 정확한 음을 낼 수 있도록 했습니다."

 

직접 나무를 깎아 '온소리단소'의 모델을 만들었지만, 전라북도에는 악기 금형 사출을 전문적으로 하는 곳이 없었다. 제대로 된 소리를 내기 위해 청주에 있는 공장을 찾아 수십차례 오갔다. 특허를 받은 지는 2년 정도 됐지만, 소리를 보완하느라 지난해 말에서야 출시했다.

 

하지만, 악기 전공자로서 악기에 대한 욕심은 끝이 없다. 소리가 약간 퍼지는 경향이 있어 소리를 좀더 가다듬고 취구를 좁혀 가느다란 소리도 잘 나도록 2차 개발을 할 계획이다. 지금은 5음계지만, 관대를 더 연구해 7음계 단소를 만들어 폭넓은 연주가 가능하도록 하고 싶다. 손이 작은 초등학생이 연주하기에는 약간 긴 것 같아 길이를 약간 줄일 생각도 가지고 있다.

 

'온소리단소'의 가격은 1만원. 3000원부터 시작하는 기존 플라스틱 단소에 비하면 비싸지만, 보조기를 만드는 초기 자본이 많이 들어 어쩔 수 없었다. 김교수는 "나중에 보급형이 나오면 가격도 조절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홍보와 마케팅. 인터넷 판매를 준비 중이기는 하지만,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아직 판매망이 완전히 구축되지는 않았다.

 

"홍보나 마케팅이 만만치 않더라고요. '온소리단소'가 잘 돼야 관현악단에도 도움이 될텐데요. (웃음)"

 

2005년 국악을 전공한 졸업생들로 '온소리국악관현악단'을 만든 김교수. 실력이 좋은데도 갈 곳이 없어 국악을 포기하는 제자들을 보며 전문연주단체로 입단하기까지 트레이닝 할 수 있는 징검다리가 되어주고 싶었다. 하지만 관현악단 운영도 만만치 않아 '온소리단소'가 사업으로도 확대될 수 있기를 조심스럽게 바라고 있다.

 

경기도가 고향인 김교수는 2002년부터 전북대에 몸 담고 있다. KBS국악관현악단 부수석과 국립국악관현악단 악장을 지냈으며, 현재는 전라북도 문화재전문위원과 온소리국악관현악단 상임지휘자 등을 맡고 있다.

 

도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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