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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시인, 그리고 독자와의 친밀한 만남

양병호 국문과 교수 등 전북대서 시 공부한 사람들, 경남·북 시인들 활동 정리

가난과 슬픔의 시인 박재삼. 시인은 평소에 책상을 잘 사용하지 않았다. 엎드려 시를 쓰고 고치고 또 고치고 이것이 시인의 삶이었다. 천상병은 젊은 시절 중앙정보부에 끌려가 모진 고초를 당했다. 삶을 포기할 수도 있었다. 그의 낙천적인 인생관은 막걸리 한 잔으로 응축되어 있다.

 

육사는 자신의 작품 중 '청포도'를 가장 아꼈다. "어떻게 내가 이런 시를 쓸 수 있었을까"라며 육사 스스로 감탄했다. 당시 그와 가까이 지내던 지인들은 육사가 이 작품을 쓰고 "내 고장은 조선이고, 청포도는 우리 민족인데, 청포도가 익어 가는 것처럼 우리 민족이 익어간다. 그리고 곧 일본도 끝장난다."고 말했다고 한다.

 

박재삼 김춘수 유치환 천상병 이형기 이육사 구상 박목월 이호우 이상화 조지훈. 「추억의 詩, 여행에서 만나다」(도서출판 경진)는 경상남도와 경상북도에 삶의 흔적을 남겨놓은 시인들을 좇고 있다. 양병호 전북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를 비롯해 노용무 이승철 송지선 이강하(전북대 강사) 정유미(중국 중산대 강사) 김형근(남원여고 교사) 신혜원(양주 회천중 교사) 박지학(전북대 박사과정) 백장완 박선미(전북대 석사수료) 등 전북대에서 시를 공부한 이들이 글을 썼다.

 

이들은 연구서 보다는 대중들에게 시를 소개하는 안내서로서 시와 독자의 행복하고 친밀한 만남을 꿈꿨다고 했다. 방학과 휴일을 이용해 시인들의 고향과 생가, 문학관, 시비 등을 찾았으며, 시인의 고향 마을 언저리에서 일박을 하며 마을 사람들을 만나고 밤 세워 술을 마시며 온 몸으로 시인의 시정신에 감염되려고 했다. 시 연구의 학문적 압박으로부터 벗어난 이들 역시 그동안의 답답함을 풀어버릴 수 있어 즐거웠다.

 

양병호 교수는 "시 연구자들은 대개 작품 위주로 보는데 시인의 인간적인 면을 발견하고 부각시키고 싶었다"며 "이 책을 읽은 독자들이 시에 대한 열병을 앓고, 직접 시인의 고향이나 생가를 찾는 처방으로 열병을 치유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때문에 시인과 시 선택은 의외로 쉬웠다. 우리 시문학사에 의미가 있는 시인들을 택했으며, 일반인들이 좋아하는 그들의 시를 골랐다. 대신 시인이 살았던 공간에 대한 현장 조사를 통해 시를 이해하려고 했으며, 시인의 시정신을 기행의 서정과 결부시키려고 노력했다. 일반 독자들을 위해 해설 텍스트와 사진을 병행 편집했으며, 편안한 문체로 풀어썼다.

 

2년 전 이미 전라도와 충청도를 돌아보고 「그리운 詩, 여행에서 만나다」를 펴내기도 했던 이들은 내년 서울·경기·강원도 지역의 시인들로 다시 책을 낼 계획이다. 나중에는 중국 연변의 조선족 시인들과 일본의 재일교포 시인들도 국내 독자들에게 소개하고 싶다. 물론, 남북통일이 되고 나면 북쪽 시인들과 그들의 시도 만나고 싶다.

 

도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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