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TV '산부인과'가 2편을 기약하며 지난달 막을 내렸다.
'추노'에 밀려 시청률은 높지 않았지만 '산부인과'는 단단한 마니아층을 거느렸고, 깔끔하고 시크한 '미드(미국 드라마)' 같은 매력을 발산하며 호평을 받았다. 특히 주인공 서혜영 역의 장서희(38)는 '인어 아가씨'와 '아내의 유혹'으로 대표되는 한 맺힌 복수 연기에서 탈피, 최고 실력의 쿨한 의사 역으로 화제를 모았다.
최근 만난 장서희는 "너무 좋은 드라마 한편을 끝냈다"며 못내 아쉬운 표정이었다.
그는 "대진운이 안 좋기는 했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두자릿 대 시청률은 유지해 뿌듯하다"며 "시청률의 몇 배를 얻었다. 장서희가 복수극이 아니어도 잘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고 이미지 변신을 하고 싶었는데 성공해 기쁘다"고 말했다.
서혜영은 빈틈을 찾아볼 수 없는, 똑 소리 나는 냉철한 산부인과 의사다. 실력에서 오는 자신감이 크지만, 자만하지는 않는다. 또 얼음처럼 냉철하지만, 환자를 위해서는 몸을 돌보지 않고 최선을 다해 지지를 받았다.
"의사 역이 난생처음이라 재미있었어요. 그런데다 서혜영이 너무 멋지잖아요. 실력이 최고이기 때문에 당당하고, 자기 할 말을 다 하잖아요. 제게 너무 의미 있는 역이라 드라마 끝나고 극 중 입었던 서혜영의 의사가운을 의상팀에 반납하지 않고 갖겠다고 했어요.(웃음) 제 주변 사람들이 출산할 때 서혜영 같은 의사를 만났으면 좋겠다고 하는 말 듣고 기뻤습니다."
그는 "서혜영의 쿨한 성격도 좋았다. 마지막회에서 상식(고주원 분)이 주는 반지를 돌려주면서 '뭐 이런 생뚱맞은 짓을 해요?'라고 말하는 것도 너무 좋았다. 당당한 싱글맘의 길을 선택한 것이 서혜영답다"며 "그렇게 멋진 여자라 주변의 남자들이 다 좋아한 것 아니겠느냐"며 웃었다.
그러나 지금의 성공 뒤에는 남모르는 노력과 고민이 많았다.
"서혜영이 지금껏 제가 보여 드린 캐릭터와 너무 달라 사실 처음에는 암담했어요. 어설퍼 보이면 어쩌나 걱정이 많았어요. 어설픈 연기가 제일 무섭잖아요. 하기로 한 이후부터는 피부과에 가도 의사들을 유심히 관찰하며 행동을 많이 따라했어요. 헤어스타일도 3번에 걸쳐 완성했어요. 평범한 커트로는 안 되겠어서 계속 연구했죠."
장서희의 의지가 강해 '산부인과'의 시즌2는 순탄하게 제작될 전망이다.
"'산부인과'는 할 수 있는 이야기가 무궁무진해요. 엄마와 아기, 성생활까지 다룰 수 있는 소재가 넓잖아요. 또 생명을 다루는 것이라 이야기들이 다 감동적이에요. 시즌2를 꼭 했으면 좋겠어요. 이번에 정말 아쉬움이 많아요. 하고 싶은 얘기가 너무 많았거든요."
장서희에게 지난 1년여는 그의 인생에서 큰 의미로 남게 될 듯하다. 지난해 5월 막을 내린 SBS TV '아내의 유혹'으로 그는 3년의 공백을 털고 재기에 성공했고, SBS 연기대상도 거머쥐었다. 이어 차기작으로 선택한 '산부인과'는 '인어 아가씨'와 '아내의 유혹'으로 그에게 붙은 '복수극 전문'이라는 수식어를 떼버리게 해줬다.
"'아내의 유혹'의 구은재가 재기를 도와준 고맙고 사랑스러운 역이었다면, '산부인과'의 서혜영은 구은재의 그늘에서 벗어나게 해준 역이에요."
오랜 기간 주로 여주인공의 친구 역을 맡으며 조연의 설움을 겪었던 장서희는 만 서른 살이던 2002년 '인어 아가씨'를 만나면서 마침내 주연으로 도약했다. 그 작품으로 2003년 MBC 연기대상을 차지했던 그는 그때부터 탄탄대로를 걸을 줄 알았지만 다시 2005년부터 공백기를 갖게 됐다. 그 후 3년 만에 '아내의 유혹'으로 재기한 그는 '산부인과'로 이미지 변신에도 성공하면서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게됐다.
어느덧 그의 나이 서른여덟. 아직 싱글인 그는 지금 무엇을 꿈꿀까.
그는 "외로울 때가 많다. 하지만 외로움은 감수해야 하는 것 같다"며 "일이 없어서 외로운 것보다는 남자가 없어서 외로운 게 차라리 낫다. 이젠 일이 없으면 못 견딜 것 같다"고 말했다.
"한동안은 남자를 만나고 결혼을 꿈꿨지만 지금은 일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제가 일이 없어서 설움을 받은 기간이 길잖아요. '인어 아가씨' 성공 후에 다시 공백기를 가져야 했을 때는 은퇴를 고민하기도 했어요. 그만큼 제게는 일이 중요해요. 제가 조수미 씨의 팬인데 참 존경스운 분이에요. 언젠가 그분이 '지금의 자리에 올라서기 위해 엄마, 여자로서의 삶을 다 포기했다. 다 가질 수는 없다. 이런 외로움도 지금의 자리의 대가라고 생각한다'고 하셨는데, 저도 이 분야의 최고가 되려면 외로움은 감수해야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는 "'산부인과'에서 내가 9살 연하남들과 연기할 수 있었던 것도 미혼이기 때문이 아닐까"라며 웃었다.
장서희는 "당분간은 잠 좀 실컷 자며 휴식을 취할 것"이라며 "그런 후 서혜영에게서 냉정하게 빠져나와 또 다른 캐릭터에 도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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