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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젊은이의 꿈 찾기

"넌 주관이 없어. 뭐든지 남이 하라는 대로 하고, 그것도 금방 포기해 버리잖아. 니가 아직도 고등학생인 줄 아니? 니 인생에 좀더 진지해봐. 본인이 진짜로 원하는 게 뭔지 스스로 찾아야지. 인생은 남이 대신 살아 주는 게 아니니까."(14쪽)

 

막 제대한 25세 휴학생 '영대'는 입대 전부터 짝사랑하던 과 선배에게서 "넌 꿈이 뭐니?"라는 질문을 받는다.

 

초등학생도 아니고 군대까지 갔다 온 자신에게 이런 물음은 "마치 아흔 살 먹은 노인에게 장차 어떤 여자와 결혼하고 싶으냐고 묻는 것과 같"다고 생각하는 영대를 과 선배는 주관이 없다고 답답해한다.

 

진정한 의미에서 자기 의지대로 살아보겠다고 결심한 그는 월 10만원짜리 허름한 지하 월세 방을 구해 독립을 실행한다.

 

최근 출간된 작가 김미월(33)씨의 첫 번째 장편 '여덟 번째 방'(민음사)은 꿈을 찾아 헤매는 20대 젊은이의 모습을 그린다.

 

김씨는 이번 소설이 "꿈이 뭔지 모르는 사람들의 이야기"라며 "자신이 당장은 꿈이 없다고, 있어도 이뤄질 것 같지 않다고 낙담만 하지 말고 끝까지 그것을 응시했으면 하는 마음에서 썼다"고 말한다.

 

"1980년대나 2000년대나 젊은이의 본질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꿈도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많잖아요. 자신이 처한 절망도 과장되게 생각하구요. 20대 젊은이에 대한 이야기지요."

 

소설은 이사한 영대가, 전에 살던 여성이 남기고 간 '여덟 번째 방'이라는 제목의 노트를 발견하면서 그 노트 속 주인공과 영대의 이야기를 오가는 형식을 취한다.

 

노트 속 주인공은 바닷가 고향집에서 시작해 서울의 친척집 문간방, 대학가 하숙방, 단칸 셋방, 옥탑방, 반지하 골방 등지를 옮겨다녔다.

 

"그 많은 방들에 나는 내 20대를 골고루 부려 놓았다. 나에게 방은 집에 부속된 공간이 아니라 온전한 집 자체였다. 부등식 '방 <집'이 아니라 등식 '방="집'이" 성립되는 곳이었다. 그 많은 방들을 거두고 이제 나는 서른이 되었다. (중략) 방들 속에 고여 있는 기쁨과 슬픔과 꿈과 절망과 환희와 분노는 하나같이 모서리가 닳아 있었다. 말랑말랑해진 모서리들을 만져 보는 것이 좋았다."(49-50쪽)< p>

 

영대와 노트 속 주인공은 어떤 '꿈'을 찾아가게 될까.

 

작가 김씨는 소설 속에서처럼 자신의 꿈을 묻는 말에 "너무 소박하다"면서 "'좋은 소설'이 어떤 것인지 잘 모르는데, 이것에 대한 고민을 놓지 않는 것, 악기를 능숙하게 다루는 것, 여행을 많이 하는 것, 이삿짐 트럭의 짐칸이 휑할 정도로 간소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막연한 꿈을 갖고 있다"고 답했다.

 

김씨는 2004년 세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했으며 소설집 '서울 동굴 가이드'(2007)를 냈다.

 

272쪽. 1만1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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