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동아시아의 유서(類書)는 여러 내용을 사항별로 분류해 정리한 책을 일컫는 말로 오늘날의 백과사전과 같은 책이다.
규모와 내용면에서 조선시대를 대표하는 유서는 중국 원나라 '운부군옥'의 제목과 체제를 딴 '대동운부군옥(大東韻府群玉)'이다.
한학자 초간(草澗) 권문해(權文海)가 쓴 이 책은 선조 20년인 1587년 이전에 이미 초고 집필이 끝났고 1589년에는 정서(正書) 작업마저 마쳤다. 이어 판을 짜서 정식으로 간행하려 했지만, 결국 뜻을 이루지 못하고 미뤄져 240여년이나 지난 1836년에야 목판본으로 간행됐다.
그 사이 임진왜란이 일어나는 등 나라의 큰일 때문에 간행이 미뤄지기도 했지만, 실제로 잘 알아보면 문제는 다른 데 있었다.
간행되기 전에도 '대동운부군옥'은 필사본으로 무척 많이 유통돼 읽혔는데, 각 집안에서 자신의 조상에 관련된 옛 내용들을 고쳐달라는 부탁을 하고 수용되지 않으면 간행을 막으려 했던 것이다.
이 같은 내용은 옥영정 한국학중앙연구원(한중연) 교수를 비롯한 6명의 학자가 함께 집필한 '조선의 백과지식-대동운부군옥으로 보는 조선시대 책의 문화사'(한국학중앙연구원 펴냄)에 실린 이야기다.
같은 책에 실린 다른 글에서 전경목 한중연 교수는 한자의 발음사전으로 당대에 친숙했던 '운서(韻書)' 형태로 만들어진 '대동운부군옥'의 문화사적 의의를 짚었고, 오영균 미국 애리조나주립대 교수는 당시 상업출판 상품의 성격을 띠었던 원나라의 '운부군옥'의 역사를 살폈다.
주영하 한중연 교수는 "15세기 이후 조선에서는 중국과 구별되는 조선적인 것에 대한 관심이 생겨났다"며 '대동운부군옥'에서도 조선적인 용례와 정의가 많이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 책은 지난 2008년 출간된 '조선시대 책의 문화사'에 이어 한중연 교수들이 책에 담긴 문화사적 의미를 다룬 두 번째 책이다.
288쪽. 1만3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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