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0년 7월, 6·25전쟁 통에 간단한 봇짐만 챙긴 채 일가족이 피난길에 오른다.
"첫 관문은 한강을 건너는 문제였다. 인도교는 끊어졌고 함께 끊어진 철교는 기괴하고 흉측했다. 군인 시체들의 참혹한 광경도 눈에 들어왔다. 머리가 없는 시체, 다리가 끊어진 시체, 어깨만 내어놓고 강물에 떠내려가는 시체도 있었다."
당시 31살인 어머니와 9살, 3살, 생후 10개월인 세 여동생과 함께 아버지를 찾아 피난길에 오른 김경엽(당시 12살) 전(前) 삼신올스테이트생명 대표이사는 "가슴 아린 추억담"이라며 힘겨웠던 피난 생활을 떠올렸다.
서울법대 58학번 동기들이 한국전쟁 발발 60주년을 맞아 전쟁 회고담 '6·25와 나'(까치 펴냄)를 출간했다.
가족들과 함께 흥남 철수 작전의 마지막 날 배에 올라 남한 땅을 밟은 이야기, 누이와 함께 서울에서 전라남도까지 어머니를 찾아간 이야기 등 저자 39명은 6·25 전쟁을 생생하게 되살려낸다.
배고프고 고달픈 피란 시절이었지만 아이들은 꿈을 꿨다.
아이들은 천막 교사에서 영어 알파벳과 구구단을 외웠다. 바닥에 가마니를 깐 채 제대로 된 교과서도 없었지만 배울 수 있다는 것만으로 행복해 하던 시절이었다.
정성진 전 법무장관은 이 책에 "비록 전란 중이기는 했으나 그 시절의 우리는 늘 꿈을 가지고 그 꿈을 먹고 키우면서 하루하루를 보낸 것이 아닌가 하는 일종의 자부심을 느낀다"라고 썼다.
10살 남짓의 소년들은 이제 백발이 성성한 70대 노인들이 됐다.
가슴 한편에 묻어두었던 힘겨웠던 지난 시절의 아픈 이야기를 애써 끄집어 낸 것은 자신들의 체험을 기록으로 남겨 전쟁을 겪어보지 않은 세대에게 전쟁의 참혹함을 알리기 위해서였다.
동기들의 회고담을 엮은 이하우 전 금호그룹 상임고문과 최명 전 서울대 정치학과 교수는 책의 머리말에서 6·25 전쟁이 잊혀져가고 있다고 안타까움을 나타내면서 "우리는 6·25를 기억하는 거의 마지막 세대이다. 선배들이 기억을 남기지 않고 우리가 기록을 남기지 않으면 6·25는 신라와 백제의 전쟁처럼 역사의 한 장면이 되어버릴 것이 분명하다"며 6·25를 잊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452쪽. 1만6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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