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산 이석주 '매화 그림전' 29일까지 서울 예술의 전당
"내가 글씨와 인연이 많아요. 취미 삼아 쓰다가 80년대 초반 아산 선생한테 서예를 익혔지. 그런데 돌아가셨어. 90년대 초반 강암 선생 문하로 들어갔어요. 아산이 강암 선생 조카요. 큰 형님 아들이지. 그렇게 글씨를 쓰다가 문인화한 지 10년 밖에 안 돼요. 뭔가 새로운 걸 해보고 싶었소."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3층에서 29일까지 매화 그림전을 열고 있는 칠산 이석주(75)씨. 2007년 한국소리문화의전당에서 소나무를 그린 뒤 3년 만이다. 붓을 놓을 법도 하건만, 다시 들었다.
"내 정서와 잘 맞는 것 같아. 붓을 잡으면 마음이 차분해져. 그림은 주변에 두고 오랫동안 볼 수 있으니까 글씨보다 나을 수 있겠단 생각도 들었고."
문인화는 그의 삶의 또 다른 전기가 됐다. 남들과 똑같은 작품을 거부해온 그는 늘 새로운 시도를 해왔다. 글씨를 쓸 때도 바탕에 물감을 입힌 뒤 썼다. 똑같은 게 싫어 한 번 해본 것이라고 했지만, 전통의 현대적 해석에 다름 아니다.
"이석주는 매화 하나는 제대로 그리더라는 이야기를 듣고 싶었어요. 내가 워낙 매화를 좋아한 것도 있고."
앞마당에 심어진 매화나무는 그의 관찰 대상이 됐다. 문인화는 사의적으로 표현한다지만, 눈속에서도 봉오리를 틔우는 고고한 자태와 생명력은 그를 감동시켰다. 생명의 환희를 담아내고 싶었다는 그는 붓을 놓을 때까지 매화 꽃구름에 한참 취했다고 했다.
"매화는 막 위로 뻗치는 성질이 있는데, 그림으로 옮기면 조형미가 하나도 없습니다. 그래서 구도를 좀 달리 해봤어요. 홍매도 있고, 청매도 있고, 황매도 있으니 다양한 색을 넣었고. 이미 존재하는 이미지를 흉내내지 않고, 오롯이 내가 원하는 열정의 산물들을 보는 기쁨이 컸습니다."
내년 전시는 국화를 주제로 문인화. 눈 건강이 나빠져서 어려움은 있지만, 내년 전시는 전주에서 열겠다고 했다. 달빛 아래의 청매처럼 그의 목소리에선 푸른 희망이 느껴졌다.
부안 출생인 그는 정읍농림고교와 한국방송통신대학을 졸업했으며, 전국서화백일대상전 초대작가와 운영위원, 전라북도 서예대전 초대작가로 활동하고 있으며, 전북도의회 전문위원, 부안군 부군수 등을 역임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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