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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힘 2050] 동화를 사랑하는 무지개빛 소리

동화구연지도자과정 마친 5명 결성…좋은 이야기 찾아 다듬고 소품 제작

"첫 수업 받을 때 참 어색했어요. 아이들처럼 손유희도 하고, 목소리 바꾸는 게 쑥스러웠거든요. 하지만 가족에만 갇혀있던 나를 드러낼 수 있게 했어요." (황윤미씨)

 

"아이랑 동화로 이야기할 때 제일 잘했구나란 생각 들어요. 그림책 「무지개 물고기」를 읽어주면서 비늘을 하나씩 붙이는 놀이를 했는데, 아이가 너무 재밌어했어요. 덕분에 그림책도 술술 익혔죠." (김범정씨)

 

인후문화의집(관장 김현갑) 소속인 동화를 사랑하는 무지개빛 소리(회장 김진아)는 '동화로의 초대장'을 보내는 곳이다. 김진아 회장(38)을 비롯해 김범정(33) 손용님(38) 양현미(35) 황윤미(36)씨는 모두 지난해 동화구연지도사 과정을 마치고 아쉬움이 남아 모임을 만들었다. 30대 엄마들의 관심사는 당연히 아이들. 5살 둘째 아이에게 동화책을 재밌게 읽어주는 법이 없을까 고심하던 김진아씨, 책을 가까이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스스로 재미를 갖고자 시작한 양현미씨, 책은 매번 사는 데 어떻게 활용해야 할 지 몰라 쌓아두기만 하는 손용님씨. 매주 화요일 도담 지역아동센터, 한 달에 한 번 장애아동 재활교육시설인 한마음어린이집 수업을 진행하면서 동화구연에 대한 호기심은 관심으로, 관심은 애정으로 바뀌었다.

 

주부들이 하루 아침에 배우를 한다는 건 쉽지만은 않았다. 악한 역은 최대한 나쁘게, 선한 역은 한없이 착하게. 의성어와 의태어를 중간 중간 넣어 재미를 더한다. 좋은 동화를 발굴하고 개작해 자신만의 동화로 만드는 일이 우선된다. 그에 맞는 소품 제작까지 '척척박사'. 동화구연에 사용되는 토끼, 호랑이 손인형도 모두 이들의 손을 거쳐간 것이다. 도깨비 인형극단 단원이었던 양현미씨가 지도를 맡았다.

 

"요즘 아이들은 모르는 게 없어요. 옳고 그른 것에 대한 판단도 빠르고, 표현력도 뛰어나요. 가장 먼저 예민하게 반응하는 관객이죠."

 

김진아씨는 "솔직히 연기(?)엔 재능이 없다 여겼는데, 무대에 서다 보니까 누구나 다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들었다"며 "아이들 앞에서 인정받는 엄마가 됐다"고 말했다. 소심한 성격의 회원들도 동화구연을 하면서 적극적인 성격으로 바뀌었다는 평가.

 

과거엔 권선징악 구도의 동화가 주를 이뤘다면, 최근엔 반전동화가 많아졌다. 특히 초등학교 2~3학년 학생들은 틀을 깨는 동화로 또 다른 상상력을 배우게 된다.

 

"「개미와 베짱이」의 반전동화인 「베짱이의 노래가 필요해」가 있습니다. 베짱이의 노래가 맞춰 일을 하던 개미도 노래가 사라지니까 일이 신나지 않는 거에요. 결국 베짱이도 놀기만 한 것은 아니었구나란 생각을 하게 되는 거죠. 누구나 서로 잘할 수 있는 부분이 다를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동화입니다."(김진아씨)

 

양현미씨도 "동화는 본래 어른들의 이야기였고, 아이들에게 인생을 알려주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에 그 의미와 구조를 잘 분석해 전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예컨대 신데렐라 이야기는 단순히 '착한 아이가 운이 좋아서 공주가 되는 것'이 아니라 자기를 구박하는 언니를 돕고(덕성), 밤 12시까지 돌아와야 하며(규율), 수많은 고난을 이겨내야만(극기) 성공을 할 수 있다는 현실의 구조가 녹아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어른이 이를 알고 전달하는 것과 모르고 전달하는 것의 교육적 효과에서 그 차이가 적지 않다고 덧붙였다.

 

동화구연은 게임이나 TV에 매몰 돼 정서가 삭막해진 아이들에게 동심(童心)을 일깨우며, 나보다 못한 아이들을 배려하는 법도 배우게 한다. 김진아씨는 "아이들이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거나 현실에 적응하고 살아갈 수 있도록 힘을 주는 것이 좋은 동화"라고 덧붙였다.

 

이화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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