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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국 우언의 특징.전래 과정 한눈에 본다

"한 도시에 두 사람이 살고 있었는데 한 사람은 부자였고 다른 한 사람은 가난했다. 부자는 많은 소와 양을 가지고 있었지만 가난한 사람은 품삯으로 얻어 기르는 암컷 새끼 양 말고는 아무것도 없었다. (중략) 손님이 그 부자의 집에 놀러 갔는데 부자는 자신의 소와 양을 손님에게 대접하기 아까워서 가난한 사람의 새끼 양을 빼앗아 손님에게 대접했다."(사무엘하 12장1-4절)

 

"초나라의 어느 부자가 양 99마리를 가지고 있었는데 100마리까지 채우고 싶었다. 어느 날 읍내 친구 집에 놀러 갔는데 친구의 이웃은 가난한 사람이었지만 양 한 마리를 갖고 있었다. 그래서 부자는 그 가난한 이웃에게 찾아가서 말했다. '나에게는 양 99마리가 있는데 당신의 한 마리까지 가지게 되면 100마리가 될 것입니다.'"(금루자 '잡기'편)

 

배경과 줄거리가 약간 다르긴 하지만 두 이야기는 사뭇 닮았다.

 

중국의 원로학자 천푸칭(陳蒲淸)은 성경의 '양을 빼앗아 간 부자' 이야기가 중국에 전래된 최초의 서양 이야기였을 것으로 추정한다.

 

실크로드의 대상들이 성경 이야기를 중국에 가져왔고 금루자(金樓子)를 쓴 위진남북조 시대 양원제 소역(蕭繹.508-554)에게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천푸칭의 저서 '세계의 우언(寓言)과 알레고리'(지식산업사 펴냄)가 국내에 번역 출간됐다. 이 책은 우언의 정의와 유형에 대해 살펴보고 세계 각국 우언의 특징과 전래 과정을 조명했다.

 

한국의 우언도 소개돼 있다.

 

두더지가 애지중지 키운 딸의 남편감으로 하늘, 구름 등 분에 넘치는 상대를 고르다가 결국에는 두더지가 최고의 사윗감이라는 걸 깨닫게 된다는 내용의 '두더지의 혼인'.

 

조선 중기 유몽인의 어유야담에 나오는 '두더지의 혼인'을 읽다 보면 인도의 '설화의 바다' 속 이야기 '은사가 쥐 양녀를 위해 사윗감을 고르다'와 똑 닮은 내용에 흠칫 놀라게 된다.

 

천푸칭은 '두더지의 혼인'이 인도의 '은사가 쥐 양녀를 위해 사윗감을 고르다'에 그 기원을 두고 있다고 설명한다. 불교가 동아시아에 전파되면서 한국과 중국, 일본이 모두 비슷한 변이 설화를 갖게 됐다는 것이다.

 

그는 또 한국의 가장 우수한 고전 우언 시인으로 정약용을 꼽았으며 우언 소설 중에는 '토끼전'을 가장 높게 평가했다.

 

책을 번역한 윤주필 단국대 교수는 저자가 최근 일부 수정 원고를 보내오긴 했지만 "이만한 범위의 세계 우언문학 개론이 저술된 예를 찾아보기 어렵고 세계 우언의 권역을 이론적으로 논의한 사례도 희귀하다"고 평가했다.

 

올해 74세의 노학자 천푸칭은 우언을 비롯해 고전 문학, 고금 한어, 방언 등을 연구해왔으며 '중국 고전우언 문학사' '중국 현대우언 문학사' '한국 고전우언 문학사' 등 50여종의 저서를 저술 또는 편찬했다.

 

712쪽. 3만8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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