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참사로 상징화된 재개발 문제와 부패한 종교 권력이라는 사회적, 종교적 문제가 한 소설에서 만났다.
지난해 '열외인종 잔혹사'로 제14회 한겨레문학상을 받은 소설가 주원규(35) 씨의 장편소설 '망루'(문학의문학 펴냄)는 사회적, 종교적인 병폐를 정면으로 맞닥뜨리는 작품이다.
신학을 공부하고 현재 대안교회를 운영하는 작가는 비뚤어진 종교 권력의 실상을 날카롭게 전하는 동시에 인간 구원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을 던진다.
출간에 맞춰 4일 만난 작가는 "15년 전부터 구상해 온 작품인데 2개월 만에 집필했다"며 "용산참사 역시 오랜 시간 누적된 문제가 터진 것이며, 문학은 사회의 현실을 거울처럼 피하지 말고 보여줘야 할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작가는 "15년 전에도, 지금도 많은 이들이 살아남거나 짓밟히는 선택을 강요받고, 또 망루 위로 오르고 있다. 우리 모두가 망루에 오르는 사람이 될 수 있다"며 주제를 철거민만이 아닌 인간 전체로 확장한다.
그는 "우리는 가해자와 피해자, 승자와 패자, 가진 자와 잃은 자로 구분하는 도식 속에서 살고 있다"며 "이러한 구별 속에 사는 모든 이가 피해자이며, 이를 극복하고 공존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찾고자 했다"고 말했다.
소설은 담임목사인 아버지에게 초대형 세명교회를 세습 받은 조정인 목사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미국에서 펀드매니저로 일하며 목회자와는 먼 삶을 살다가, 교회를 물려받으려고 신학박사 학위를 위조해 귀국한 인물이다.
이 교회 전도사로 조정인의 여동생과 약혼한 주인공 정민우는 내키지 않지만 매주 조정인의 설교문을 대필해준다.
강북 재개발 지역의 노른자위에 있는 세명교회를 맡은 조정인은 맞은편 재래시장을 사들여 쇼핑몰까지 들어서는 거대한 교회를 지으려 한다.
이를 둘러싸고 한국철거민연합회 회원들이 강력히 반발하고, 그 속에서 주인공 민우는 잠적했던 오랜 친구 윤서를 만난다.
세명교회 게시판에 2천 년 전 부패한 로마제국 시대에 재림 예수가 나타났다는 게시물이 액자소설 형식으로 이어지고, 현실에서도 윤서가, 예수가 이 땅에 재림해 철거민을 위해 투쟁 중이라는 말을 남긴다.
재개발 지역 철거민들의 생존 투쟁과 교회 권력의 세력 확장욕이 대비되는 문제의식은 무겁지만, 추리 기법과 빠른 전개를 더한 작가의 필력으로 소설적인 긴장감을 잃지 않는다.
320쪽. 1만1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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