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제빵왕 김탁구' 전인화
"서인숙은 우리 드라마의 폭탄과 같은 존재입니다. 그래서 다양하게 연기하는 재미가 있습니다"전인화(45)가 중년 여배우의 자존심을 한껏 살리며 안방극장을 사로잡고 있다.
KBS 2TV 수목극 '제빵왕 김탁구'에서 집안의 대를 잇기 위해 부정한 방법으로 아들을 낳고, 그 아들을 성공시키기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는 거성가의 안주인 서인숙 역을 맡은 그는 카리스마 넘치면서도 빼어나게 아름다운 모습으로 감탄을 자아내고 있다.
청춘스타를 무색하게 하는 그의 존재감은 중년 여배우의 위상을 수직 상승시키는 동시에 전인화라는 배우에 대한 기대감을 한층 키우고 있다.
전날 방송분의 시청률이 48.4%를 기록했다는 소식에 전인화는 3일 "내가 생각해도 대단하다"고 기뻐하면서 "그러나 대본을 보면 충분히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국민 드라마'라 불릴 자격이 있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나도 결말이 무척 궁금한데 작가가 안 가르쳐줘요. 마지막에 작가가 서인숙에게 면죄부를 주지 않을까요."(웃음)다음은 전인화와 일문일답.
--서인숙의 활약이 매회 대단하다. 카리스마 넘치는 악역이다.
▲옛날에는 여배우로서 이미지를 고려해 악역을 맡는 것을 꺼려했지만 언젠가부터 배우는 어떤 장르도 가리지 않고 소화하는 게 매력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난 연기자로서 서인숙을 연기할 뿐이다. 전인화가 곧 서인숙은 아니지 않나. 과거 같으면 이미지를 걱정하며 흔들릴 수도 있겠지만 지금은 즐거운 마음으로 서인숙을 연기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서인숙이 굉장히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남을 철저하게 짓밟고 괴롭히지만 이 여자에게는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무엇보다 주변인들을 끌고 가는 힘이 있다는 게 이 여자의 가장 큰 매력이다. 파워풀하다.
--서인숙이 진짜 악역이라고 생각하나.
▲솔직히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인간에게는 누구나 선과 악의 양면이 있고 그중 어떤 면을 더 표출하느냐의 차이가 있을 뿐인 것 같다. 서인숙은 불 같은 열정의 소유자다. 비록 아들을 낳기 위해 불륜이라는 잘못된 선택을 했지만 그 후에는 거성가와 아들을 지키기 위해 발버둥을 치는 불쌍한 여자인 것이다. 또 남편인 구일중(전광렬 분)에 대한 사랑 하나만큼은 뜨겁고 진실한 여자다. 드라마가 재미있으려면 김탁구처럼 캔디 같은 인물만 있어서는 안 되지 않나.(웃음) 서인숙이 그렇게 된것은 남편과 시어머니 탓이 크다. 딸을 낳고 친정에 산후조리를 하러 간 사이 남편이 외도를 했고 그를 통해 낳은 아들을 시어머니가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면서 이 여자의 영혼은 짓밟혀졌다. 남아선호사상이 뿌리깊었던 시절에 대한 회한을안고 계시는 분이라면 서인숙의 입장과 이후 선택을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제빵왕 김탁구'의 인기 비결은 뭔가.
▲우리 드라마는 욕망으로 치닫는 사람들의 잘못된 모습을 조명하면서 한쪽에서는 그럼에도 진실은 살아있고 여전히 세상은 꿈과 희망을 이야기할 수 있다고 이야기해 재미와 감동의 균형을 잘 잡고 있다. 작가가 이렇게 글을 잘 쓸 수 있나 감탄하고 있다. 매회 교훈도 너무 많다. 어른들의 잘못된 모습에 영향을 받아 아이도 그전철을 밟는 안타까운 이야기도 있지만 아무것도 없는 김탁구가 진심과 성심으로 성장하는 모습을 통해 힘들고 어려워도 이겨낼 수 있다는 것을 이야기한다. '인생은 그저 겪어야 한다'는 등 주옥같은 대사도 너무 많다. 드라마 전체가 짜임새가 있기 때문에 서인숙도 빛나는 거지 그렇지 않았다면 서인숙은 이상한 인물에 머물고 말았을 것이다.
--젊은 연기자와 중년의 연기자들이 고루 조화를 이룬 것도 큰 힘이다.
▲그게 정말 기쁘다. 스타급 젊은 연기자 한둘 넣은 드라마보다 역시 가족, 어른과 젊은이들이 함께 어울리는 구성의 스토리가 힘이 있음을 증명했다. 청춘스타는화제성일 뿐이다. 전체 드라마를 위해서는 어른과 젊은 연기자들의 비율이 맞아야 한다. 작가도 그에 대한 믿음을 갖고 젊은 연기자를 신인으로 캐스팅했는데 성공해서 너무 좋아하고 있다. 우리 드라마가 연기자의 스타성이 아니라, 철저하게 스토리와 연기력으로 승부해 좋은 성과를 냈다는 점에서 자랑스럽다.
--나이를 거꾸로 먹는 것 같다. 매회 미모가 화제다.
▲조명이 좋아서 그렇다.(웃음) 운동을 시작했다. 마른 체질이라 살을 뺄 필요가 없어 평생 운동을 안 했는데 1년 전부터 건강을 위해 운동을 시작했다. 그랬더니체력이 너무나 좋아져서 에너지가 생겼다. 예전에는 밤샘 촬영을 하면 이틀을 못 버텼는데 요즘에는 안 지친다. 건강해 보인다는 말을 많이 듣는데 내가 생각해도 눈동자가 맑아졌다. 운동의 효과를 실감한 후 '역시 타고난 것은 없구나' 느끼고 있고, 주변에 운동을 강력히 권하고 있다. 요즘도 쓰러져도 체육관 가서 쓰러지자는 생각에 촬영 후 운동을 하러 간다. 30분씩 걷고 근력운동을 하면서 땀을 바가지로 쏟고 나면 힘이 절로 솟는다. 덕분에 서인숙의 불 같은 성격을 표현하는 데도 힘이 달리지 않는다. 대사를 뿜어낼 때 에너지가 많이 필요한데 운동의 효과를 100% 실감하고있다. 예전 같으면 이렇게 연기 못 했을 거다.
--패션감각도 탁월하다. 서인숙이 선보이는 옷은 젊은 사람도 소화하기 힘들어 보인다.
▲초반에는 60-70년대라 재클린 케네디 스타일을 해봤고 요즘에는 현대로 옮겨와서 많은 실험을 하고 있다. '전인화다움을 철저하게 버리자'는 생각이다. 그래서 붉은기가 도는 염색도 해보고 '이건 좀 과하지 않아?'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과감한의상도 입어봤다. 메이크업에서도 눈꼬리를 올리는 등 변화를 주니까 기존 전인화의모습과 달라서인지 확 눈에 띄는 모양이다.
--앞으로의 활약이 더욱더 기대된다.
▲연기자로서 운신의 폭을 넓게 가져가려고 한다. 좀 크게 크게 움직여 변화를 주려고 한다. 그간 전인화가 보여준 모습처럼 한자리에 머물러 있으면 도전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 어떤 캐릭터로 옮겨가도 나를 위해 계산하지는 않을 것이다. 철저하게 연기자로서 캐릭터에 집중해 변화를 꾀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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