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영미디어렙 도입 관련 연내 입법 불투명
헌법재판소가 한국방송광고공사(코바코)의 독점적 방송광고 판매 대행체제가 헌법에 위배된다는 판결을 내린 지 2년이 다 돼 가지만 국회가 연내 보완 입법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조차 불투명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26일 국회 및 방송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에 계류된 민영 미디어렙(방송광고판매 대행사) 도입 관련 입법의 주요 쟁점을 둘러싼 이견이 여전히 해소되지 못하고 있다.
헌재가 정한 입법 시한이 지난 지 9개월이 흘렀음에도 입법이 되지 않는 이유는무엇보다 현 방송광고 대행 체제의 변화가 초래할 새로운 환경에 대해 방송업계 내부의 갈등과 이견이 해소되지 않고 있는 탓이다.
특히 최근 TJB대전민방이 코바코 독점 체제하 지역 민방에 대한 방송광고 배분 비율의 부당성을 지적하고 나서는 등 기존 코바코 체제의 균열이 가시화하고 있다.
따라서 연내 입법이 무산될 경우 방송시장 전반이 극심한 갈등과 변화의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파료 문제, 방송업계 재편의 '뇌관'=코바코 체제를 대체할 새로운 민영 미디어렙 입법안 처리가 늦어지는 이면에는 취약한 지역민방 및 종교방송, 비네트워크사들의 수익 보장 문제가 자리한다.
특히 TJB대전방송이 이달초 코바코를 상대로 자사 몫의 전파료 배분이 부당하게이뤄져왔다며 70억원의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하고 나섬에 따라 각 지역방송과 비네트워크 방송사들 수익의 근간을 이뤄온 전파료 배분 구도가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TJB대전방송은 "지상파 방송광고 판매를 독점하는 코바코의 불합리하고 차별적인 전파료 책정으로 인해 지난 10여년간 유사규모인 광주방송과 비교할 때 580억원 가량의 손해를 입었다"며 "청구가 가능한 지난 5년간 손해액 가운데 일부인 70억원의 배상을 우선 요구한다"고 밝혔다.
코바코가 지역 민방에 배분해온 전파료는 SBS나 MBC 중앙사의 프로그램과 이에 딸린 광고를 지역방송이 해당 지역에 송출해주는 대가로 받는 광고요금을 말한다.
코바코 체제가 시한부 국면에 접어들면서 전파료에 기반한 중앙과 지역 방송사간 수익배분의 구조도 급격한 균열 양상이 전개되고 있는 것.
현 전파료 배분 체제는 지난 1985년 MBC가 중앙-지방간 수익 배분을 위해 도입됐다. 1995년 이래 등장한 지역 민방도 이를 준용해 수용하면서 고착화됐다. 1995년이래 코바코는 전파료 배분의 주체 역할을 맡았다.
수익 배분의 모순은 2000년 들어 민방의 방송 권역이 광역화를 거치면서 심화된다. 광역화를 거치면서 각 지역 MBC와 민방의 전파료들도 선별적으로 인상 과정을 거쳤고, 이 과정에서 대전민방과 같이 수익 배분에 불만을 갖게 되는 지역사들도 생겨났다.
◆"지역.비네트워크사 취약성 심화 우려"=TJB대전방송의 소송 제기는 방송업계 수익 배분을 둘러싼 갈등 구도의 한 단면을 보여줄 뿐이다.
수면 밑에 잠복해있지만 중앙 방송과 지역방송간의 수익 배분과 함께 OBS와 CBS, 불교방송 등 14개 비네트워크사들의 추후 수익원 확보 문제는 방송업계가 슬기로운 해체에 나서지 않을 경우 일거에 폭발할 수 있는 뇌관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적지않다.
코바코 이후 체제로 순조로운 이행이 이뤄지지 않는 이면에는 바로 이 같은 중앙과 지역사간 전파료를 통한 수익배분 구조를 대체할 새로운 체제가 마련되지 않고있는 현실이 자리한다.
방송업계 한 관계자는 "국회에 계류된 다양한 미디어렙 입법안들은 지역 및 비네트워크사들의 수익원 확보 우려를 해소할 수 있는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헌재 판결 이후 보완 입법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근본적 이유는 바로 이러한 갈등을 해소할 적극적이고 구체적인 대안 마련이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방통위에 따르면 방송광고 판매 대행 경쟁 체제가 도입되고 중앙과 지역, 비네트워크사 간의 자율적 경쟁이 이뤄지게 될 경우 지난해 기준으로 2천억원에 이르는 연계 판매 분은 소실될 가능성이 높다.
연계 판매란 주요 방송사의 광고 판매에 경쟁력이 약한 방송사들의 광고를 끼워파는 방식으로, 그간 후자의 생존을 보장해온 버팀목 역할을 해왔다.
따라서 이들의 수익 기반이 급격히 취약해지면서 생존을 위협받게 되는 상황이 전개되리란 우려가 높지만 정부와 국회, 방송업계 누구도 적극적인 대안 마련에 나서지 못하는 현실이다.
방통위 관계자는 "자율적인 경쟁 체제 도입시, 중앙 및 지역사 간의 대립과 갈등이 일시에 증폭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며 "정부 차원에서 갈등 중재를 위한 기준을 마련하고 있으며 국회의 적극적 역할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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