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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대통령, 환율전쟁 해법마련 '핵심키' 역할

9월초 긴급회의 소집…'중재안' 마련 지시…금융안전망 의제 진전

경주에서 폐막한 G20(주요20개국)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회의에서 이른바 '환율전쟁' 해결의 돌파구를 극적으로 마련한 배경에는 서울 G20정상회의 의장인 이명박 대통령의 리더십이 큰 역할을 했다는 후문이다.

 

당초 우리 정부는 11월 서울 G20정상회의에서 국제통화기금(IMF) 구조 개혁만이뤄내면 성공이라는 시각을 가졌었지만, 지난달 초 미국과 중국 등 강대국간 환율갈등이 불거지면서 서울 정상회의의 쟁점은 환율 문제가 돼야 한다는 세계적 여론이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그러자 이 대통령은 긴급회의를 소집, 사공일 G20정상회의준비위원장을 비롯한관계자들에게 "환율 문제 때문에 서울 서밋의 의미가 퇴색하면 어떻게 하느냐. 빨리대책을 세우라"며 '중재안' 마련을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당시 환율 논란의 중심에 있던 중국의 입장을 고려, '환율'이란 단어를직접적으로 거론하지 않은 채 문제를 해결하는 '묘수'를 짜내는 것이었다.

 

이 과정에서 이 대통령은 사공 위원장 및 청와대 참모들과 여러차례 회의를 하며 "좋은 아이디어를 내보라"고 독려했고, G20정상회의 준비위 측은 고민 끝에 '프레임워크(협력체계) 강화와 세계경제 불균형 해소라는 명분을 내세워 환율과 경상수지 불균형 문제를 간접적으로 해결하는 '중재안'을 만들어냈다.

 

사공 위원장은 이 같은 '중재안'을 들고 9월 중순 미국을 방문, 래리 서머스 국가경제위원장 등 고위급 인사들을 만나 협조를 구한 끝에 긍정적 반응을 얻어냈다는후문이다.

 

사공 위원장은 이 대통령의 독려 속에 중국의 경제부처 인사들과도 직.간접 접촉을 수없이 반복했다고 한다.

 

결국 경주 G20회의 개막 직전 티머시 가이트너 미 재무장관은 환율 갈등 해결을위해 ▲시장결정 환율제 ▲통화 절하 자제 ▲경상수지 규모의 지속가능 수준 관리를이행하자는 한국 측의 '중재안'을 받아들여 주요 국가들에 합의를 촉구하는 서신을돌림으로써 막판 극적인 타결이 이뤄지는 성과를 거뒀다.

 

G20준비위 핵심관계자는 24일 기자들과 만나 "우리의 중재안을 갖고 접촉을 해보니 다른 나라들의 반발이 약간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며 "경상수지 목표를 4%로하는 구체적 수치까지는 합의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지만, 아무것도 안 한다면 서울정상회의에서도 합의를 할 수 없기 때문에 그런 식으로 타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이 분야에 가장 전문가는 대통령일 것"이라며 "다른 나라들은 큰 나라간 갈등이 벌어졌을 때 한국이 지적인 능력을 발휘해 능동적으로 중재할 것이라고기대를 안 했던 것 같았다"고 말했다.

 

우리의 중재안에 대해 미국 정부는 "큰 틀을 잡는 데 도움이 됐다"고 했고, 중국도 대체로 만족스러운 반응을 보였다고 G20준비위 측은 전했다.

 

특히 라엘 브레이너드 미 재무 차관은 G20 의장국으로서 한국의 역할에 대해 "중심축(pivotal) 역할을 했다"고 평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이번 경주 G20회의에서 환율 문제에 대한 합의에 실패했을 경우 G20 정상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문제를 해결할 계획이었다고 참모들은 전했다.

 

이 대통령은 이번 G20회의부터 새로 채택된 금융 안전망 구축과 개발 의제가 회원국들의 공감을 얻는 데에도 막후에서 큰 역할을 했다고 참모들이 전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G20준비위가 발족하자 "기존 주제를 달성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한국이 '있는 밥상만 차려서 주는 것'은 역사적인 의미를 부각할 수 없다"며 "기존 주제 외에 서울회의에서 시작할 수 있는 주제를 빨리 만들어보라"고 말한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이 대통령은 "G20에 속하지 않는 많은 나라가 공감할 주제를 찾아보라"고지시했다고 참모들은 전했다.

 

이에 따라 글로벌 금융안전망 구축과 후진국 개발이라는 의제를 새롭게 채택한다는 목표를 세웠으나, 미국 등 주요 회원국들은 선진국들에 추가 재정 부담이 든다는 이유로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특히 금융 안전망에 대해서는 미국이 다소 거부하는 분위기여서 사공 위원장은서머스 미 국가경제위원장을 6차례나 만나 설득을 거듭해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체적 성과가 나오지 않자 이 대통령이 주요 회원국 정상들에게 전화를 거는 등 직접 설득 작업에 나섰다.

 

이 시기에 발생한 그리스발 금융 위기는 우리에게 호재가 됐다.

 

이 대통령은 당시 사공 위원장 등을 불러 "지금이 모멘텀이다.

 

유럽이 문제가있어서 (금융 안전망을) 필요로 할 때 해야 하는 것 아니냐"면서 "유럽 문제가 아시아로까지 파급 효과가 생기면 당장 (금융 안전망이) 필요할 수 있다.

 

지금 해결하지않으면 11월에 더 불확실성이 있을 수 있다"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자 G20 준비위 측은 "11월 정상회의 성과로 삼아야 좋을 것 같은 데 미리하면 어떻게 하느냐"고 보고했지만, 이 대통령은 "한국의 이익만을 위해서 G20를 하는 게 아니다.

 

우리 이익만을 위해서 G20를 하면 누가 따라오겠느냐"면서 "전 세계에 공공재를 가져온다고 생각하고 해야 한다.

 

지금 공감대가 잡혔을 때 터뜨리라"고지시했다.

 

이 같은 결정에 대해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후일 "대단한 일을 했다.

 

예전에 사전대출제를 하자고 할 때마다 반대가 많아 못했는데 한국의 체어맨십(의장국 역할)이 상당히 크다"고 말했다고 G20준비위 측은 전했다.

 

개발 의제 역시 이 대통령이 처음부터 구체적 내용을 제시했다는 전언이다.

 

이 대통령은 "G20는 돈을 내는 '도너 컨트리(donor country)'만 모인 게 아니다. 이머징 이코노미(신흥국)도 있다"면서 "저개발국 국가 사람들 모아서 사진 찍고그냥 보내는 것보다 저개발국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찾아보라"고 지시했다.

 

특히 G20 준비위 측이 개발을 위한 구체적 의제로 '보건, 무역' 등을 건의하자이 대통령은 다소 못마땅해하면서 "수요자 위주로 가는 게 좋으니 개도국의 얘기를직접 들어보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이에 따라 정부는 개도국으로부터 직접 의견을 수렴한 뒤 '성장 잠재력 확충 지원'을 개발 의제의 핵심주제로 선정했다.

 

G20준비위 관계자는 "대통령의 생각을 더어려운 길을 가면서 실현했다는 점이 의미있다"고 말했다.

 

IMF의 신흥국 지분율 상승폭을 당초보다 큰 6% 이상으로 합의한 점 역시 이 대통령의 막후 역할이 없었으면 불가능했다고 G20 준비위측은 설명했다.

 

지난달 초까지 IMF 지분 구조조정에 대한 협상이 난항을 거듭해 G20준비위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고, 결국 이 대통령이 나서 스트로스-칸 IMF 총재를 직접 설득하는등 외교적 노력을 기울여야 했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G20 준비위로부터 "대통령께 부담을 드려 죄송하지만 정상급에서나서야 할 것 같다"는 보고를 받고 스트로스-칸 총재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등에게 직.간접적인 방법을 통해 거듭 협조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무엇보다 이 대통령은 스트로스-칸 총재에게 IMF 구조개혁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서울 G20 체제의 유지가 불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해 설득에 성공한 것으로 알고있다고 참모들은 전했다.

 

스트로스-칸 총재는 이번 경주 G20회의가 끝난 뒤 "대통령이 직접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회의에 참석해 '합의를 안 해주면 공항을 폐쇄하겠다'고 말한 게 효과가있었다"는 농담까지 하면서 이 대통령의 열의를 평가했다는 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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