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출판계는 마이클 샌델 교수의 정치철학 책 '정의란 무엇인가'의 인기에 힘입어 인문 분야 서적이 선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최대 온라인 서점인 예스24는 올해 1월부터 이달 21일까지 분야별 매출(판매액 기준)을 집계한 결과 인문(사회·역사와 문화·인문) 분야 매출이 작년 동기 대비 27% 늘었고 특히 이 가운데 사회 분야 매출은 50%나 급증했다고 28일 밝혔다.
종교 분야 매출도 28% 늘었고 문학(국내문학·해외문학·인물)은 6%, 학습서는 8%, 어린이 분야는 6%의 매출신장률을 보였다. 반면 비즈니스(비즈니스·자기관리) 분야 매출은 2% 늘어나는데 그쳤다.
안지애 예스24 마케팅팀장은 사회 분야가 두드러진 성장을 한 것은 "올해 최고의 화두를 던진 '정의란 무엇인가'의 영향이 크다"면서 "종교 분야 매출이 크게 늘어난 것은 올봄 타계한 법정 스님의 책과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의 신앙고백서 '지성에서 영성으로'의 영향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전국 16개 영업점과 온라인 서점을 운영하는 교보문고도 올해 1월부터 이달 25일까지 분야별 도서 판매 추이를 분석한 결과 인문 분야 매출(권수 기준)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0% 늘었다고 밝혔다.
역사·문화 분야도 27.9%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교보문고 최대 영업점인 광화문점이 개보수 공사로 문을 닫았던 기간(4월1일부터 8월26일까지)은 집계에서 제외했다.
한동안 자기계발서 등 실용서에 밀려 찬밥 신세였던 인문 서적의 부활에 불을 지핀 것은 '정의란 무엇인가'다.
올해 5월 24일 국내에서 출간된 '정의란 무엇인가'는 인문 서적으로는 이례적으로 지금까지 61만 부가 팔리며 서점가에 돌풍을 일으켰다. 한국출판인회의가 전국 온. 오프라인 서점 9곳을 대상으로 집계한 베스트셀러 순위에서도 올해 들어 총 16주 동안 1위를 차지하는 기록을 세웠다.
신자유주의 경제 체제를 조목조목 비판한 장하준 케임브리지대 교수의 신간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도 출간과 동시에 단숨에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인문·사회 서적 열풍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29일 출간된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는 지금까지 약 한 달 만에 12만 부 이상 팔려나갔다.
이 같은 분위기에 힘입어 최근 서점가에는 조지 레이코프의 '도덕, 정치를 말하다', 제러미 리프킨의 '공감의 시대', 샌델 교수의 '왜 도덕인가?' 등 인문·사회 서적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묵직한 주제의 인문·사회 서적이 잇따라 베스트셀러에 오른 것은 사회 현실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올해 출판계를 대표하는 키워드로 '자기구원'을 선정한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소장은 독자들이 "근본을 찾으며 스스로 구원받고자 하는 모습을 보여줬다"면서 "답답한 현실을 책 속에서라도 풀어보려 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한 소장은 '정의란 무엇인가'와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의 인기는 "문제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얘기해주는 책이 있으면 독자들의 수요가 언제든지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라면서 "내년에도 새로운 관점을 제공하는 인문 서적들이 계속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정의란 무엇인가'의 열풍을 인문 서적의 부활로 보기에는 아직 이르며 베스트셀러에 오른 인문 사회 서적이 모두 외국 서적이라는 점은 아쉬운 대목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백원근 한국출판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정의란 무엇인가'의 경우 하버드를 부각시킨 마케팅의 승리"라면서 '정의란 무엇인가'가 몰고 온 인문 서적 열기도 "한 때일 것 같다"고 말했다.
백 연구원은 또 "우리 사회의 문제를 우리 필자들의 눈을 통해 풀어주는 책은 그다지 찾아보기 어려웠다"면서 "한국 사회라는 구체적인 맥락 위에서 공동체 문제를 묵직하게 풀어내는 작가를 발굴하는 출판사들의 노력이 없었다는 것은 아쉬운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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