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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블TV서 '종횡무진'..개그맨 남희석

지금의 유재석, 강호동처럼 남희석(39)이 공중파 TV를 '점령'하던 시절이 있었다.

 

2000년을 전후한 5년가량, 과장을 보태면 채널만 돌리면 남희석이 특유의 하회탈 웃음을 지으며 웃고 있었을 정도다. 2001년의 경우 그가 연예인들 중 가장 많은 2억9천800만원을 KBS에서 받았다며 '출연료가 너무 집중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국정감사에서 제기됐을 정도였다.

 

꾸준히 지상파 TV에서 얼굴을 내보이던 그가 최근 새로운 도전을 하고 있다. 케이블 채널에서만 4개의 프로그램에서 진행자로 활약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5일 첫 방송된 tvN의 퀴즈쇼 '트라이앵글'과 MBC 에브리원의 '복불복쇼2'를 진행 중이며 오는 23일 코미디TV에서 첫 방송 되는 '빠삐용'에도 진행자로 나선다. 잠정적으로 방송이 중단된 tvN의 '네버랜드'에도 진행자로 이름이 올라 있다.

 

최근 '트라이앵글'(매주 수요일 밤 11시 방송)의 녹화가 진행된 서울 상암동 CJ E&M 스튜디오에서 만난 남희석은 "오늘은 어떤 문제로 어떤 출연자들을 만날지 설레는 마음으로 스튜디오에 나서고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트라이앵글'처럼 일반인들이 출연하는 프로그램은 의외성이라는 변수가 한도 끝도 없이 뻗어나간다는 점에서 재미가 있다"고 말했으며 케이블 TV에 잇따라 출연하는 것에 대해서는 "'까불이'로서의 남희석의 모습을 다시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트라이앵글'은 차원 다른 퀴즈 프로그램" = '트라이앵글'은 3명의 도전자가 설득과 합의를 통해 100초 안에 만장일치로 답을 내 놔야 하는 형식의 퀴즈쇼다.

 

서로 모르는 일반인 출연자들은 스튜디오 안에서 처음 만나 한 팀을 이룬다. 상금이 결정되기 전에는 서로 상의해 상금의 분배 비율을 나눠야 한다.

 

남희석은 "퀴즈를 풀고 상금을 받는지에만 집중되던 이전의 퀴즈 프로그램과는 차원이 다르다. (다른 퀴즈 프로그램을 진행했던) 임성훈 선배나 김용만에게는 절대 주기 싫은 프로그램"이라며 웃었다.

 

"참 재미있는 게, 서로 전혀 모르던 사람들이 4~5문제 정도 같이 풀다 보면 하이파이브가 나올 정도로 친해지거든요. 그러다가 상금을 못 받게 되면 다시 전처럼 남이 돼요. 마지막에 상금을 나눌 때 보면 참가자들이 돈에 대한 욕심보다 자신의 기여도에 대해 인정받으려는 모습을 드러낸다는 점도 흥미로운 점입니다."

 

그는 "다양한 영역에서 문제가 나와서 상식책이나 신문을 꼼꼼하게 보는 사람도 필요하지만, 아이돌 그룹의 노래를 모두 외우는 사람이나 TV 드라마에 빠져있는 사람 덕분에 문제를 맞출 수도 있다"며 "상금을 못받은 출연자들이 '정말 좋은 경험하고 갑니다' '저도 모르는 제 자신을 봤네요'라고 말하는데, 이런 모습을 지켜보는 것도 재미있는 일"이라고 했다.

 

남희석은 정통 콩트 프로그램에서부터 최근 유행하는 리얼 버라이어티 형식까지 다양한 프로그램을 섭렵해왔지만 일반인이 출연하는 프로그램에서 유독 빛을 발해왔다. 올해 상반기 진행 마이크를 놓은 '미녀들의 수다'가 대표적인 케이스며, '트라이앵글'도 마찬가지다.

 

"방송가 외에서 다양한 소득과 지위의 사람들을 가리지 않고 적극적으로 만나는 편"이라는 그는 "일반인들이 각자 강한 개성을 드러내는 게 일반인 출연 프로그램의 매력"이라고 말했다.

 

"요즘 '리얼 버라이어티'가 대세라고 하지만, 사실 프로(연예인)들 끼리 모이면 서로 서브넣고 토스하고 스파이크 치고 하는 식의 역할이 있거든요. 하지만, 일반인들이 출연하는 프로그램은 변수도 많고 의외성도 커서 어디로 튈지 몰라서 재미있어요. 그래서 녹화장에 갈 때 마음이 설레는 것 같아요."

 

◆방송은 마라톤..'웃기는 기술자'로서 진가 발휘할 것 = 한 때 예능계의 '1인자'로 불리던 그에게 케이블 TV의 프로그램 진행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그는 "방송은 단거리 달리기가 아니라 마라톤"이라며 "예전에 1등 할 때와 달리 요즘에는 운신의 폭이나 발언 수위의 폭이 넓어서 재밌다"고 했다. "지상파 TV에서 '건실한' 느낌의 프로그램 진행 섭외가 몇개' 들어왔는데 거절했다"는 이야기도 들려줬다.

 

"이미지 때문인지 건전함 속에 재미를 넣고 싶은 그런 프로그램에서 섭외가 많이 들어왔어요. 지상파에서 그런 식의 '건실한' 프로그램 두세 개 정도 제의도 있었거든요. 그런데 좀 '까부는' 프로그램을 해보고 싶더라고요. 제가 사실 굉장히 '까불이'거든요.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는 자신감을 갖고 있는 '웃기는 기술자'이기도 하고요. 그래서 찾게 된 게 지금 진행하는 프로그램들이에요."

 

그는 "방송 생활을 20년 가까이하다 보니 일희일비가 없어진 것 같다"고도 했다. "방송은 삶과 같다. 단거리처럼 전력 질주하기보다는 마라톤처럼 길게 봐야 한다"며 "'어, 공중파 안하는 거야?'라고 물어보는 사람들도 있지만 난 아무렇지도 않다"고 덧붙였다.

 

 

"지금 제일 힘든 사람은 유재석이나 강호동일 거에요. 계속 1등을 해야 하는 부담이 있을 테니까요. 사실 저도 1등만 쫓던 때가 있긴 했거든요. 하늘의 별을 따본 걸로 알았는데 돌아보니 그게 재 같다고 느꼈던 때도 있었고요. 하지만 계속 1등 할 때의 예전이나 지금이나 먹는 밥의 양은 비슷하거든요. 오히려 운신의 폭이나 발언 수위의 폭이 넓어진 게 지금이 더 재밌어요. 1등에서 해방되면 정말 편하게 살 수 있거든요."

 

그는 "시골에서 밀짚모자를 쓰든, 압구정동에서 턱시도를 입든 어떤 상황에서든 부자연스럽지 않은 진행자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나로 인해 상처를 받는 사람이 없는 그런 개그맨이 되고 싶다"고도 했다.

 

"우리 아이가 나 때문에 외국에 유학가고 싶다는 소리는 안하도록 하고 싶어요. '아빠 때문에 한국에서 못살겠어'라는 말은 안나왔으면 합니다. 제가 다시 태어나도 개그맨이 되고 싶어하는 사람이거든요. 하지만 아이가 아빠에게 '(개그맨을)그만둬라'고 한다면 그렇게 할 자신 있어요. 저로 인해 마음 아파하는 사람이 없도록 해달라고 항상 기도해요. '웃기는 기술자'로서의 제모습을 잘 보여주면서도 제 말로 누군가가 상처를 받지 않는, 그런 방송을 계속 해나갈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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