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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정우 "직장인 친구들과 어울리며 영감 얻어"

"좀 더 입지를 탄탄하게 해야겠죠. 요즘 워낙 과찬을 많이 하시는 것 같아요. 아직은 (그런 칭찬이) 제 것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요. 더 탄탄하게 해서 그런 이야기를 제 것처럼 만들고 싶어요."

 

나홍진 감독의 영화 '황해'로 돌아온 배우 하정우. '추격자'(500만명)와 '국가대표'(800만명)를 잇따라 크게 히트시켜 어깨에 힘이 들어갈 법하지만 하정우는 아직 스타라는 단어를 불편하게 여기는 듯했다.

 

그는 최근 인터뷰에서 "제 나이에 맞게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한다"면서 "계속 한 단계, 한 단계 올라가야 한다. 깨달아가면서 경험해가면서 그 나이에 맞게 성장하고 싶은 마음"이라고 말했다.

 

 

하정우는 '황해'에서 한층 성숙한 연기를 보여줬다. '추격자'에서는 김윤석이 연기한 중호에게 무게가 갔다면 '황해'는 하정우가 맡은 구남의 이야기다.

 

중국 연변에서 택시를 몰며 희망이 없는 나날을 살아가던 구남은 한국에 가서 연락이 끊긴 아내를 찾고 빚도 갚기 위해 한국에서 사람을 죽이고 오라는 면가(김윤석)의 제안을 받아들인다.

 

"그들은 어떤 사람일까에 대해 제일 먼저 생각했어요. (말을 익히려고) 조선족 트레이너 친구들과 어울리면서 그들이 어떻게 얘기하고 어렸을 때 뭘 했고 어떤 학교에 다녔고 지금 고민이 뭔지…. 그들의 삶을 엿보는 걸 시작으로 조선족들에게 관심을 많이 가졌죠."

 

하정우는 "촬영 3개월 전부터 연길 출신 조선족들로부터 마작을 배우고 조선족들이 잘 가는 양꼬치집에도 갔다"면서 "그 사람들의 문화를 이해하고 알아가는 데 주력했다"고 말했다.

 

트레일러를 몰면서 액션을 하거나 새벽부터 3시간 넘게 산을 타고 올라갔던 일, 얼음장 같은 날씨에 바닷물에 뛰어들어야 했던 일 등 힘들고 위험한 장면이 숱하게 있었다고 했다.

 

그는 그러면서 혼자 연기하는 장면이 많았던 것도 힘들었다고 했다. "전 상대 배우가 있으면 리액션을 받아가면서 테이크를 거듭할수록 상대의 변화 속에 저도 새로운 연기 방향을 잡아가는 게 일반적이었는데 이번엔 혼자 하다 보니 테이크가 갈수록 더할 게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는 또 혼자 연기할 때 주변 환경에 예민해져 집중력이 떨어지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카메라 뒤의 스태프 움직임, 자동차 지나가는 소리, 그 외의 소음 같은 것에 제가 반응한다는 거죠."

 

그는 '황해'의 완성본만 4차례 봤다고 했다. "'황해'는 좋아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분명히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한가지 확실한 건 굉장히 잘 흘러간다는 거죠. 러닝타임에 비해 상대적으로 지루하지 않게 딱 떨어지죠."

 

그는 "관객이 그 안의 드라마를 충분히 이해할까 하는 생각도 든다"면서 "'대부'를 볼 때도 10번 넘게 보면서 새롭게 발견하는 지점이 있다.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여러 번 보면서 새로운 것을 하나씩 발견한다면 그것 또한 이 영화의 매력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너무 재미있는 건 제가 블로그 같은 걸 보면 '황해' 보기 전에 알아야 할 것' 이런 가이드가 있어요. 하하. 전 이런 게 나왔다는 게 너무 흥미로운 거죠. 좋아하든 좋아하지 않든 이런 논란이 되고 이야깃거리를 준다는 건 좋은 게 아닌가요."

 

영화에서 구남이라는 인물에 대한 드라마를 볼 수 있었다고 하자 하정우는 구남에 대해 더 잘 알 수 있는 장면이 있었으나 상영시간이 너무 길어 삭제됐다며 아쉬워했다.

 

그는 "구남이 여인숙에서 하루하루 준비하는 것을 조금 더 디테일하게 소소하게 그렸다. 감정적인 부분을 읽을 수 있는 장면"이라면서 "이런 부분이 있었으면 구남의 드라마가 강화됐을 것"이라고 했다.

 

'황해'는 상영시간이 2시간36분에 이르지만, 3시간짜리 영화가 나온다는 소문이 무성했던 작품이다.

 

그는 "개봉하던 날 나홍진 감독, 김윤석과 셋이서 조촐하게 파티를 했는데 디렉터스컷을 만들면 좋겠다는 얘기를 했다"면서 "감독이 원래 의도한 3시간짜리를 보고 싶어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나홍진 감독과 김윤석은 '추격자'에 이어 2편을 같이한 사이다. 이들과의 작업은 어땠을까.

 

그는 나홍진 감독이 배우가 현장에서 수동적으로 움직이지 않게 해준다고 했다.

 

"시나리오에 구체적 지문이 없어요. 어떻게 움직이고 어떻게 대사 친다는 것 없이 그냥 상황 설명이 있고 대사가 '팍' 시작해요. 그 안에서의 동선과 대사 톤, 연기의 방향은 배우의 몫인 거죠. 그러다 보면 뭔가를 굉장히 치열하게 준비하고 현장에서 집중력을 갖고 해야 하는데 창의적인 마음으로 영화를 만들어낸다는 보람이 있는 것 같아요. 나도 아이디어를 제시하면 (감독이) 열린 마음으로 받아주시고요. 배우가 현장에서 시키는 대로 수동적으로 한다는 건 굉장히 지루한 거거든요."

 

김윤석에 대해선 형제같이 지내는 사이라고 했다. "영화 외적인 이야기도 주고받으면서 자연스럽게 '황해'까지 왔고 같이 촬영하면서 시간을 보냈죠. 저보다 띠동갑 형인데 제가 나이가 어려도 동지처럼 맞이해주세요."

 

김윤석과 함께한 '황해'나 '추격자' 외에 '국가대표'도 남자 배우들이 위주가 된 영화다. 곧 촬영에 들어갈 '의뢰인'에서도 그는 살인죄로 기소된 피고인의 변호사를 맡아 박희순, 장혁과 호흡을 맞춘다.

 

"전 대부분이 남자영화였죠. 시나리오는 다양하게 들어오는데 선택하다 보니 남자들이 주로 나오는 영화를 하게 됐네요. 어렸을 때부터 전 늘 남자들에게 인기가 많았으면 했고 친구들과 많이 어울렸는데 그런 영향도 있겠다고 생각해요."

 

하정우는 김윤석을 제외하면 동료 배우나 다른 연예인들과는 잘 어울리지 않고 어릴 때부터 오래 알고 지낸 동네 친구들을 주로 만난다고 했다. 그래선지 인터뷰에 응하는 소탈한 태도가 다른 배우들과는 사뭇 달랐다.

 

"제 또래 친구들 반 이상이 그냥 직장인이죠. 그 친구들의 삶에 껴서 자라오면서 그들이 갖는 고민, 이 나이엔 무엇을 하는지 등을 옆에서 지켜봤죠. 배우는 동떨어진 세계에서 살고 있는데 그들의 삶을 엿보면서 많은 것을 느끼게 돼요. 그러면서 그 안에서 연기적인 영감을 얻을 때도 많아요."

 

그는 사람들이 자신에 대해 연예인보다 일반인 같다는 말을 하면 기분 좋다고 했다. "저는 그냥 직업이 배우라서 이런 일을 하는 것뿐이지 일상에 돌아가면 그들과 어울리면서 30대 초중반을 보내는 사람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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