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2TV의 청소년 드라마 '정글피쉬2'가 오는 30일 종영한다.
시청률은 5%가 채 안 되지만 '정글피쉬2'는 기존 청소년 드라마와 달리 미스터리 형식을 빌려 청소년의 암울한 현실을 다뤘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소재도 자살, 원조교제, 약물중독, 교내 폭력, 10대 임신 등 청소년 문제를 총망라했다. 초반 극단적인 설정에 대한 지적이 많았지만 드라마가 전개될수록 극적 상황이 현실을 반영한다는 공감을 얻었다.
바람에 휩쓸려 정글 속 작은 웅덩이에 떨어진 물고기처럼 어른들이 만든 정글에 갇혀 힘겨워하는 청소년의 모습을 담겠다는 제작진의 의도는 어느 정도 적중한 셈이다.
◇청소년의 어두운 현실 조명..막장 논란도 = 드라마는 명문고 전교 1등 여고생의 죽음에 얽힌 비밀을 풀어가는 과정을 주축으로 관련 인물들의 고민과 고통에 초점을 맞췄다.
드라마에 등장하는 청소년은 모두 저마다의 아픔이 있다.
전교 2등 서율은 숨진 효안의 절친이지만 1등만을 강요하는 부모 때문에 우정도 배신하고 성적을 올리고자 약물에 의존한다. 명문고에 다니던 호수는 비인간적인 학교 분위기를 이기지 못하고 전학 간다.
교내 폭력사건에 휘말리면서 학교에서 자퇴한 바우는 학교와 가정의 테두리를 벗어나 방황하고, 여고생 라이는 예기치 않은 임신에 퇴학까지 당한다.
미스터리의 열쇠를 쥔 효안도 학교 재단의 비리를 고발하려다 믿었던 선생님에게 배신당한 것으로 드러난다.
이들은 모두 부모와 학교로 상징되는 기성사회에서 상처받고 버림받은 인물이다. 사회가 보호하지 못하는 청소년의 현실을 상징하는 셈이다.
극단적인 상황이 이어지면서 드라마가 사회의 어두운 부분만 강조한다는 비판도 있었다. 시청자의 관심을 끌고자 자극적인 소재를 동원했다며 '막장 청소년 드라마'라는 이야기까지 나왔다.
그러나 정작 당사자인 청소년 시청자의 반응은 호의적이다.
프로그램 게시판에는 '극단적이지만 이것이 현실이다' '밝은 부분만 강조하는 기존 청소년 드라마보다 낫다' '우리들의 현실을 꼬집은 드라마다'라는 평가가 줄을 이었다. 충분히 개연성 있는 소재라는 점에서 막장으로 보기 어렵다는 의견이다.
권오주 책임프로듀서는 "표현방식이 직설적이고 8부로 이야기를 압축하다 보니 어른들이 보기에 너무 막가는 게 아니냐는 평가가 있을 수 있다"며 "그렇지만 불편한 현실을 공론화하고 공감대를 만들어보자는 취지에서 만들었고 어느 정도 의도한 대로 갔다고 본다"고 말했다.
◇영상미 호평..캐릭터 묘사 아쉬워 = 내용 외에 형식과 영상미에서 '정글피쉬2'는 기존 드라마와 차별화했다.
이 드라마는 부분에서 전체를 추론해가는 미스터리 형식을 충실히 따른다.
성적 스트레스로 인한 자살로 치부된 효안의 죽음 뒤에 재단의 비리가 연관됐고, 의문의 존재인 'WHO'가 SNS(소셜네트워크 서비스)를 통해 효안의 죽음에 대한 단서를 호수에게 하나씩 알려주는 방식은 극적 긴장감을 드라마에 불어 넣었다.
애초 극장 개봉을 염두에 두고 제작한 드라마답게 영상미는 영화 못지않았다. DSLR 카메라인 5D 마크2로 촬영한 영상은 뚜렷한 색감과 다양한 구도로 보는 즐거움을 선사했다.
권오주 프로듀서는 "외국 수출계약까지 염두에 두다 보니 영상에 신경 썼다"며 "홈드라마 수준의 비주얼로는 충분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홍종현, 지연, 이준, 신소율 등 신인 연기자의 연기도 기대 이상이었다. 특히 서율 역의 지연과 라이 역의 신소율은 과장하지 않은 연기로 연기자로서 발전 가능성을 보여줬다.
그러나 등장인물들이 평면적인 캐릭터에 그쳐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드라마 평론가 윤석진 충남대 교수는 "청소년 드라마의 교조적인 이야기 틀을 깨고 미스터리한 구조를 차용해 새로운 장르 드라마로서 가능성을 보여준 점은 흥미롭지만 캐릭터가 정형화해 있다"며 "극적 상황은 문제적이지만 그 상황의 주체라 할 수 있는 캐릭터는 대상화에 그치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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