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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라는 비단에 뿌려진 평론의 꽃, 그 사용기

신귀백 영화평론가 '영화 사용법' 출간

'영화는 집에서 혼자 할 수 있는 최고의 놀이다.'

 

영화평론가 신귀백(51·정읍 배영중 교사)에게는 그렇다. 그는 라캉, 들뢰즈로 대표되는 외국의 유명한 철학자의 방법론을 끌어들이지 않는다. 다만 백석과 브레히트, 황지우와 김수영을 불러들인다. 시와 소설을 자유로이 넘나들며 영화가 세속에 거처하는 여러 모습을 확인하는 게 그의 글을 읽는 즐거움. 그가 출간한 영화에 관한 발칙한 보고서 「영화 사용법」(작가)은 영화 미학과 스토리텔링의 모호한 경계에서 밀고 당기는 재미가 담겼다. 지난 10년간 수많은 영화와 발표한 글 중 추리고 추린 끝에 마흔 편을 묶었다. 기준은 영화가 그에게 질문을 던진 것들. '사랑과 영화 사이','현실과 영화 사이','인생과 영화 사이','고전과 영화 사이','전주와 영화 사이'를 오가다 보면, 오래된 극장에 앉아서 흑백 영화를 관람하는 것 같다. 그는 "초기 글에는 집밥과 국처럼 사랑스러운 영화들이 많지만, 후기로 갈수록 가슴이 먹먹해지는 영화가 많다"고 했다.

 

그가 영화에 취하게 된 것은 1999년 한겨레신문 문화강좌에 영화평론스쿨을 참여하면서부터. 영화평론가 전찬일의 '세계 영화사 기행'은 '지독히' 쓴 약이 됐다.

 

"영화에 대한 가치 기준을 바꾼 '징한' 트레이닝 덕분에 삶의 고민에 대한 질문 혹은 답을 구하는 영화로 방향을 확실히 틀었습니다. 내 맘대로 사용하던 영화 취향의 자유주의는 거기서 끝났죠."

 

2000년 「문화저널」에 '신귀백의 영화 엿보기'를 쓰기 시작하면서 문장력을, 영화와 사회에 대한 통찰을 단련시켰다. 10년 넘게 전주국제영화제를 들락날락할 수 있었던 것도 또 다른 행운.

 

'부운'과 '그녀의 손길'은 국지성 호우처럼 단숨에 써내려 간 글이지만, 대개는 안개비처럼 오래 적신 끝에 나온 글이다. 식상하고 뻔한 글은 없다. 이창동 감독의 '시'와 로베르 브레송의 '무셰트'를 연관 짓고, '무셰트'에서 브레송 감독과 백석 시인을, 소녀 무셰트와 '박쥐'의 태주, '마더'의 '(문)아영'을 연결시킨다. 그러면서도 글이 일상을 벗어나지 않는다. 영화를 통해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삶의 진정성을 발견하길 원하기 때문에.

 

"이 책이 영화를 '사용하는' 방법에 대해 독자들의 의미있는 참고서가 되길 기대해 봅니다. 홍상수 감독의 영화처럼 화면과, 영화에서 뱉어진 말과 잘 노는 글이길 바랍니다. 한 번 뱉은 시인의 말을 우리가 오래 기억하는 것처럼."

 

이화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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