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일반기사

서정학 "언제든 독설가로 변할 준비 돼 있죠"

"사실 저는 경력이 있으니 덜 부담스러운데 이분들은 평생 경험해보지 못한 걸 하니 얼마나 부담스럽겠어요. 그런데도 자리를 지켜준 게 너무 고마워서…. 허허"

 

바리톤 서정학은 연방 사람 좋은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가수들의 오페라 도전기를 담은 tvN '오페라스타 2011'에 멘토 겸 심사위원으로 출연 중인 그는 중후한 목소리로 "고마워요"를 되풀이하는 일명 '앙드레 김 심사평'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서정학은 지난 2일 방송된 '오페라스타' 첫 번째 경연에서 1위를 차지한 임정희에게 "한 만큼 얻어줘서 고마워요. 대∼박!"이란 심사평을 남겨 현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고, '천상지희 더 그레이스'의 선데이와 '쥬얼리'의 김은정에게도 "오늘 너무 고생했어요. 이 자리를 지켜줘서 고마워요∼"라는 '느끼한' 멘트를 남겨 누리꾼으로부터 '디자이너 앙드레 김이 부활한 것 같다'는 평을 들었다.

 

최근 전화로 만난 서정학은 "가수들이 연주자의 자리를 지켜 준 것이 고맙고, 또 음악에서 오는 행복감을 관객에 잘 전달해준 게 고마웠다"고 말했다.

 

"사실 제가 마지막 심사위원이었기 때문에 잘했다, 못했다라고 잘라서 말할 수는 없었어요. 시청자들이 제 말에 영향을 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죠. 시청자 투표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선에서 제 감정을 농축해 전할 수 있는 단어를 찾다 보니 '고마워요' 밖에 없더군요."

 

그는 "전문가 입장에서 어렵게 얘기하기보다는 일반 시청자들이 편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눈높이를 낮추자는 의욕도 있어 그렇게 말했는데, 다들 재밌어하실 줄은 몰랐다"며 웃었다.

 

'오페라스타' 출연으로 '예능 새내기'로 부상하고 있지만 서정학은 1996년 미국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콩쿠르 우승, 1997년 미국음악협회 콩쿠르 대상 등에 빛나는 정상급 성악가다.

 

서울대 음대와 미국 커티스 음악원을 거쳐 1997년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극장에서 데뷔한 그는 뉴욕타임스(NYT)로부터 "관객을 사로잡는 강렬하고 세련된 음색으로 화려하고 생동감 넘치는 무대를 선사하는 성악가"라는 호평을 듣기도 했다.

 

성악가로서 남부럽지 않은 이력을 지닌 그가 예능 프로그램 출연을 결심한 건 더 많은 관객들과 만나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사실 오페라는 아직도 '보는 사람만 보는' 장르입니다. 클래식이니까 어려울 거라는 막연한 부담감 때문이기도 하지만 아침 일찍 출근해 밤늦게 퇴근하는 직장인들은 오페라를 감상할 여유가 없습니다. 이런 분들이 집에서 편하게 오페라를 감상할 수 있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 싶어 '오페라스타' 출연을 결심했습니다."

 

서정학은 "사실 오페라는 가요나 트로트, 리듬 앤드 블루스(R&B), 소울 등 모든 대중음악의 뿌리라고 볼 수 있다"면서 "'오페라스타'를 본 시청자들이 '오페라도 대중음악과 크게 다르지 않구나' '오페라와 가요가 통하는 면이 있구나' 하고 느낀다면 그야말로 대성공"이라고 말했다.

 

'오페라스타'에는 그룹 DJ D.O.C 출신의 김창렬과 '쥬얼리'의 김은정, '천상지희 더 그레이스'의 선데이, JK 김동욱, 문희옥, 신해철, 임정희, 테이 등 개성 있는 가수 8명이 출연해 매주 1∼2명의 탈락자를 가리는 방식으로 실력을 겨룬다.

 

지난 2일 방송된 첫 번째 경연에서는 임정희가 1위를 차지했으며 '쥬얼리'의 김은정은 첫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음악적 색채가 다른 가수들에게 오페라를 가르치는 게 어렵지는 않았을까.

 

"말을 잘 듣는 분, 안 듣는 분, 오히려 연습을 너무 많이 해와 저를 놀라게 하는 분 등 다양하죠. 하지만 다들 열심히 하려고 한다는 점에서는 같아요. 음악이라는 공통의 언어를 가진 분들이라 그다지 문제될 것은 없지만 연습 시간이 충분하지 않다는 게 제일 문제죠."

 

그는 가수들에게 굳이 자신만의 개성을 버리라고 강요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오페라스타'는 오페라라는 순수 음악은 이런데, 대중 가수들이 부르면 이런 묘미가 있다 하는 '교감'을 전하는 게 포인트입니다. 시청자 여러분께서도 해당 가수의 특징을 배제하고 보시기보다는 그 사람의 캐릭터와 오페라가 공존하는 것을 즐기셨으면 좋겠어요."

 

제자들에게 한없이 관대해 보이는 서정학이지만, 가수들이 '전달자'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언제든 독설가로 변신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한다.

 

"연주자는 음악을 통해 삶의 희로애락을 전달하는 사람이에요. 전달자의 의무를 다하지 못하는 연주자는 무대에 설 이유가 없죠. 프로답지 못한 모습을 보이는 참가자에게는 언제든 아픈 말을 아끼지 않을 겁니다."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100
최신뉴스

군산새만금 글로벌 K-씨푸드, 전북 수산업 다시 살린다

스포츠일반테니스 ‘샛별’ 전일중 김서현, 2025 ITF 월드주니어테니스대회 4강 진출

오피니언[사설] 진안고원산림치유원, 콘텐츠 차별화 전략을

오피니언[사설] 자치단체 장애인 의무고용 시범 보여라

오피니언활동적 노년(액티브 시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