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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 등불 밝히고 공생의 연등 켜야"

10일 '부처님 오신 날'… 태공 송월주 큰 스님에게 듣는다

비가 올듯 말듯 하늘은 흐렸고, 날씨는 무더웠다. 10일 금산사에서 열릴 '부처님 오신 날 법요식'을 앞두고 태공 송월주 큰 스님(금산사 회주 스님)을 만났다. 큰 스님은 하늘을 잠시 바라봤다. "전국적으로 경사스런 날인데, 비가 오면 큰 일이네…." 기우(杞憂)는 현실이 됐다. 곧 소나기가 쏟아졌다. 큰 스님은 알듯 모를듯한 표정을 짓다가 '自燈明 法燈明(자등명 법등명)'으로 부처님 오신 날의 의미를 설명했다.

 

"이 말인즉슨 부처님의 참 가르침으로 내 마음의 등불을 밝히는 날이란 뜻입니다. 자유와 평등의 가치가 존중되는 공동체가 될 수 있도록 공생의 연등도 켜 자신과 세상을 밝혀 나가야 한다는 뜻이죠."

 

큰 스님은 멀리는 일본 대지진과 리비아 전쟁 등을, 가까이는 높아지는 자살율을 예로 들면서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생명 경시 풍조에 일침을 가했다. 여기서 화두는 불교 교리 핵심인 '연기법(緣起法)'이었다.

 

"'연기법'은 이 세상에서 사람들이 겪는 모든 일이 원인이 있어 결과가 일어난다는 가르침입니다. 일본 대지진으로 인한 방사능 오염으로 우리 국민들이 공포에 떨고 있습니다. 산유국 리비아의 내전 때문에 석유값이 치솟아 살림살이가 팍팍해졌죠. 사람과 사람만이 아니라 나라와 나라 역시 영향을 주고 살아간다는 '연기법'의 이치가 잘 드러납니다."

 

큰 스님은 "결국 참다운 불자라면 내 곁에 있는 이웃이 나와 한 몸인 것처럼, 온 인류가 나의 동포라는 포용적인 시선을 갖춰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이런 포용적인 시선과는 다르게 불교계가 종교적 편향성과 전통 문화재를 소홀히 취급하는 정부와 여당에 강한 대립각을 세워 정치적 사안에 너무 깊이 관여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적 시각도 있다. 큰 스님은 이에 대해 "불교에 대한 편협한 행정이 갈등 원인이었다"며 "우리 문화재의 대부분이 불교 문화재인 점을 감안하면 정부의 전통문화에 대한 이해가 박약해 벌어진 일"이라고 했다. 이어 종교가 수행을 하는 본래의 자리에 있어야 한다는 소극적 모습에서 벗어나 국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적극적인 목소리를 낼 수도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현장에서 투쟁은 하지 않더라도 중요한 방향 제시는 해줄 수 있다는 것이다.

 

큰 스님은 말미에 부처님 오신 날을 맞아 평소 마음에 새기는 경구를 선물로 내놓았다. '귀일심원 요익중생(歸一心源 饒益衆生)'. 큰 스님의 방에도 걸려 있는 이 경구는 '한마음의 근원으로 돌아가 중생에게 이익이 되게 해야 한다'는 뜻이 담겼다. 우리 스스로가 마음 비우는 법을 배워 지혜를 얻고, 자비를 베푸는 삶을 살아야 한다는 가르침이다.

 

"고통 안에 중생의 깨달음이 있습니다. 곧 남을 돕는 일은 자기 자신이 부처임을 체험하는 일이에요. 내가 부처이듯 남도 부처임을 깨달아 힘 닿는 대로 보시하며 화합하며 살아야 합니다. 이것이 부처님이 우리에게 전하려던 지혜와 자비의 감로법문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큰 스님은 54년 입가해 금산사, 영화사, 개운사, 조계사 주지와 제17·28대 대한불교 조계종 총무원장을 두 번 역임했으며, 현재 사단법인 함께 일하는 재단 이사장, 사단법인 지구촌 공생회 이사장, 국민원로 회의 위원(대통령 자문)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화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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