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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효진 "연예인도 마음이 있는 사람"

"연예인도 마음이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꼭 알리고 싶어요. 깔깔 웃은 후에는 마음 한켠을 아프게 하는 그런 드라마가 됐으면 좋겠어요."

 

안방극장이 최고의 비호감 연예인 때문에 들썩이고 있다. 이름은 구애정. 한때 전국민이 사랑했던 걸 그룹 리더였지만 불미스러운 사건과 루머에 잇달아 연루되면서 비호감으로 분류돼 '생계형 연예인'으로 전락한 인물이다.

 

그 구애정이 공효진(31)을 만나면서 현실 세계의 시청자에게는 이보다 사랑스러울 수 없는 최고의 호감형 캐릭터로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해 '파스타' 때도 호평을 받았지만 지금은 그때보다도 즉각적이고 뜨거운 반응이다.

 

MBC 수목극 '최고의 사랑'에서 구애정을 연기 중인 공효진을 최근 경기 일산 MBC 드림센터에서 만났다.

 

그는 시청자의 뜨거운 반응에 대해 "정말 고맙고 기쁘지만 언제든 구애정처럼 '훅' 갈 수 있다는 것을 알기에 늘 평정심을 유지하려고 애쓴다"며 담담하게 말했다.

 

촬영 때문에 매일 2시간도 못자는 생활이 이어져 '죽고 싶은 지경'이라는 그는 드라마와 연예계에 관한 이야기를 봇물 터진 듯 쏟아냈다. 데뷔 12년. 그는 할 말이 많았다.

 

 

 

다음은 일문일답.

 

--구애정이 정말 사랑스럽다. 망가질수록 더 예뻐보인다.

 

▲심하게 망가지려고 한다. 처음에 시놉시스 볼 때부터 구애정이 시청자의 응원을 받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힘든 미션이 주어졌을 때 '이걸 창피하게 어떻게 해'라고 주저하는 게 아니라 '이거 다 하면 다음에 또 나올 수 있죠?'라고 말하는 게 예뻐보이더라. 아빠와 오빠, 조카 등 가족을 먹여살리기 위해 안 좋은 상황에서도 더 열심히 하려는 그 마음이 예쁘고 안타까웠다. 나만 잘해주면 구애정은 시청자에게 응원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았다. 홍자매('최고의 사랑'의 홍정은-미란 작가) 작가님들이 완전 물이 올라서 캐릭터에 날개를 달아주고 있다. 또 차승원 오빠가 워낙 잘해주니까 난 묻어가고 있는 편이다.

 

--롤러코스터를 타고 자장면 먹는 미션은 압권이었다.

 

▲정말 흉하게 나오지 않았나?(웃음) 딱 두 번 만에 끝냈다. 처음에 출발할 때만 잘해주면 돼 작정하고 망가졌다. 오히려 문제는 극중 오빠인 정준하 오빠가 롤러코스터를 너무 무서워한다는 거였다. 난 그런 거 잘 타는데 오빠가 무서워해서 빨리 끝내야했다. 개구리 분장도 재미있지 않나?(웃음)

 

--제일 힘들었던 연기는 뭔가.

 

▲내가 춤도 못추고 노래도 못하기 때문에 국보소녀 연기를 할 때 창피해 죽고 싶다. 원래는 첫회에만 나오는 줄 알았다. 그런데 국보소녀가 회상 신으로 매회 나오고 있어 미치겠다.(웃음) 첫 공연 장면은 하루 종일 찍었는데 스쿨룩에 가발 쓰고 예쁜 척하려니 정말 미치겠더라.

 

--드라마가 왜 인기라고 생각하나.

 

▲배우들이 한순간도 가만히 앉아서 연기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 예능보다도 더 재미있는 사건들이 끊임없이 이어지지 않나. 거기에 짠한 부분이 밸런스를 이루며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성공인데 이제 멜로가 본격화되면 아무래도 코믹함이 떨어질테니 걱정되기도 한다. 하지만 나도 20대가 아닌데 재미 위주로만 작품을 고를 수는 없지 않겠나. 이 드라마를 선택한 건 연예계의 화려함을 조명하는 게 아니라 그 이면의 모습을 그려서였다. 연예인도 사람이고 한줄의 악플을 무서워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재미도 있어야 하지만 더 나아가 뭔가 메시지를 주고 싶었다. 공인이니까 모든 걸 밝혀야하고 거짓말을 하면 안되고 이혼하면 안되고…. 이런 상황이 너무 감옥같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연예인에게 금기시되는 게 다른 나라보다 많은 것 같다.

 

--구애정처럼 실제로 한순간에 비호감으로 전락할 수 있다고 생각하나.

 

▲물론이다. 차곡차곡 얌전하게 이미지를 쌓아서 어떤 일이 생겨도 '에이 아닐거야'라는 평가를 받는 연예인도 있지만, 우리도 사람인지라 시장 바닥 같은 연예계에서 가끔 삐끗도 하고 말 한마디 실수도 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대부분 그 작은 일에 난리가 난다. 마녀 사냥이 이뤄지고 한번의 실수로 그 후 모든 게 싸잡아 매도되는 풍토가 분명히 있다. 다행히 난 그런 경우를 안 겪었지만 내 주변에서 종종 벌어지는 일들을 보면 너무 안타깝고 내가 길거리에 나가 사람들을 붙잡고 그게 아니라고 호소해보고 싶은 순간도 있었다. 특히 연예인이 무슨 발언만 하면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는 시선이 안타깝다. 그러다보니 아예 말을 안하고 사는 게 제일 편한 것 같다. 극중에서도 구애정이 루머 때문에 걱정하는 오빠한테 "두달이면 조용해지잖아"라고 말했는데 그게 참 와닿았다. 결국 연예인은 엔터테인먼트의 한 요소로 소비되는 존재일 뿐인 거다.

 

--공효진은 구애정처럼 고민이 있었던 적이 있었나.

 

▲구애정과 같은 극단적인 상황은 경험하지 않았다. 그 점에서는 운이 좋았던 것 같다. 하지만 나 역시 딜레마에 빠졌던 순간이 있었다. 2003년 '상두야 학교가자' 이후 '연기가 매번 똑같다'는 지적을 많이 받았다. '네 멋대로 해라' '눈사람' '건빵선생과 별사탕' 등에서 비슷한 연기만 한다는 거였다. 나도 그러고 싶지 않았지만 계속 그런 역만 들어왔다. 어떤 역도 자신에게 어울리게 만들 수 있어야 배우라고 생각하는데 제작진이나 팬들은 제대로 기회도 주지 않고, 또는 보지도 않고 '에이 안 어울려' 해버린다. 사람들의 판단의 잣대가 여러가지고 인터넷을 통해 쉽게 발언들을 하다보니 그 과정에서 힘이 쭉쭉 빠지고 지치는 일이 생긴다. 너무 가혹하다는 생각이 든다.

 

--어찌됐든 지금 구애정은 최고의 호감형 캐릭터다.

 

▲확실히 길거리 반응이 다르다. 이런 즉각적인 붐 업이 쉽지 않다. 나도 그렇지만 승원이 오빠가 나가면 여고생들이 꺅하고 소리지른다.(웃음) '파스타'까지만 해도 20-30대 이상이 반응했는데 이번 드라마는 팬들의 연령대를 더 낮춰줬다. 어마어마한 극찬이 쏟아져 굉장히 힘이 된다. 하지만 드라마라는 게 딱 몇개월이라는 것을 안다. 지금 날 공중에 띄워준 사람들이 어느 순간 돌아서면 배신감이 클 것 같다. 그래서 늘 '이 순간을 잠깐만 즐기자'고 하고 되도록 평정심을 유지하려고 애쓴다. 난 마음이 약한 사람이라 평정심을 잃으면 큰 상처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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