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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동주는 바보다, 착하고 순수한…"

MBC '내 마음이 들리니?' 청각장애 재벌 2세 연기

"우리 드라마에서 봉영규가 바보잖아요? 그런데차동주도 바보예요. 지능이 낮아서가 아니라 순박하고 순수한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바보입니다. 청각을 잃었지만 착하게 사는 바보죠."김재원(30)은 그런 바보를 연기한다. 귀도 안 들린다. 그런 데다 안 들린다는 사실을 숨기기까지 해야 한다. 쉽지 않은 역이다. 하지만 그는 그런 바보를 연기할 수 있어서 행복하단다.

 

MBC 주말극 '내 마음이 들리니?'에서 청각장애가 있는 재벌 2세 차동주로 사는 김재원을 최근 인터뷰했다.

 

그는 청각장애를 숨긴 채 화장품 회사도 운영해야 하고 엄마와 함께 의붓아버지에게 복수도 해야 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복수에 모든 것을 던져버린 엄마를 말리기도 해야 하고 한 여자를 놓고 친형과 같은 존재인 준하(남궁민 분)와 안타까운 감정싸움도 해야 한다. 다분히 복잡한 상황이다. 하지만 김재원은 간단히 정리했다.

 

"동주를 둘러싼 상황이 복잡한 것 같지만 사실 차동주는 어찌보면 단순합니다.

 

다른 캐릭터들은 감정의 변화가 많지만 동주는 오로지 어린 시절의 순수함을 그대로유지한 채 그 상태에서 세상을 바라보고 있거든요. '쟤는 왜 모든 것을 받아들일까?' 싶은 상황들이 있지만 청각을 잃은 후 지난 16년간 엄마에 의해 철저하게 보호받으며 자랐기 때문에 또래들이 그 시간 동안 경험했을 일들을 전혀 겪지 못해 아이처럼 단순합니다. 의붓아버지에 대한 복수 역시 동주가 하고 싶어서라기보다는 엄마가원하기 때문에 하는 측면이 큽니다. 동주에게 엄마와 준하는 지난 16년을 설명하는 전부이기 때문에 어떤 상황에서도 그들을 이해하고 안아주고 포용하려고 하는 거죠.

 

""사실 나 역시 처음에는 동주를 이해하기 힘들었다. 답답하고 화도 내야 하는 상황인데 왜 가만히 있을까 싶었다"는 그는 "하지만 16년이라는 세월을 오로지 엄마와 준하 두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만 살아온 것을 생각하면 이해가 간다"고 설명했다.

 

"동주는 자신이 그 두 사람과 갈등하게 되면 결국 아름다웠던 지난 세월이 다 날아가 버리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부부가 자식 때문에 이혼을 못하는 것처럼 동주 역시 어떤 경우가 있어도 지난 세월을 생각하면 엄마와 준하를 버릴 수 없는 거거든요."간단히 정리는 했지만 그렇다고 간단히 연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더구나 장애를 숨기고 사는 청각장애인 연기는 그가 지금껏 해온 연기 패턴을 총체적으로 뒤흔들었다. 동주는 상대의 입모양을 보면서 대화를 해야 하고 한마디라도 놓치지 않기 위해 눈을 깜빡거릴 수도 없다.

 

"지금까지는 연기할 때 눈으로 연기하는 게 가장 중요했어요. 눈으로 말하는 게70%를 차지했죠. '깊은 눈'이 중요했고, 서로 눈만 쳐다보며 연기를 했죠. 그런데 이번에는 모든 연기를 상대의 입만 바라보며 해야 하니 굉장히 힘들어요. 그러면서도 안 들키기 위해 상대의 눈도 쳐다봐줘야 하니 입을 봤다가 눈을 봤다가 하는 상황이 이어지니 정신이 없어요. 리액션을 할 시간이 전혀 없는 거죠."그는 "하지만 나만 답답한 거다. 상대 배우들은 변화없이 나만 다른 연기를 해야 하는 제약 상황이 무척 힘들다"고 말했다.

 

"그래서 진짜로 안 들린다고 생각하고 연기하고 있어요. 상대의 대사도 제대로 안봐요. 상대의 말을 내가 알고 있으면 아무래도 연기하다 그 말에 저절로 리액션을하게 될 테니 차라리 모른 채 연기하는 게 나아요. 그런데 실제로는 동주처럼 대화하기는 힘들대요. 상대의 입만 보고는 거의 알아듣기 힘들다는 거죠. 하지만 동주가너무 못 알아들으면 시청자가 답답해할 테니 극적 재미를 위해 현실과는 좀 다르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청각장애의 아픔과 슬픔을 다 표현 못 하는 게 아쉽기도 하지만또 한편으로는 장애인을 주인공으로 한 작품이 대부분 어두운 면을 강조하는데 우리는 좀 다르게 표현하고 있어 좋은 면도 있다고 생각합니다."김재원은 이 작품을 통해 건재함을 과시한다. 2006년 드라마 '황진이' 이후 군대에 다녀오면서 5년의 공백이 있었던 그는 오랜만에 햇빛을 보는 화초처럼 크게 기지개를 켜며 그간 잠자던 연기 세포들을 깨우고 있다. 드라마의 인기와 함께 해사한소년 같은 차동주 캐릭터가 김재원을 다시 주목하게 한다.

 

"사실 군대에 있을 때만 해도 나가서 뭘 하나 싶었어요. 그런데 이 작품을 만날인연이었는지 우연히 일이 탁탁 진행되면서 지난 1월 제대와 함께 차동주를 맡게 됐죠."그는 이번 작품을 앞두고 7-8㎏을 감량했다. 또 이전까지는 자신의 유난히 하얀피부색을 감추기 급급했다면 이번에는 그것을 온전히 노출하며 외모에서부터 큰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예전에는 프로의식이 부족했던 것 같아요. 자기 관리 부족으로 살도 많이 찌고…. 어유 옛날 사진 보니까 못 봐주겠더라고요. (웃음) 연기자로서 비주얼이 중요한데 많이 나태했던 거죠. 그래서 이번에는 신경 좀 썼습니다. 피부는 원래 하얀데 예전에는 여배우들보다도 더 하야니까 조명감독님들이 분장을 두 톤씩 더 어둡게 하고오라고 했어요. 그런데 차동주는 아예 '피아노 건반처럼 하얀 얼굴에 검정 눈썹'이라고 설정된 인물이에요.(웃음) 덕분에 분장은 리퀴드 타입으로 아주 얇게 하고 나옵니다."'살인 미소'라는 별명과 함께 '로망스' 등의 작품으로 한때 절정의 인기를 누리던 김재원은 소속사 분쟁 등을 겪으며 오랜 시간 수면 아래에 있어야 했다.

 

다시 수면 밖으로 나온 지금 그는 "예전과 생각이 달라졌다. 나이도 먹었고, 힘든 시간을 보내면서 어려움을 극복해나가는 방법도 터득한 것 같다"고 말했다.

 

"20대 때 힘든 시간을 보내면서 내 탓보다 남의 탓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지금 와 생각하면 그때 어려움을 극복해서라도 좋은 모습을 보여 드렸어야 했습니다. 모든 게 프로의식이 부족했던 탓이지요. 이제는 다릅니다. 감내할 줄도, 표출하지 않을 줄도 알게 됐어요. 또 연기가 내 직업이라는 사명감도 커졌고요. 30대가 됐지만 아쉬움보다는 이것저것 다 경험해봤다는 점에서 지금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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