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히 코미디는 아니다. 그런데 실소가 이어진다.
개연성 없는 스토리, 우연의 남발은 마치 유재석, 박명수가 나오는 '무한도전'의 드라마 패러디를 보는 듯하다.
나란히 거짓말을 소재로 하고 있는 KBS '동안미녀'와 SBS '내게 거짓말을 해봐'가 코미디를 표방하고 있는 것과 달리 MBC '미스 리플리'는 스릴러를 가미한 정통 멜로 드라마지만 구멍 숭숭, 허점이 너무 많아 실망감을 안겨준다.
그나마 시청률은 이다해의 탁월한 원맨쇼와 박유천과 김승우, 강혜정이라는 스타 플레이어의 활약에 힘입어 두 자릿대를 유지하고 있다.
15일 AGB닐슨미디어리서치에 따르면 전날 '미스 리플리'는 시청률 12.7%를 기록하며, 경쟁작인 '동안미녀'(15.8%)와 '내게 거짓말을 해봐'(9.4%) 사이에 위치했다.
하지만 신정아 사건을 모티브로 한 학력 위조라는 매력적인 소재에 화려한 캐스팅이라는 남부러울 것 없는 재료를 손에 쥔 제작진의 요리실력은 기대에 한참 못미치고 있다.
◇기구한 사연만 있고 개연성은 없어 = 일본 룸살롱에서 A급 대접을 받던 술집 여성이 하루아침에 일본 최고 명문대인 동경대를 나온 수재로 둔갑해 최고급 호텔리어가 됐다.
그런데 코미디는 아니란다. 그렇다면 어느 정도 개연성이 있어야 하는데 드라마는 주인공 장미리의 기구한 사연만 늘어놓을 뿐 거기서 한발자국도 더 나가지 못한 채 장미리의 둔갑을 드라마가 아닌 '마술'로 표현하고 있다.
장미리가 '살기 위해' 학력을 위조하고 거짓말을 하게 된 사연은 다분히 매력적인 설정이다. 하지만 드라마는 미리의 거짓말이 통하고 여전히 들키지 않을 수 있는 것에 대한 설명은 거의 포기한 듯하다.
미리의 거짓말은 출발부터 전혀 치밀하지 않았다. 동경대를 나왔다는 거짓말은 순전히 우연에서, 얼결에 출발했고 계속해서 우연에 기대 들통이 나지 않고 있다.
그런데 그 우연이라는 것이 허술하기 짝이 없다. 물론 신정아나 서태지-이지아처럼 수년간 세상을 감쪽같이 속인 사례들이 실제로 현실에서 버젓이 일어나고 있지만 미리의 거짓말이 생명력을 얻는 과정을 보고 있으면 우리가 사는 세상이 이렇게 순진무구하고 호락호락한 곳이었나 싶은 생각이 든다.
동경대 졸업장을 얻고, 위조하고, 동경대로부터의 회신을 조작하는 과정은 차치하고라도 미리의 사방에 동경대 졸업자가 포진하고 있음에도, 그가 경력이 일천함에도 오로지 일본어를 한다는 점 때문에 호텔리어가 돼 VVIP 손님들을 상대한다는 설정은 이해불가다.
그중 화룡점정은 장미리가 일본 룸사롱 포주로부터 쫓기는 신세임에도 버젓이 신문 1면에 사진이 실리고 호텔 광고에 출연하는 등의 상황이 이어지며 스스로 그것을 즐긴다는 점이다. 장미리에게 세상은 장난인가.
그런 상황에서 드라마는 미리의 절박한 사연만을 반복적으로 강조하면서 시청자의 감정이입을 '강요'하고 있다.
◇미인계, 만병통치약으로 활용 = 여기에 더해 드라마는 미인계를 만병통치약으로 활용하며 허술함을 메우려하고 있다.
직장 여성의 생존법을 왜곡하고 폄하한다고 지적할 필요도 없다. 미리는 미인계로 주변 모든 남자들을 홀린다. 몸을 던져 상사와 잠자리도 갖는다. 거기까지도 극적 설정으로 넘어간다 해도 또다시 벽에 부딪힌다. 바로 유현(박유천 분)과의 관계다.
거대 재벌가의 2세인 유현의 신분을 모른 상태에서 그를 한껏 무시하고 벌레 취급했던 미리는 유현의 정체를 알고 그야말로 하루아침에 돌변한다. 그런데 '착하고 순진한' 유현은 그것을 전혀 이상하게 여기지 않는다. 그저 자신에게 다가온 미리를 보며 헤벌레 웃을 뿐이다.
드라마 속 세상은 미리의 거짓말에 너무나 손쉽게 놀아나고 있고, 이 과정에서 긴장감은 뚝 떨어진다. 그가 명훈(김승우)과 유현 사이에서 펼치는 양다리 전법 역시 우연의 연속 속에 간신히 생명력을 유지하고 있는데, 그 역시 코믹한 패러디 드라마와 오버랩된다.
'미스 리플리'가 그럼에도 버티고 있는 것은 스타 캐스팅 덕분으로 해석된다. 특히 지난해 '성균관 스캔들'로 스타덤에 오른 박유천이 몰고온 여성 시청자들이 큰 버팀목이 되고 있다.
여기에 스토리의 허술함과 별개로 이다해의 화려한 원맨쇼는 점수를 받을 만하다. 불안에 떠는 눈동자와 남자를 유혹하는 웃음, 배수의 진을 친 채 자신의 모든 비밀을 아는 친구 희주(강혜정)에게 뻔뻔하게 구는 모습 등은 시선을 붙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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