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고진이 터지면 작품도 터질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차승원 씨와 독고진의 캐릭터가 딱 맞았고, 공효진 씨도 구애정을 잘 소화해줘 두 사람의 시너지 효과가 잘 난 것 같습니다."
'홍자매'가 대형사고를 쳤다. '독고진 신드롬'과 함께 23일 밤 종영하는 MBC 수목극 '최고의 사랑'은 이들의 손끝에서 만들어진 작품이다. 시청률은 20%에 육박하면서도 그 선을 넘기지 못했지만 체감 인기는 숫자로 표현하지 못한다.
자매 사이인 홍정은(37).미란(34) 작가를 이날 이들이 살고, 작업하는 경기 고양 일산에서 만났다. 비는 추적추적 내렸지만 인터뷰 내용은 화창했다.
2005년 '쾌걸 춘향'으로 혜성같이 등장해 '마이걸' '환상의 커플' '쾌도 홍길동' '미남이시네요'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까지 로맨틱 코미디에서 톡톡 튀는 재능을 과시하며 '홍자매' 브랜드를 알려온 이들은 일곱번째 작품인 '최고의 사랑'에서 홈런을 쳤다. 역대 자신들의 최고 히트작인 '환상의 커플'을 뛰어넘는 폭발적인 인기다.
"첫방송 시청률이 잘 안 나와 걱정했는데 이후 반응이 좋아서 다행이었다"는 이들은 관심이 쏠리는 결말에 대해 "원래 계획대로 마무리지었다. 엔딩에는 많은 것들이 담겨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홍자매와 일문일답.
--독고진 캐릭터가 대히트다. 이름부터 재미있다.
▲독고진은 장동건과 배용준, 이승기의 장점을 합쳐놓은 스타라고 할 수 있다. 전국민이 사랑하는 한류스타가 필요했다. 그러면서 그런 스타에게서 신비주의의 포장을 걷어낸 모습을 담으려했다. 우리나라는 할리우드와 달리 연예인에게 공인으로서 높은 도덕성을 요구하는데 그들도 사람이라는 것을 그리고 싶었다. 사실은 외롭고 쪼잔하기도 하며 뭔가에 연연하고 질투도 한다는 것을, 댓글을 일일이 확인하며 신경쓴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평소 우리가 톱스타들에게서 별로 보고 싶어하지 않는 모습이지만 사실은 그들도 우리처럼 살고 있음을 좀 코믹하게 포장했다.
독고진이라는 이름은 '똥고집'과 어감이 비슷해서 지었다. 캐릭터를 잘 표현하는 이름 같았다. '독고'가 성(姓)인데도 극중에서 이름처럼 불리면서 코믹함이 더해졌다.
--구애정은 어떻게 창조했나. 비호감 연예인이면서도 억울한 게 많은 캐릭터다.
▲비호감이라고 할 수 있는 여러 사례를 모아 만든 캐릭터다. 가십에 오르내리는 연예인이 많은데 그들의 여러가지 사연을 집대성한 케이스다. 그리고 그 사연이라는 것은 대단히 특이한 것이 아니라 전국민이 아는, 어디서 한번은 들어봤을 법한 것들이다.
연예인들이 도박, 음주운전 등 지탄받아 마땅한 짓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어떤 때는 굉장히 사소하고 사생활적인 부분으로, 오해 때문에 공격을 받기도 한다. 신문에 나온 몇 줄만으로는 그 사람의 사연을 알 수 없는데 연예인들이 그런 가십에 희생당하는 상황을 그리고 싶었다. 구애정의 경우 억울한 일이 굉장히 많은데 해명을 해도 소용이 없고 오히려 루머를 더 키운다.
--실제 홍자매가 가십을 바라보는 시선은 어떤가.
▲우리도 보통 사람들과 다르지 않다. 어떤 소문이 들리면 궁금해하고 귀를 기울인다. 하지만 마녀사냥식으로 여론몰이가 되는 상황을 보면 너무한다는 생각이 들고 해당 연예인이 불쌍하게 느껴진다. 우리가 누군가를 욕할 때 뒤에서 욕을 하지 앞에서 하지는 않는다. 그런데 연예인에 대한 평가와 반응은 인터넷 등을 통해 퍼져나가면서 해당 연예인도 다 볼 수 있다. 그런 것을 생각할 때 연예인도 사람인데 그들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한번 더 생각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다.
--차승원과 공효진의 연기가 압권이었다.
▲차승원 씨가 오랜만에 코믹연기를 보여줘 효과가 극대화된 것 같다. 동시에 코믹하면서도 카리스마 넘치는 극과 극의 모습을 정말 잘 해주셨다. 공효진 씨는 비호감 연예인이라는 캐릭터를 피하고 싶을 수도 있었을텐데 오히려 구애정을 통해 연예인들의 마음을 잘 보여주고 싶다고 해서 고마웠다. 처음에는 둘이 과연 어울릴까 걱정하는 분들이 계셨는데 우리는 걱정하지 않았다. 차승원 씨의 코믹한 연기와 공효진 씨의 오버하지 않는 자연스러운 연기가 아주 잘 어울릴 것이라 확신했다.
--김유정의 '동백꽃'을 주요 소재로 활용해 화제가 됐다.
▲우리 둘다 김유정의 소설을 좋아한다. '동백꽃' '봄봄' 등이 그리는 예쁜 사랑이 재미있다. '동백꽃'은 독고진의 짝사랑을 표현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동백꽃'만큼 유치한 짝사랑 이야기를 재미있게 그린 작품이 있을까. 또 '동백꽃'도 신분차를 뛰어넘는 사랑이다. 지주 딸이 소작농 아들에게 감자를 주며 사랑을 표현하는 거다. 감자를 활용한 것은, 대사로 줄줄 설명하기보다 비주얼적으로 보여주는 게 훨씬 효과적이라 독고진이 감자를 쳐다보면 그게 바로 구애정을 생각하고 있는 것임을 말하고 싶었다.
--어린이 애니메이션 '뽀로로'와 '이상한 나라의 폴'이 중요하게 활용됐다.
▲우리 아들이 세살인데 '뽀로로' 팬이다.(홍정은) 거짓말 탐지기를 어떤 식으로 그려넣을까 고민하다 정색을 하기보다 장난스럽게 그리자 싶어 뽀로로의 거짓말 탐지기를 넣었다.
'이상한 나라의 폴'은 우리가 어려서부터 좋아한 애니메이션인데 대마왕한테 붙잡혀간 니나는 매일 울고 있고 폴은 니나를 구출하려고 하는 내용을 독고진과 구애정, 윤필주 사이에 대입하고 싶었다. 또 딱 한회에 걸쳐 그려졌지만 니나가 빠져나올 수 있었음에도 대마왕이 불쌍하다며 주저했던 에피소드가 인상적이었고, 버섯돌이까지 네 캐릭터의 관계가 우리 주인공들의 관계와 비슷하게 느껴졌다. 대마왕이 잘생겼던 것도 독고진과 비교하는 하나의 이유가 됐다.(웃음)
--독고진은 왜 인공심장을 달고 있나.
▲우리 드라마에서 유일하면서도 완전한 판타지가 인공심장이다. 현실에는 인공심장이 없기 때문이다. 독고진이라는 캐릭터의 짝사랑에 대한 고민과 위기를 어떻게 그릴까 생각하다 인공심장이라는 설정을 넣었다. 어설프게 심장병을 앓는 것으로 하느니 판타지로 가자 싶었다. 또한 그가 손목에 차고 있는 심박기를 통해서 그의 감정을 시각적으로 보여주려 했다.
--앞으로도 계속 공동 창작 시스템을 이어가나.
▲각자 따로따로는 못 쓸 것 같다. 물론 각자 방송 작가로 활동하던 기간이 5-8년 있었지만 드라마 데뷔작인 '쾌걸춘향'부터는 함께 쓰게 됐다. 우리는 반반씩 대본을 쓰는 게 아니라 서로 아이디어를 주고 받으면서 이야기를 발전시키며 시너지 효과를 낸다. 혼자 머리 싸매고 하는 것보다 훨씬 더 빨리 작업한다. 한집서 태어나 같이 성장하고 지금껏 같이 지내면서 같은 경험과 취미를 공유한 것이 큰 도움이 된다. 우리는 평소에도 끊임없이 이야기를 나눈다. 대본을 쓰기 위해서가 아니라 평소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아이디어를 얻는다. 수다의 힘이라고나 할까. 다음 작품은 좀 쉰 후에 할 생각이다. 어떤 이야기를 할지는 정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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