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일반기사

[김용택의 거리에서] 줄포에서

동해에서 조반을 먹고

 

줄포(茁浦)에 오니 아직 해가 남았다

 

나라라는 게 고작 이 정도라면

 

나도 왕이나 한번 해볼 걸

 

큰 영 하나만 넘어도

 

안 살아본 세상이 있고

 

해 질 때 눈물 나는 바다가 있는데

 

나는 너무 동쪽에서만 살았구나

 

해마다 패독산(敗毒散) 몇 첩으로 겨울을 넘기며

 

나 지금 너무 멀리 와

 

다시 돌아갈 수 있을지 몰라

 

그래도 며칠 더 서쪽으로 가보고 싶은 건

 

생의 어딘가가 아프기 때문이다

 

이게 아니라고

 

여기가 아니라고 추운 날

 

기러기 같은 생애를 떠메고 날아온

 

부안 대숲 마을에서

 

되잖은 시 몇 편으로 얼굴을 가리고

 

몰래 만나는 여자도 없이 살았다고

 

지는 해를 바라보고 섰는데

 

변산반도 겨울바람이

 

병신같이 울지 말라고

 

물 묻은 손으로 뺨을 후려친다

 

나는 너무 일찍 서쪽으로 온 모양이다

 

전북일보
다른기사보기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100
최신뉴스

무주(주) 에코시스틱 김두원 대표, 부모님 고향 무주에 1000만 원 기탁

영화·연극전주국제영화제–신세계면세점, 업무협약 체결

정치일반고창 오리농장서 고병원성 AI 확진…올해 전국 21번째

정치일반해군 제2정비창 유치, 침체된 군산조선소 돌파구 될까

정치일반고창군 오리 농가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확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