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일반기사

[백제 왕도의 중심 익산] ③세계유산 등재, 문화유산 관리·보존도 관건

익산유적지구 고도 보존위해 농공단지 백지화 추진…대안책 마련해야

미륵사지 석탑 사리장엄 발견 전경 (desk@jjan.kr)

2009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종묘(사적 125호)는 재개발에 따른 경관 파괴로 인해 세계유산 취소 위기를 맞을 뻔 했다. 당시 문화재위원회는 "기존 상가 건물(12층)보다 3배나 높은 건물이 건립되면 종묘 정전을 내려다보는 형세가 된다"며 "조선왕조 제의공간으로서의 상징성과 분위기가 사라지게 되면 종묘의 세계유산 등재가 취소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이미 올려진 유산이라도 관리·보존이 소홀해지면 취소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백제역사유적지구'가 세계유산 등재를 위해 고민해야 할 또다른 지점이 바로 보존·관리다.

 

▲ 유네스코 세계유산 보존·관리 문제점 지적

 

미륵사지 석탑 1층 해체 모습 (desk@jjan.kr)

독일의 르네상스 시대 건축물과 순수 녹지대를 간직하고 있는 드레스덴 엘베 계곡은 지난 2004년 세계유산으로 등재됐으나 강 양쪽을 연결시키는 교량(약 800m) 건설로 자격이 박탈됐다. 이는 세계 최초 문화유산 취소라는 '불명예'를 안겨준 사건이었다. 독일 쾰른 대성당도 라인강 건너편에 고층 건물을 세우려다가 세계유산 취소 위기에 처하자 고도 제한 조치가 내려졌다. 이처럼 전세계를 막론하고 세계유산에 등재됐다는 '빛' 뒤에는 '그늘'이 있다. 특히 국내도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2009년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조선 왕릉 40기는 지역 분포가 너무 광범위해 효율적으로 보존·관리가 어려운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다. 서울 성북구의 정릉은 인근 재개발로 아파트 숲으로 둘러싸일 경우 왕릉의 위엄이 위축될 상황이고, 다른 왕릉들도 마찬가지다. 이같은 우려는 지난해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안동 하회마을과 경주 양동마을에도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 양동마을은 '세계유산 특수'로 몰려드는 관광객들로 인해 주민들이 불만을 쏟아내고 있고, 하회마을은 경관 훼손의 문제점이 부각되고 있다. 수원 화성 역시 문화재보호법 적용으로 성안 주민과 시의 갈등이 심화 돼 도심 슬럼화와 공동화 현상이 가속화됐다. 축성된 지 200년을 훌쩍 넘겨 시설물 곳곳에 균열이 생기고, 훼손 돼 대대적인 보수공사가 불가피한 상황. 하지만 천문학적인 보수비용을 감당하지 못한 수원시는 유지·관리만으로도 벅차다며 울상을 짓고 있다.

 

▲ 백제역사유적지구, 보존·관리 고민 지점 달라

 

익산시는 공장 용지난 해소를 위해 금마면에 자동차와 기계 부품 전문 농공단지를 조성하려 했으나, 경관 보존을 이유로 이 계획을 백지화했다. 문화재청이 '고도 보존에 관한 특별법'을 '고도 보존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으로 개정하면서, 이 일대가 '개발 불가 지역'이 됐기 때문. 익산시는 5년째 농공단지를 조성하다 토지 매입과 실시설계 등 행정절차를 마무리하고도 과감히 접었다. 특별법에는 법안 목적에 '고도의 정체성을 회복하고 주민생활의 개선에 관한 사항'이 추가, 고도 주민들의 재산권 피해에 대한 보상을 위한 '주민지원사업'이 신설됐다.

 

익산역사유적지구는 세계유산 등재를 위한 보존·관리 제반여건을 볼 때 공주·부여역사유적지구에 비해 안정적이라는 평가다. 일단 익산역사유적지구는 주민들의 생활권과 떨어져 있어 개발로 인한 경관 파괴가 적었고 앞으로도 경관 훼손의 우려는 적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공주·부여역사유적지구는 공주의 4대강 금강보(금강 7공구), 부여의 부여보(금강 6공구) 건설·준설공사로 세계유산 등재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있다. 충남도는 공주·부여역사유적지구의 유적이 실로 방대해 4대강 공사로 영향을 받는 고마나루 지구는 등재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기 때문에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지자체 이해관계로 명확한 입장을 표명하지 못하는 백제사 전문가들도 경관 훼손을 우려하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에 따라 세계유산 등재가 국가 브랜드 확립에도 직결되는 중요 사업인 만큼 정부가 지자체와 논의해 합리적인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보존·관리 위한 주민 교육 우선돼야

 

문화재청은 안동 하회마을과 경주 양동마을의 보존 관리를 위해 '역사마을보존협의회'를 출범시켰다. 협의회는 문화유산에 영향을 줄 만한 개발 행위 방지는 물론 마을에 대한 보존 등을 관리할 책임있는 협의체로 만들겠다는 계획이었다. 전문가들은 실제로 협의회에 정부와 지자체 공무원, 문화유산보존활용전문가를 비롯해 마을 주민대표까지 참여해 세계유산의 보존과 활용에서 중용을 지킬 수 있을 것이라 예상했다. 하지만 이 협의회가 하회마을과 양동마을을 공동 관리하는 역할을 하기엔 현실적인 어려움이 많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제 협의회는 분기별 모임을 갖는 자문기구에 가까워 강력한 구속력을 갖지 못하기 때문이다. 급기야 안동시는 지난해 하회마을의 입장객을 하루 5000명, 병산서원은 1000명 이하로 제한하는 등 직접 나섰다. 마을 전체가 국가 중요민속자료로 지정돼 있는 하회마을의 문화재 훼손을 막기 위한 고육지책이었다. 때문에 백제역사유적지구도 세계유산 등재에 앞서 경관 훼손을 방지할 보존·관리에 대비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통합사무국이든 별도 추진체이든 보존·관리를 위한 일정 정도의 강제력을 갖는 게 중요하며, 보존·관리의 중요성을 알리는 주민 교육에도 신경써야 한다는 목소리다. 백제역사유적지구의 세계유산 등재를 위해 학계가 조사·연구를 해야 하지만, 문화유산은 지키는 사람이 결국 주인이고, 이를 제대로 알아야 지킬 수 있다는 것이다.

 

이화정
다른기사보기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100
최신뉴스

정치일반李대통령, 외교 ‘강행군’ 여파 속 일정 불참

스포츠일반[제37회 전북역전마라톤대회] 전주시 6시간 28분 49초로 종합우승

스포츠일반[제37회 전북역전마라톤대회] 통산 3번째 종합우승 전주시…“내년도 좋은 성적으로 보답”

스포츠일반[제37회 전북역전마라톤대회] 종합우승 전주시와 준우승 군산시 역대 최고의 박빙 승부

스포츠일반[제37회 전북역전마라톤대회] 최우수 지도자상 김미숙, “팀워크의 힘으로 일군 2연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