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3일간 남원문화원에서 남원시민들을 상대로 문학 강연과 글쓰기와 운봉읍 마을 숲 기행을 했다. 평일 오후 3시에 있는 강연이라 젊은 분들보다 나이 드신 어른들이 많이 오셨다. 첫째 날은 강연을 하고 글쓰기를 한번 해 보았다. 어른들을 상대로 강연을 하고 나서 글쓰기를 했다. 글을 써 보겠다는 생각과 실제로 글을 써 보는 일은 '하늘과 땅 만큼'이나 차이가 난다. 오랜만에 연필 잡고 무엇인가를 골똘히 생각하며 글을 써가는 어른들의 진지한 모습이 웃음을 자아냈다. 쓴 글들이 어색했지만 그러나 그게 무슨 상관인가. 한 편 한 편 쓴 글들은 다 자기의 삶이어서 모두 진정성이 담겨 있었다. 내가 자기들의 글을 익어 줄 때 당사자들의 긴장된 모습들은 또 다른 웃음을 자아냈다. 긴장되고 즐겁고 유쾌한 시간들을 모두 만족해 했다. 즐거운 글쓰기 축제를 통해 가슴속에 무엇인가 묻어두었던 갑갑함이 툭 터지는 후련함과 해방감을 맛본 가슴 뿌듯한 얼굴들이었다. 그렇게 이틀을 보내고 마지막 날인 토요일 우리들은 운봉 둘레 길을 걷기로 했다. 마침 비가 온 후여서 산천이 촉촉하게 젖어 있었다. 노치마을 정자나무와 마을 뒤에 있는 당산제 지내는 소나무는 장엄했다. 운봉은 들과 산이 조화를 이룬 풍요로운 땅이었다. 지리산 자락에서 흘러온 물들이 충분하여 물이 부족하지 않았고, 풍요로운 땅답게 곳곳에 마을 숲들을 잘 가꾸어 놓았다. 마을 숲은 그 고을과 마을의 경제적 수준을 말해 주는 근거가 된다. 석장승이 많은 것도 그 고을의 경제 사정을 말해 준다. 운봉읍 행정리 서나무숲은 정말 운치 있고 아름다웠다. 바람의 흐름과 마을 기의 흐름을 조절해주고 사람들의 시선을 안정적으로 잡아 주는 역할을 하는 이 숲은 이 땅의 농부들의 얼마나 자연을 생각하는 지연친화적인 삶을 살았는가를 보여주는 전형이다. 서나무숲에서 점심을 먹고 소나무 숲을 구경한 후 우리들은 국악의 성지를 찾았다. 성지가 자리 잡은 곳에서 내려다보이는 운봉 고을은 정말 천혜의 땅이었다. 그저 바라만 봐도 배가 부르고 판소리 한 소절이 절로 나올 느긋한 땅이었다. 장흥에 가서 나는 장흥을 보고 놀랐으나, 운봉에 와서 또 놀란다. 성지에는 배건개 선생이 계셨다. 우리들은 공연장에서 선생으로부터 판소리와 그의 넉살을 들으며 모두 마루 바닥을 치며 웃었다. 재미있고, 즐겁고, 유쾌하고, 통쾌하고, 가슴이 툭 터지게 하는 선생의 판소리 이야기는 그 분의 모든 몸짓이 다 풍자와 골계였다. 성지에서 나올 때쯤엔 날씨가 화창하게 개었다. 햇살이 가득한 운봉, 곳곳에 있는 마을 숲의 느티나무와 은행나무와 서 나무들의 단풍 빛이 운봉 분지를 가득 채웠다. 이병채 남원문화원 원장님과 직원 여러분들이 3일 동안 한 시간도 빠짐없이 우리들과 시간을 함께해 주셨다. 서예가 류근영 선생은 내 시를 쓴 글씨를 주셨다. 모든 분들께 따뜻한 정을 담아 감사를 드린다.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