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문제를 둘러싼 6자회담 재개 흐름이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북미 2차대화의 결과를 관련국들끼리 공유ㆍ평가하고 이를 토대로 후속대화의 방향을 모색하는 조정 국면이다.
이에 따라 당분간 다양한 형태의 연쇄적 양자접촉이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측 임성남 6자회담 수석대표와 북측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이 지난주 잇따라 모스크바를 방문한 것은 이 같은 흐름에서다.
주목할 점은 조정국면이 길어질 가능성이다.
가장 핵심적 관전포인트인 미국의관련국 조율 행보는 다음달 하순에 가서야 가능할 것이라는 게 정통한 소식통들의관측이다.
미국측 글린 데이비스 6자회담 수석대표 내정자는 다음달 중순 국제원자력기구(IAEA) 이사회를 마친 이후 북핵 업무에 공식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미국의 '우보(牛步)' 행보는 행정적 또는 절차상의 이유에서만은 아니다. 후속대화를 겨냥한 협상전략과 직결돼 있다.
무엇보다도 후속 '3라운드'는 6자회담 재개를 위한 '최종 담판'의 장이 될 소지가 크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1라운드가 '탐색전'이었고 2라운드가 '본게임'이었다면 이제 3라운드는 '타결'의 장이 돼야 한다는 6자 내부의 암묵적 컨센서스에 바탕을 두고 있다.
이런 맥락 속에서 북ㆍ미로서는 3라운드로 직행하기보다는 관련국 조율과 비공식 채널을 활용한 물밑교섭이라는 '사전정지'에 주력할 필요성이 크다.
2라운드를거치며 드러난 양측의 '간극'을 좁혀나가는 장외(場外) 협상에 공을 들일 가능성이커진 것이다.
지난주 막을 내린 제네바 북미대화에서는 북미 양측의 요구사항이 모두 협상테이블에 올랐다는 후문이다.
미국 측이 요구한 비핵화 사전조치의 핵심은 '모니터드 셧다운'(Monitored Shutdown)이었다고 한다.
영변의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UEP)을 중단하고 이를 IAEA 사찰단이 확인ㆍ감시하는 개념의 일종의 '감시하의 중단'이다.
우라늄 농축활동 중단이없는 IAEA 사찰단 복귀와 핵ㆍ미사일 실험 모라토리엄(유예)은 큰 의미를 두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미국은 특히 사전조치에는 '대가'가 없다는 입장을 재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와 연계해 대북 식량지원이 제공될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북한 측은 UEP가 평화적 핵 이용이라며 UEP 중단 요구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일정한 대가가 있을 경우 이를 수용할 수도 있다는 미묘한 뉘앙스를 내비치고 있다.
김계관 제1부상은 지난 27일 제네바 북미대화를 마친 뒤 외신기자들과 만나 "우라늄 농축은 전기생산을 위한 평화적 핵활동이며 자주권에 속하는 문제"라면서 "그걸 그만두려면 거기에 따른 조치가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외교소식통들은그 대가가 경수로 제공을 의미한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북한은 또 6자회담이 재개될 경우 평화협정ㆍ평화체제를 비핵화와 병행해 논의하자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이번 대화를 전후해 '신뢰구축'과 9ㆍ19 공동성명상의 '행동 대 행동'을 강조한 것은 이런 맥락이라는 분석이다.
이 같은 대립의 핵심에는 서로 요구하는 사항들의 이행순서를 정하는 '시퀀싱(Sequencing)'에 놓여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 측은 비핵화 사전조치에 대가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 사전조치를 우선으로 이행하고 경수로 제공과 평화협정ㆍ평화체제는 6자회담 재개 이후 일정시점에서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30일 "평화협정ㆍ체제 논의는 비핵화 논의가 일정한 진전을 얻었을 때 별도의 포럼에서 가능하고 경수로 제공은 비핵화 논의의 가장 마지막 단계에서 논의해야할 사항"이라면서 "이는 9ㆍ19 공동성명에 모두 나와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북한 측은 UEP를 중단하면 6자회담 재개시 비핵화 논의와 동시에 평화협정ㆍ평화체제 논의와 경수로 제공 논의도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
양측의 이 같은 입장으로 볼 때 후속 '3라운드'로 가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릴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외교소식통들 사이에서는 앞으로 최소 한두달이 소요될 것으로 보이며 경우에 따라 연내 후속대화가 어려울 수도 있다는 관망이 적지 않다.
이 같은 상황에서 한국의 역할이 더욱 긴요해지는 분위기다.
대화의 흐름을 살리면서 북한의 비핵화 조치를 견인해내기 위해 한국이 적극적으로 운신할 가능성이있다는 관측이다.
지난 1, 2라운드와 같이 북미대화에 앞서, 12월 중으로 제3차 남북 비핵화 회담이 열릴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