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회성 지원 아닌 지역문화예술 활력소 역할 돋보여
지난해 12월 (재)우진문화재단(이사장 양상희·회장 김경곤)이 개관 20주년을 맞아 예술극장을 열었다. 전북에서 찾아 보기 힘든 고급 조명시설에 200여 석 넘는 공연장, 대형 연습실, 악기 보관실까지 갖춘 소극장으로 기대를 모았다. 김경곤 회장은 "예술인들의 숙원이었던 예술극장을 마련하게 돼 다행"이라면서 "아무리 노력해도 문화예술 분야는 가시적인 성과가 가장 더디게 나타나지만 예향 전북의 문화 수준을 높이는 데 사명감을 갖고 꾸준히 힘쓰겠다"고 밝혔다.
문화예술 활동이 활발해지면서 이를 지원하는 기업의 메세나(Mecenat·문화예술 활동을 지원하는 기업)에 대한 기대도 높아지고 있다. 문화예술 후원은 대기업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전국적으로 대기업이 문화 마케팅 일환으로 대규모 공연이나 전시 등 일회성 행사를 유치하는 데 반해 전북은 몇몇 중견 기업이 20년 가까이 메세나를 이어오고 있다는 점이 특징. 하지만 기업의 메세나는 아직 본 궤도에 오르지 못했다. '메세나로 되살리는 예술'을 통해 전북 지역 메세나 운동의 현재를 살펴보고 향후 나아갈 길을 모색해본다.
▲ 목정문화재단, 문화예술 공로자에서 음악·미술·문학 부문 인재 장학금 지원
(재) 목정문화재단은 김광수 이사장이 사재를 털어 2001년 설립한 전북 최초의 문화재단이다. 목정문화재단은 매년 1억4000∼5000만원에 이르는 수입의 90% 이상을 '목정문화상'을 비롯해 각종 문화사업에 쓰고 있다. 문화예술 분야의 체계적인 지원을 위해 마련된 목정문화재단은 1993년부터 전북 출신으로 문학·미술·음악 등 3개 부문에서 공헌한 예술가들을 찾아 '목정문화상'을 수여해왔다. 올해까지 19회에 걸쳐 54명(단체 포함)에게 상패와 창작지원금 1000만원씩을 지원했다. 목정문화상이 작품 수준 보다 전북의 예술 발전을 이끈 활동 중심으로 수상자가 선정되는 데 이의를 제기한 이들도 있지만, 어려운 여건에서 힘써온 이들에 대한 합당한 예우를 해줬다는 점에서 호평을 받는다.
목정문화재단은 청소년 분야로 지원을 확대하면서 지난해 '목정 음악콩쿨대회'와 올해 '목정 미술 실기대회'를 신설했다. 음악 분야의 인재를 발굴하고 육성하기 위한 '음악 콩쿨대회'의 대상자에게는 상금 300만원과 교육감 표창장 외에 캐나다에서 어학 연수(1년)와 전공 분야 레슨비까지 전폭적으로 지원키고 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또한 후원만 해오던 '전북 고교생 백일장'을 직접 주최·주관하면서 고교생들의 문예 창작 의욕을 높이는 데도 힘을 쏟고 있다.
▲ 우진문화재단, 신진 예술가층 두텁게 만들어
기업의 예술 후원은 낙후된 지역을 재생시키고, 신진 예술가층을 두텁게 만들기도 한다. 우진문화재단은 1991년 전북예술회관을 제외한 전시장이 거의 없던 시절에 우진문화공간을 마련, 남보다 앞서 각종 문화사업을 진행했다. 올해로 20회를 맞는 '청년 작가 초대전'과 '신예작가 초대전'은 지역 민간예술단체가 신진 미술 작가를 발굴·후원해온 유일한 창구. 2004년 전주 진북동으로 신축·이전해온 우진문화공간은 지난해 30억을 투입해 예술극장을 건립, '판소리 다섯 바탕의 멋'과 '우리 소리 우리 가락','우리춤 작가전' 등에 대한 본격적인 지원도 하고 있다. 20년 가까이 이어온 미술·음악·무용 부문의 예술가 지원은 세계 무대에서 두각을 드러낼 만큼은 아니어도 지역에서 역량있는 예술가들의 층을 두텁게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선희 우진문화재단 실장은 "전북 보다는 인구·경제 규모가 큰 전남에서도 이같은 민간 차원의 메세나가 없어 우진문화재단을 벤치마킹하고 있다"면서 "경기 불황에도 불구하고 매년 3억씩 쏟고 있지만, 문화예술 투자에 대한 사회적 참여가 확대되지 않는 것은 아쉬운 대목"이라고 말했다.
▲ 기부자 개인적 취향에 따라 이뤄지는 후원 많아
지역에서는 기업 후원보다는 개인의 기부가 많다. 열악한 경제 사정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대개 기업 대표의 개인적인 취향에 따라 기부가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올해 창립 21주년을 맞는 서정환 신아출판사 대표는 '황의순 문학상','수필과 비평 문학상'의 선정을 통해 우수한 문인들의 창작 의욕에 불을 지폈다. 우수 문예지로 추천받은 바 있는 계간'문예연구'와 월간 '수필과 비평'을 비롯해 전국에서 유일하게 남은 아동 문예지'소년 문학','좋은 수필' 등을 펴내 지역 수필 문단을 일궈나가고 있다.
소설가 라대곤씨 역시 1995년부터 수필 문학의 질적 향상을 위해 사재를 쾌척해 '신곡문학상'를 이어오고 있으며, 윤석정 (주)국제해운 대표도 바다에 대한 관심을 문학적으로 환기시키기 위한 '국제해운문학상'을 제정, 5년 째 창작지원금(대상 300만원, 본상 200만원)을 지원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현대건설안전연구소 김병국 대표이사도 '열린시문학상'을 통해 창작지원금(200만원)을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기업 혹은 개인의 기부로 이뤄지는 메세나는 전문가의 의견을 구하지 않고 기부자의 선호도에 따르는 경향이 많기 때문에 다양한 분야에 효율적이고 지속 가능한 지원은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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