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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완판본 위치 재조명 학술대회 "완판본, 전주 문화 새로운 원천으로 활용해야"

"한국출판사에 있어 대중화·보편화 이끄는데 중요한 역할"…"체계적인 연구로 기록문화 세계문화유산 등재 추진 필요"

▲ 지난 23일 전주 완판본문화관에서 열린 '완판본과 전주의 기록문화' 학술대회에서 참석자들이 주제발표를 듣고 있다. /사진제공=전주시
전주를 중심으로 발간했던 옛 책과 그 판본을 통틀어 완판본이라고 한다. 조선 후기 한국 출판문화의 중심에 있었던 전주의 출판문화를 바탕으로 지난 10월에는 완판본문화관까지 개관했다. 그러나 그 중요성과 가치 만큼 완판본에 대한 체계적 연구가 미흡했던 것도 사실이다.

 

전주 완판문화관이 문화관 개관을 기념해 지난 23일 전북대 한스타일연구센터와 공동으로 한국출판사에서 갖는 완판본의 위치를 재조명하고, 향후 어떤 방향으로 완판본을 발전시킬 지 논의하는 학술대회를 열었다.

 

△완판본, 전주종합문화의 반영

 

연세대 홍윤표 교수는 '한글의 역사와 완판본 한글 고전소설'이라는 발제를 통해 완판본은 그 종류가 다양하고 또 대량으로 출판된 것이어서 우리나라 출판문화사상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전주에서 출판문화가 발달할 수 있는 배경으로, △판목을 만들기 위한 목재공급의 수월성 △책을 찍어낼 한지 생산과 공급의 용이성 △출판을 담당할 수 있는 높은 재력 △다양한 서예가와 넓은 독자층의 확보 △전국 판매망 조직 등을 꼽았다.

 

홍 교수는 이런 조건을 바탕으로 서적 출판이 단순한 작업이 아니라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단계를 거쳐 이루어지는 작업이기 때문에 완판본의 존재는 그 당시 전주의 종합문화상을 반영한다고 보았다.

 

완판본 중에서도 특히 한글 고전소설은 경판본 고전소설과 함께 고전소설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한글로만 쓴 한글 전용의 최초의 문헌들이라는 점, 진솔한 국어의 모습을 반영하고 있는 점, 지방문화의 진수를 보여주는 점, 대중문화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점, 한글의 새로운 서체를 개발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는 점 등을 그 가치로 꼽았다.

 

국민대 서희응 교수는 '완판 고전소설의 서지적 검토'를 주제로, 완판본 소설은 경판본에 비해 숫자적으로는 절반에도 못미치지만 내용적으로 세밀하고 유머가 풍부하며 문학적 형상화도 뛰어나다고 평했다. 춘향전의 경우 경본에 등장하는 인물이 12명인 데 비해 완판에 18명이 등장하고, 심청전 등장인물이 경본에 5명이지만 완판엔 11명이 등장한다는 점을 그 예로 들었다.

 

경북대 남권희 교수는 19세기 후반 개인에 의한 대형의 출판활동이 왕성하게 이루어진 점에 주목했다. 하경룡에 의해 간행된 사서오경류의 간행과, 주변 태인 등에서 일찍이 개인들에 의한 출판활동으로 완판이라는 영역을 만들었으며, 한국 출판사에 있어 지식과 출판의 대중화 및 보편화를 이끄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보았다.

 

전북대 이태영 교수는 전주 관련 옛 책이 전국으로 유통되고, 중국까지 진출했다고 밝혔다. 전주의 책방들이 서울·대구 등의 책방과 서로 판매협약을 맺고 교류한 사실은 책의 고무인과 기록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기록문화 세계문화유산으로

 

이같은 가치가 있는 완판본에 대해 좀 더 체계적인 연구와 함께 기록문화의 세계문화유산 등재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는 주장들이 나왔다.

 

전주대 홍성덕 교수는 '전북지역 목판 및 전라감영 기록보존 현황'이라는 발제를 통해 출판도시 전주의 이미지를 드러내기 위해서는 전라도 지역에서 출판된 고전서적에 대한 종합적인 조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현존 목판중 전주향교에 소장되어 있는 완영책판은 2005년도 정밀조사를 시행했으나 나머지 기관의 소장 목판에 대해서는 그 서목 정도만을 조사하는 데 그쳤다며, 심층적인 조사연구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이태영 교수 역시 많은 사람들이 완판본에 대한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완판본의 개념을 확대해 전라지역 옛 책으로 폭을 넓힐 것을 주문했다. 또 지역의 의미있는 출판물에 대한 문화재 등록을 추진하고, 나아가 출판과 기록이 수백년 간 이루어진 구체적인 물증이 있는 곳이 전주이기에 지적 기록문화를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홍윤표 교수는 재정적 여유가 있는 범위에서 완판본 관련 유물을 직접 구입하고 그렇지 못할 경우에는 그 소장처라도 제대로 조사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또 관련 자료의 특별전시회와 현대어로 번역, 한글서체로 개발 등의 필요성도 제시했다.

 

홍 교수는 특히 한글 서체를 활용해 관공서 현판은 물론, 전주시내의 광고나 거리 간판에 활용해 전주의 민체를 더욱 발전시키는 노력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원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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