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2012 전주국제영화제의 '디지털 삼인삼색'에 참여한 잉량 감독에 대해 영화제 전·후에 압력을 행사한 사실이 잉량 감독의 일지를 통해 구체적으로 공개됐다. 특히 잉량 감독은 영화제가 끝난 후에도 중국 정부로부터 체포 위협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파장이 커지고 있다. 이 같은 사실은 잉량 감독이 지난달 19일 영화제조직위에 보낸 이메일을 조직위가 5일 공개하면서 알려졌다. 영화제 기간 중국 정부의 압력이 있었다는 이야기가 나오긴 했지만, 감독이 구체적으로 설명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전주영화제의 최고상 '우석상'(2007)을 수상하는 등 전주영화제와 깊은 인연이 있는 잉량 감독이 내놓은 '아직 할 말이 남았지만'은 한 남성이 여섯 명의 경찰을 살해한 '양지아 사건'과 관련해 그의 어머니가 사법적 절차가 무시된 채 사형 판결을 내린 정부에 이의를 제기한 사건을 재조명한 영화.
감독은 지난해 11월29일부터 올해 5월13일까지 겪은 일들을 중요 일자별로 정리해 공개하면서 중국 상하이 국가 안보국·외교국이 그의 본가와 처가를 찾아가 영화를 상영하지 않거나 다시 편집하도록 종용했고,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체포하겠다고 협박했다고 밝혔다.
영화제가 끝난 직후 5월5일 일지를 보면 "내 가족으로부터 두 개의 이메일이 왔다. 그 메일에는 내가 중국에 들어가면 공안과 국가안보국이 나를 체포할 것이며, 협상의 여지는 전혀 없을 것이다. 당국에서는 상부의 승인없이 나를 즉시 체포할 수 있으며, 내가 영화를 제작한 일은 '심각하고 중대한 사건'으로 분류 돼 특별하게 취급될 거라고 했다. 메일에서 내가 중국 국적을 포기하면 괜찮을 거라는 인상을 받았다"고 적었다.
5월8일자 일지에서는 어머니와의 통화에서 통화가 자주 끊기는 등 도청이 의심된다고 했고, 13일자에는 상하이 경찰이 더 이상 부모님을 방문하지 않아 때때로 웃기도 했다고 적어 그간의 마음고생이 심했음이 드러났다.
잉량 감독은 이를 바탕으로 개인 성명서를 통해 △ 독립영화 제작자의 존엄을 회복시켜 달라 △ 창조와 발언의 자유, 개인의 자유를 돌려 달라 △ 내 가족과 친구들에 대한 괴롭힘과 협박을 중단하라 △ '양지아 사건'에 대한 전모를 공개하고 관련 피해자에 대한 보상과 개인적 자유를 제한하는 일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잉량 감독은 현재 홍콩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으며, 국적 포기 등도 고민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조지훈 전주영화제 프로그래머는 " '디지털 삼인삼색'이 해외 영화제에서 러브콜을 받고 있으며, 잉량 감독의 의사를 존중해 해외 진출이 가능토록 적극적으로 도울 생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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